프춤번 연휴를 즈음하여 바탐방 시내는 모처럼 만에 활기를 띠었다. 평소 같았으면 시내가 한산하다 못해 산만한 개들이 겅숭거리고 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프춤번 시즌은 특히나 바탐방주가 전국적으로 최다 방문객을 맞은 만큼 시내 도로는 잠시 잠깐씩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남녀노소가 허물없던 펍에서는 로컬 젊은이들이 단정하게 스타일리쉬했는데, 그들도 역시나 스마트폰 삼매경이었다. 지역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일지도 모를 주변의 외벽은 거리예술로 채워져서 그들의 투지가 꽃을 피우는 중인 것 같았다.
바탐방 지방을 더욱 관심 있게 하는 요인 중에는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1975년생/49세)’도 있다. 이 셀럽이 근래 들어 캄보디아 정착 가능성을 공공연히 언급함에 따라 과연 실현될지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2023년 12월에는 “은퇴 후 캄보디아에서 살 것”이라고도 했고, 2024년 10월까지의 언론에는 그녀의 6남매 중 막내인 쌍둥이가 현재 16세인데 18세가 되는 해에 LA를 떠나 캄보디아의 집으로 대가족이 이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에 있는 집이라 함은 아마도 자신의 첫째 아들을 위해 마련한 바탐방의 NGO 소재지를 이른다.
대한민국 연세대학교에 입학해서 한국인에게도 특별한 그녀의 첫째 아들은 매독스(Maddox Chivan Jolie-Pitt; 2001년생/23세)이다. 캄보디아 바탐방 태생으로 고아원을 방문한 앤젤리나 졸리를 만나서 생후 7개월 무렵인 이듬해에 입양됐다. 당시 그녀는 2001년작 영화 『툼 레이더』를 캄보디아에서 촬영 중이었다. 매독스를 만나기 이전까지 그녀는 정신적으로 방황했으며 아이를 갖거나 키우고 싶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캄보디아 여행 후, 이 나라의 아름다움과 캄보디아 사람들의 회복력, 우아함, 따뜻함에 감명을 받았다. 이때 앤젤리나 졸리는 관점을 바꾸고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매독스를 통해 비로소 모성을 자각했다.
캄보디아 태생의 입양아를 앤젤리나 졸리의 유산과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녀는 2003년에 바탐방주 썸롯군의 전통 가옥을 매입했다. 그녀의 희망은 매덕스에게 캄보디아 문화와 계속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곳이 환경 보호 활동가로 일할 수 있는 본거지가 되기를 바랐다. 이에 따라 당시 매덕스 졸리 프로젝트를 통해서 캄보디아의 극심한 빈곤에 처한 지역 사회를 지원하여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했다. 또한 주변 땅 6만 헥타르를 매입하여 야생 동물 보호 구역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러한 보존 노력을 인정하여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은 2005년에 앤젤리나 졸리에게 캄보디아 시민권을 수여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재단화의 과정에서 2006년에 앤젤리나 졸리의 연인 브래드 피트까지 가세해 매덕스 졸리-피트 재단(MJP)으로 거듭났다. MJP는 유엔개발목표에 따라 아시아 최초의 밀레니엄 빌리지를 조성함으로써 캄보디아 최빈곤층에게 거주지, 수자원, 교육, 의료 등을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는 MJP가 바탐방주 썸롯군에서 추진하는 양봉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기술을 지원하고 시장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외에도 앤젤리나 졸리는 2005년까지 이 나라에 최소한 10개의 학교를 세워서 어린이 교육을 지원했다. 2006년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HIV에 걸린 어린이를 위한 의료 및 교육 시설인 매독스 찌완 어린이 센터를 열어서 세계보건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MJP가 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썸롯 야생 동물 보호 구역(Samlaut Multiple Use Area)은 생태 관광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바탐방 타운에서 57번 국도 타고 파일린 방향으로 50km를 달리다가 좌회전하면 썸롯군이다. 썸롯군의 읍내에서 15km를 더 달리다가 우회전해서 비포장길을 따라 20km 더 가면 매독스 졸리-피트 재단이라고 쓰인 작은 표지판이 있다. 어쩌면 바탐방은 집중화된 프놈펜이나 해양 도시를 지향하는 시하눅빌과는 다르게 유러피안으로서의 익숙함과 전원의 향취를 동경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닿기를 고대할 수 있는 캄보디아의 몇 안 되는 대안일 수도 있겠다.
최초 작성일: 2024년10월11일
1차 수정일: 2024년10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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