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자행되는 후원자들의 무책임한 자선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벌이에 탐닉하는 기회주의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딱 보기에 선량할 것 같은 인상의 고아원 원장이 후원금 140만 달러(대략 19억3200만 원)를 횡령하고 아동 성추행과 학대 등으로 최근에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된 데 대해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범죄자는 2019년 기소된 이래 현재까지 구속되지 않은 채 어디선가 편하게 발 뻗고 호의호식할 거라는 현실이 법치국가라는 캄보디아가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꼴이다.
문제의 고아원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 ‘존슨앤존슨’의 상속녀 엘리자베스 로스 존슨(Elizabeth Ross Johnson; 1950-2017) 여사가 2003년에 설립한 NGO 쏘반꼬마(Sovann Komar; Golden Children)이다. 당시 50대 중반이던 그녀는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고아들의 곤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쏘반꼬마는 “고아와 버려진 아이들이 신체적, 지적, 정서적, 영적으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하고 양육적인 가정을 제공하려” 했다. 이에 따라 고아들과 양부모 그룹이 함께하는 마을을 조성함으로써 번영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명이자 1970년대부터 상류 사회의 주역이었던 존슨 여사는 쏘반꼬마 설립 당시에 상무 이사(Executive Director)로 임명한 쏘티어아룬(Sothea Arun; 1969~)과의 우정이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쏘티어아룬이 이처럼 그녀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영감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크메르루즈 정권기에 부모를 잃은 고아로 고난을 겪은 훈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슨 여사의 후원과 함께 만나는 외국인마다 그가 풀어내는 썰은 후원금을 끌어내는 단초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쏘반꼬마를 운영하는 동시에 자신의 고향에서는 직접 고아원, 중등학교, 진료소 등을 열고 2006년부터 유대인 커뮤니티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알려진 그의 무용담에 따르면, 쏘티어아룬은 9살이던 1978년 후반에 크메르루주가 후퇴하기 시작했을 때,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크메르루주가 그의 가족 36명을 모두 죽였기 때문에 고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1988년에 고향을 떠나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거나 차량을 청소하는 일을 전전했다. 29세이던 1998년에 크메르 예술문화를 보존하는 조직(Cambodia Living Arts)의 지부장으로 취직해서 2003년까지 지속했다. 그동안 그는 세계학습재단(WLF)에서 미국 버몬트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재정지원을 받았다.
2017년 알츠하이머를 앓았던 존슨 여사는 쏘반꼬마 고아원을 돌아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기부자들은 NGO가 수년간 운영을 위해 받은 2000만 달러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많은 돈(140만 달러)이 사라진 것이 발견되자 쏘티어아룬과 공모자들은 2019년 8월에 해고됐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쏘티어아룬은 프놈펜, 씨엠립, 몬돌끼리에 부동산을 포함하여 전국에 거대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축적했으며, 이는 NGO를 위해 쓰여야 하는 자금에서 부분적으로 조달됐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또한 쏘티어아룬은 두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그중 한 명은 겨우 여섯 살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성적 폭행과 강간이 어렸을 때 시작되어 10대가 될 때까지 지속됐다고 증언했다. 결국 2024년 7월 대법원은 쏘티어아룬에 대해 22년형을 확정 선고했다. 프놈펜시 법원의 수사 판사가 쏘티어아룬이 15년 이상 관리한 쏘반꼬마 고아원에서 고문, 아동 성적 학대, 사기, 횡령 등의 증거를 명백하게 수집한 데 따른다. 그렇지만 이 모든 판결은 피고인을 체포하지 않은 채 궐석으로 내린 판결이라서 참 우스꽝스럽다. 마찬가지로 아동 학대 사건으로 기소된 다른 공모자들도 모두 체포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초 작성일: 2024년7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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