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회: “거지”, 구걸하는 사람들

2024년 6월 어느 날 태국에서 7세 딸과 함께 잡힌 캄보디아인 여성(46세)에게서 나온 돈(출처: aseannow.com)

 

 

작년부터 회자되는 뉴스 가운데 인도의 ‘부자 거지, 바라트 자인(Bharat Jain/55세)’이 있다. 그가 거리에서 구걸한 돈은 일간 2000~2500루피(약 3만~4만 원), 월간 6만~7만5000루피(약 94만~118만 원)라고 한다. 지난 수년간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자식 공부도 시키면서 수십억 자산가가 됐다고 한다. 이제 남들처럼 살 법도 하건만 그는 여전히 구걸업에 종사한다. 이와 일부 유사한 뉴스로는 태국인들이 치를 떠는 캄보디아인 부자 거지 이야기이다. 주요 내용은 동정심 많은 한 태국인이 장애가 있는 캄보디아인 거지가 너무 안타까워서 치료받게 도우려 했다가 실상을 알고는 아연실색했다는 것이다. 그 거지는 조직적인 구걸망을 통해 한 달에 10만 바트(약 377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던 거지 집단의 왕초였다.

 

프놈펜 거리의 장애인 거지(출처: phnompenhpost.com)

 

 

사회보훈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거지들은 영구, 계절, 인신매매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영구 거지는 조부모와 그들의 자녀, 손주들이 구걸에 참여하는 등 세대 간 활동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빈민으로 분류되어 국가로부터 기초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2022년에 이러한 거지 300명 이상이 기초생활보장카드(ID poor card)를 발급받았다. 계절 거지는 자신의 집이 버젓이 있는 상태로 농번기에는 일하고, 이외에는 도시로 나와서 구걸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특정 미신과 연결해서 구걸을 자신들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쫄츠남(크메르 설날), 프춤번(추석), 물축제 등의 전통 명절 기간에 주로 적선을 받는다.

 

프춤번 기간에 사원 근처의 거지들에게 100리엘씩 적선하는 캄보디아인(출처: bangkokpost.com)

 

 

범죄로 규정하는 제3 유형은 인신매매이다. 관광지나 도심의 거리와 식당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이 해당한다. 2017년 7월에 기소된 사건에 따르면 피고인(여성/50세)은 아기 2명을 포함해 7명의 어린이를 납치해서 감금하고 호텔 앞, 식당, 길모퉁이에서 돈을 구걸하도록 강요한 혐의가 밝혀졌다. 당시 10세 소년은 피고인에 의해 아기를 안고 식당에서 자정까지 돈을 구걸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아이는 구걸해서 하루에 2만 리엘(약 5달러)을 받았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 이런 범죄는 조직적이고 팽배해서 관광객으로서 방문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지식, 경험 또는 장기 투자가 없이 돈푼이나 안기는 관대함은 득보다 해를 끼치는 셈이다.

 

2007년 씨엠립의 똔레삽 호수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출처: wikimedia.org)

씨엠립주에서 관내 장애인 및 노숙자 거지들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출처: khmertimeskh.com)

 

 

정부는 “문명화되고 현대적인”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2020년 7월 공공질서법 초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캄보디아는 “모든 형태의 구걸”과 “공원, 도로 등 공공장소를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것 ” 을 범죄로 규정한다. 법안 시행 이듬해부터 지방정부마다 거리의 부랑자와 거지, 노숙자들을 소탕하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됐다. 이렇게 잡히면 시설에 갇혀서 일정 기간 훈계를 듣다가 구걸중단 및 구직 서약과 함께 방면될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을까? 캄보디아에서 거지들은 하루 동냥으로 인당 50,000리엘을 벌 수 있다고 한다. 한 달로 환산하면 150만 리엘(약 365달러)이 가능한데 2024년 월 최저임금 204달러를 상회하고 웬간한 공무원 월급보다 높아서 혀를 내두를 만하다.

 

2014년 프놈펜 왕궁 근처에서 행인의 적선을 받는 장애인 거지(출처: phnompenhpost.com)

 

 

캄보디아에는 거지가 캄보디아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 미아가 되어서 거지로 전락한 한국인들도 한국회사나 한국식당에 반복적으로 어슬렁거리면서 구걸을 일삼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분들에게 작은 일이라도 맡겨서 숙식을 지원했던 교민분들의 후일담은 그다지 훈훈하지 못하다. 대개는 얼마 못 참고 뛰쳐나가서는 행방이 묘연하다거나 카지노로 달려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양인 꽃거지들도 종종 훤칠하고 훈훈한 외모를 앞세워 캄보디아어로 구걸하는 문장을 당당하게 쓴 피켓을 들기도 한다. 이들이 구걸해서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적선하는 사람도 책임이 있다.

 

 

 

 

 

최초 작성일: 2024년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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