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자 한국 언론지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은 캄보디아인 A씨에 대해서 ‘난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취업비자(E-9)로 한국에 체류하던 중 “자신이 가입한 정당(CNRP; 캄보디아구국당)이 캄보디아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고 있어 귀국하면 박해받을 수 있다”면서 2019년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1심 재판은 ▲A씨의 국내 망명 투쟁 활동 내용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 ▲정치적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해당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캄보디아 야당 정치인이 A씨에게 발급해준 감사장, 한국에서의 CNRP 당원 활동 등을 토대로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한국 기사에서 언급된 2019년 당시의 독재 정권이라 함은 누구를 말하겠는가? 이러한 한국 법원의 판결은 선례가 되어 정치적 투쟁과 열정이 있는 가난한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한국행을 선택하는 구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한국만큼이나 살기 좋고 더 쉽게 갈 수 있는 주변국은 도망쳐 봤자 양국 정치 지도자가 결탁하면 압송되기 일쑤이다. 반면에 한국은 언어를 조금 알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기도 용이하다. 한국인 또는 한국에 귀화한 외국인과 결혼하면 고향의 가족들을 한국에 오게 해서 장기 체류하게 할 수도 있다.
캄보디아에 10년 이상 오래 살수록 예전 한국에서 방만하게 템플스테이하다가 총무스님에게 들었던 “로마법을 따르라”는 경고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캄보디아에서 살려면 캄보디아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한국에서 살려면 한국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캄보디아에서 현지인과 일하며 사는 한국인은 외국인이라도 캄보디아의 근간을 저격하는 언사를 하면 바로 정부 관리로부터 경고를 당할 수 있다. 한국으로 망명한 캄보디아인들은 캄보디아에서 이미 범죄자이기 때문에 고국에 발붙일 날이 생전에 가능하리라는 보장도 어렵다. 너무나 엄격한 캄보디아 정권은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 구도에서 앞으로도 나름 안정적일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매력적인 캄보디아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참 많은데 요즘은 좀 답답하다. 이를테면 캄보디아 정부는 수시로 Voice of America와 같은 독립 언론사나 대표적인 외국계 뉴스 웹사이트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을 비방한 적이 있는 웹사이트는 줄곧 차단되는지 현재까지도 Radio Free Asia나 The Cambodia Daily는 일반인이 접속할 수 없다. 현재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일반인이 접속 가능한 사이트라고는 친정부 사이트뿐이라서 온통 보도 내용은 캄보디아 정치인들의 낙관적인 정책 선전과 현 정권에 미운털 박힌 야당이나 망명 정치인들에 대한 비방, 그리고 무시무시한 사건 사고들이다.
캄보디아는 더 잘 살기 위해서 경제 성장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6월에 캄보디아 노동자의 결사 자유를 부정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NGO(CENTRAL)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을 따르는 많은 친정부 노조들은 CENTRAL을 지원하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맹렬하게 항의했다. 또한 CENTRAL의 NGO 허가를 취소하도록 정부 부처에 친히 탄원하고 해당 노조원들을 박해했다. 결국 CENTRAL은 해당 보고서의 효력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선언을 해야 했다. 뭘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캄보디아는 무역특혜를 통한 수출이 가능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주문자 측의 요구사항에 따르는 결과만이 살길이라는 입장인 것 같다.
프레시뉴스(freshnewsasia.com)에서는 거의 매일 야권 인사들이 현 여당인 캄보디아국민당(CPP)으로 당적을 옮겼다거나, 현 정부를 저격했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죄하는 영상과 얼굴 사진이 올라온다. 이들 중에는 캄보디아를 무사히 출국해서 “안전한” 제3국에 도착한 후 ‘그간의 변절은 사실 거짓말이었다’고 밝히기도 한다. 그렇게 속 시원하게 CPP를 조롱한 이들은 결국 캄보디아 수장이 국빈으로 그 나라에 방문하던 날에 그를 위한 선물로 해당 국가의 수장이 체포해 갖다 바쳐지는 비운을 맞기도 한다. 양국 간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있기 때문이다.
최초 작성일: 2024년09월05일
1차 수정일: 2024년09월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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