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훈센 상원의장과 훈마넷 총리가 결정한 사안이라면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 또는 주지사나 기업, 협회나 NGO 등은 일제히 “지지 성명(Supportive Declaration)”을 발표하는 관행이 있다. 현지어로 “냣꼬암뜨러(ញត្តិគាំទ្រ)” 또는 “뿌러까꼬암뜨러(ប្រកាសគាំទ្រ)”라는 제목의 공식 문서로 발행하고 크메르어로 작성해서 보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지지 성명”은 지난 8월 12일 훈센 상원의장이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개발삼각지대(CLV-DTA) 구축안을 반대하는 극단주의 단체를 강력하게 경고하는 메시지에 대해 지지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8월13일 무렵 프레시 뉴스(FRESH NEWS)의 보도 리스트를 가득 채운 22건의 "지지 성명"의 경우에, 웡쎄이 위쏫 관방부 장관, 름 찌어워타 프레시 뉴스 대표, 넷 페악뜨라 정보부 장관, 끼 뗏 정부변호사회 대표, 스와이 씨타 정보조정위 의장, 까읏 릇 법무부 장관, 듯 띠나 농림수산부 장관, 반띠민쩨이/껌뽕톰/껀달/우도민쩨이 경찰일동, 싸이 섬알 국토관리도시계획건설부 장관, 껌뽕톰 주지사, 그밖에 육군 중장, 껀달/껌뽓/껌뽕스프/껌뽕톰 시장 및 군수, 주민대표, 상원 사무국 등이 발표한 “지지 성명”이다.
노동직업훈련부가 꺼썬떼피읍 신문(Koh Santepheap Daily)을 통해 보도한 “지지 성명”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장관 이하 공무원 일동은 훈센 상원의장의 12일자 특별 음성 메시지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특히 CLV-DTA 구축안은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개발 삼각 체제하의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 구현으로서, 공동 개발 프로젝트나 합작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했다. 이에 따라 첫째, 해당 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둘째, 해외 극단주의 단체가 현 정부에 대해 반란을 촉구하는 것에 강력히 규탄한다. 셋째, 현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이건 마치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그려진 바에 따라 크메르제국 절정기의 통치자 수리야바르만 2세(11세기~1150) 왕이 군대와 신하들로부터 충성서약을 받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일산(日傘)을 14~15개나 거느린 그는 한 손에 칼, 다른 손에 뱀을 잡고서 충성을 맹세하면 칼로 손가락을 자르고, 맹세하지 않으면 독사에 물려 죽게 했다. 당시 충성서약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른 군주를 따르지 않을 것’, ‘적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 ‘왕에게 피해가 없게 할 것’, ‘감사와 헌신을 다할 것’, ‘전쟁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 ‘왕을 헌신적으로 섬길 것’ 등이다.
지난 8월 5일은 푸난떼쪼 운하 기공식을 성대하게 치르면서 전국적으로 관공서와 대표 기업에서는 “축하 성명과 인증샷”이 요구됐다. 캄보디아 깃발을 들고 유니폼을 착장한 캄보디아 공무원과 학생들, 캄보디아 법인의 직원들은 전국의 어디에서나 도열하여 멀리 껀달주에서 진행되는 기공식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함께 환호하며 단체사진 촬영에 집중했다. 이날을 일시적 공휴일로 지정해서 직장에 출근 안 해도 되거나 학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더니 이러한 의무 때문에 오전에는 모두들 각자의 위치로 튀어나와야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누구나 품었을 법하게도 푸난떼쪼 운하 프로젝트의 어림도 없는 비용 추산과 부풀려진 예상 수익률을 지적하는 기사가 떴지만 아직 반박이나 해명이 없다.
현 정부의 리더십을 지지해야만하는 관행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훈센 상원의장의 최대 정적으로서 캄보디아 정치계에서 2015년에 축출된 삼랑시(សម រង្ស៊ី)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혐오”해야 하는 관행도 있다. 즉, 누구라도 현 정부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금이라도 빈정대거나 깎아 내리기를 시도하면 거의 모두 삼랑시와 연결해서 정부전복의 의도가 있다고 간주한다. 이에 따라 언제나처럼 8월 14일에는 삼랑시를 저격하는 성명도 이어졌다. 하나같이 삼랑시와 동조하는 정당, 이를테면 촛불당, 크메르연합국민당, 전 구국당(CNRP)의 지도부가 CLV-DTA 구축안을 반대해서 국가 불안을 조장하는 반란을 선동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노로 현 여당인 국민당(CPP)으로 당적을 이동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는 지지할 대상과 혐오의 대상이 정답처럼 분명하다. 지지할 대상은 정의이고 혐오의 대상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지난 정부의 수장인 훈센 현 상원의장은 캄보디아에 평화와 성장을 이끈 장본인으로서 누구라도 거역할 수 없는 빚이 있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일단은 “Go”를 따라 외치는 것이 채무이행의 바른 자세인가 보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할많하않’의 태도로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최초 작성일: 2024년8월16일
1차 수정: 2024년8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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