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하면 섣부를 수 있겠지만 캄보디아에 살았던 12년 동안에 가까운 캄보디아인이 자살하는 경우를 두 차례나 겪었다. 한 명은 거주하는 숙소의 경비를 맡고 있던 20대 초반의 젊은이였는데 연인의 이별 통보에 절망해서 바로 약을 먹었던 것이다. 다행히 집주인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간 덕분에 치료를 받고 살아났지만 후유증으로 여러 날을 앓았었다. 반면에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학교시설이 전면적으로 폐쇄되던 2020년 무렵 한국어학과에서는 나름 전도유망했던 한 젊은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전체 학생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의 한국인 지인들에게서 들은 사례까지 더하면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상당할 것 같은 인상이다. 물론 2019년 국가별 자살률 통계(세계보건기구(WHO) 참조)에 따라 대한민국은 10만 명 기준 28.6명(남:40.2명/여:16.9명)으로 세계 4위이자 OECD 국가 중에는 1위를 15년이상 유지하는 바에 비할 데가 아니다. 즉, 캄보디아는4.9명(남:7명/여:2.8명)으로세계132위이자ASEAN 회원국10개국가운데서는7위를차지해서비교적심각하지않아보인다. 그렇지만 캄보디아는 연간 자살 인원 800명(남:566명/여:234)에 대해서 2030년까지 3분의 1로 줄이려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에 집중하고 있다.
캄보디아왕립아카데미 빵라따나 연구원에 따르면 자살한 희생자의 대부분은 우울증, 이별의 상처, 경제적 요인, 업무 스트레스 또는 가족 위기로 고통받았다. 그는 “캄보디아의 자살 건수가 2011년 이후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희생자의 대부분은 18세에서 30세 사이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적 자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빵라따라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가 개인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 및 민간 기관, 지역 사회 및 가족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때 캄보디아인들은 역사적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 뽈포트 정권의 학살 만행과 2000년대 초반 훈센 일파의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는 장면 속에 있었다. 당시에 많은 캄보디아인은 전쟁의 참상, 학살과 고문, 가족과 친척들이 살해당하는 모습,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격한 데 따라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내재하고 있다. 2017년 4월 캄보디아 보건부와 WHO는 캄보디아에서 1600만 인구 가운데 약 400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캄보디아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정신 건강 연구 작업은 주로 외상 관련 치료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2020)에서는 일반적인 정신 장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유병률(질환자의 비율)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높은 비율의 불안(27.4%), 우울증(16.7%)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7.6%)가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국제학술저널에서는 캄보디아의 자살 유병률을 10만 명 기준 13-44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동 및 청소년 정신 건강에 초점을 맞춘 연구에서는 젊은이들의 우울 증상 비율이 높고 외상에 대한 노출이 높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일본의 원조로 1963년에 지어져서 ‘일본 다리’라고 불리는 프놈펜의 쭈로이쩡와 다리는 오늘날 사랑의 상처, 심리불안, 또는 가족의 위기로 고통받는 불쌍한 영혼들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장소로 전락했다. 자살이 빈번함에 따라 대중은 당국에 자살 방지 조치를 요청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다리에는 구조대원들도 상주하고 있어서 “자살 시도자의 90% 이상은 24시간 대원들과 시민들의 도움을 받는 편”이라지만 모두가 잠든 야간에는 인적도 없고 구조대원도 잠들기 일쑤라서 구조의 한계가 있다고 한다.
빅토르 티 박사(Dr. Victor Ti)에 따르면 자살은 누적된 스트레스, 정신 건강 위기, 가족 갈등, 사회적 문제 및 약물 남용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이유가 근본적인 방아쇠로 작용한다. 캄보디아는 빈곤, 전후 외상성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열악한 의료 서비스, 정신 건강 서비스 및 전문가 부족으로 인해 자살로부터 아까운 생명을 지킬 대책은 많이 열악하다. 이처럼 정신 건강 시설과 정신과 의사 및 상담사의 수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차라리 도처의 종교시설과 관계자로부터 도움받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최초 작성일: 2022년3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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