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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사회&생활

캄보디아 가정용 텃밭: 프놈펜 베란다에서 야채 재배와 수확

by 까페브라운 202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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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모종을 심고 흙을 채우는 모습(출처: phnompenhpost.com)

캄보디아 교육부는 2020314, 프놈펜과 씨엠립의 모든 공립 및 사립학교에 대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곧장 임시방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꺼삣의 국제학교 관계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18개월 동안 보건지침과 지역폐쇄 등의 다양한 조치에 따라 외부활동은 통제되고 재택근무나 온라인수업의 활성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운동도 될 겸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실내 또는 베란다에서 정원을 가꾸는 활동에 주목하게 됐다.

 

경험적으로 한국에서 다양한 씨앗을 가져와서 캄보디아에서 키워서 뜯어먹을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들깨, 부추, 열무, 각종 허브 등이 있었는데 이중에서 재배에 성공한 것은 열무가 유일하다. 대부분은 발아에 실패하거나 일부는 일교차의 널뛰기를 견디지 못하고 비실비실 하다가 명을 달리했다. 들깨는 바탐방주에서 겨우 키워 봤는데 잎의 크기도 너무 작은데다가 금방 웃자라 꽃을 피워서 식탁에 올릴 게 없었다. 그제야 한국에서는 아무데나 막 자라는 먹거리 식물들이 캄보디아의 기후에 맞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프놈펜의 여염집에서 보통의 노력으로도 키우기 쉽고 수확물도 만족스러워서 추천하는 작물은 가지, 토마토, 고추, 오크라, 오이 등의 열매채소와 상추, 케일, 시금치, 청경채, 허브류 같은 잎채소이다. 대표적인 오르쎄이 시장 안에는 원예종묘상이 모여있는 구역이 있어서 다양한 씨앗을 한 봉지에 2~3,000리엘이면 구입할 수 있다. 거기에 가는 김에 식물 영양제나 병해충 퇴치제 등도 자세히 봐두면 향후 재방문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이제 파종을 하고 모종을 키우기 적당한 포트와 영양이 풍부한 흙도 2~3포대정도 구입해 보자.

 

오르쎄이 시장 안에 있는 원예종묘상에서 판매하는 씨앗(출처: facebook.com/108295717603433)

파종할 씨앗은 냉장실에 하룻밤 두면 흙에서 발아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준비한 씨앗은 흙이 담긴 포트에 한두 개씩을 심으면 된다. 또는 플라스틱통에 휴지를 깔고 씨앗을 펴서 수분을 분무하고 그늘에 뒀다가 발아가 진행된 것만 포트에 심어도 된다. 한편 베란다는 오전과 오후에 햇볕을 강렬하게 쪼일 수 있어야 특히 열매가 맺힐 수 있다. 그러나 햇살은 수분을 금세 증발시켜서 식물을 시들게 하고 어린 열매를 고사시킨다. 따라서 부지런히 물을 날라야 하는데, 대체로 오전 7-8시, 11-12시, 오후 4-5시에 맞춰 하루 세 번 주도록 권장된다.

 

포트에 어린 모종이 자라는 모습(출처: admkashatau.ru)

포트에서 떡잎과 함께 어린잎이 두세 개 자라면 화분에 옮겨 심어야 잎이 빨리 커지고 수확을 앞당길 수 있다. 화분은 폭이 넓고 깊어야 식물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그나마 일본계 다이소에서 2달러 미만으로 구입하는 게 경제적이다. 또는 마대자루, 낡은 고무타이어나 플라스틱용기를 재활용해서 소박하지만 멋스럽게 연출해도 좋겠다. 흙은 한국에서라면 마사토부터 바닥에 깔겠지만 프놈펜은 구할 수 없는 듯하다. 대신 말린 코코넛껍질을 잘게 해서 깔고 그 위에 흙, 거름, 땅콩껍질 부스러기 등을 7:3:3으로 혼합해서 채우면 적당하다.

 

마대자루 , 낡은 고무타이어나 플라스틱용기를 재활용한 화분에 식물을 키우는 모습(출처: pinterest.co.uk, gardenmyths.com)

모종을 옮겨 심은 후에는 식물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집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할 수 있다. 달걀 껍데기는 물로 씻어서 말린 후 잘게 부수어서 화분에 깔아주면 비료나 영양제가 더 필요하지 않다. 그밖에 음식물 쓰레기는 각종 씨앗을 제거하고 수분까지 증발시킨 후 여분의 흙에 파묻어 두면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거름이 된다. 거름은 식물이 열매를 맺기 전에 영양을 보강하는 용도로 흙 안에 파묻어 주면 뿌리로 흡수된다. 이러면 따로 돈 들이지 않고도 열매를 수확해서 식탁에 올릴 수 있으니 돈을 버는 셈이다.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를 교육하는 NGO Compost City 의 짜으 모노롬 대표(출처: facebook.com/ideinnovationlab)

최근에는 8월에 파종한 오크라 십여 그루가 10월부터 매일 열매를 네댓 개씩 맺어주고 있다. 지인의 추천에 따라 파종한 여주 식물도 넝쿨이 자라서 베란다 난간을 타고 있다. 어느 날은 거름으로 쓰려던 옥수수 심지의 알갱이가 싹을 틔웠기에 화분에 심었는데 장대같이 자라서 꽃이 피었다. 마디마디에 맺힌 어린 옥수수를 보자니 놀랍고 재미있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작년부터 장장 20개월간 고립된 생활로 지쳐갈 때 물만 주는데도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을 대하는 것은 삶의 히로인을 밝히는 출구가 되었다.

 

가정에서 재배가 용이한 오크라 식물(출처: zaszambia.wordpress.com)

 

 

최초 작성일: 2021년11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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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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