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더믹에 따라 2020년3월16일부로 캄보디아에서도 전국의 국공립 교육시설이 전면적으로 폐쇄됨에 따라 오프라인 중심의 한국어교육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대학교조차 정규과정이 아닌 모든 비정규 과정은 운영을 중단했고 당시로서는 장기화를 믿지 않았건만 지금까지 2년여가 흘렀다. 그 동안 온라인을 통한 강의가 점진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많은 한국인 교수진이 귀국한 상황에서도 대학교에서의 한국어교육은 스러지지 않았다.
필자는 2009년7월에 KOICA 봉사단원으로 처음 캄보디아에 와서 바탐방대학교(UBB)에 배치됐다. 한국어학과의 개설년도는 2008년이었기 때문에 파운데이션(1학년) 과정만 겨우 마친 2학년 11명이 첫학기를 앞두고 있었고 그해 1학년은 선발되지도 않았다. 당시 UBB 총장이 한국어학과 폐지를 검토하던 중에 KOICA의 설득으로 다음 해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고 유지하기로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UBB의 한국어학과는 위태로웠다.
반면에 한국어 과목은 학과마다 개설돼서 KOICA 봉사단원의 주당 강의시수가 무려 25.5시간에 이르렀다. 지방대학이라서 강사 수급이 순조롭지 못했기 때문에 강사료가 한푼도 들지 않던 봉사단원을 활용해서 결원되는 학점을 채우는 듯했다. 그 사이 한국어학과는 중도포기자가 늘면서 학생수는 반토막이 났다. 3명은 고용허가제 시험에 합격해서 한국의 공장에 취직했고 1명은 시하눅빌에 소재하는 기독교계 라이프대학교(LU) 한국어학과(2007년 개설)에 편입했다. 나머지는 결석을 반복하더니 자취를 감췄다.
당시에 UBB 한국어학과의 경쟁자는 수도의 왕립프놈펜대학교(RUPP)나 예비 목회자를 위한 LU가 아니었다. 바탐방주와 인접한 반띠민쩨이주의 민쩨이주립대학교(MCU)였다. UBB보다 1년 앞선 2007년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했으며 KOICA 봉사단원이 파견되지만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 교수진도 상주해 있었다. 또한 당시에 한 반이 무려 25명이라고 들었으니까 UBB로서는 상당히 비교가 되었다. 한편 1년후쯤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MCU도 봉사단원을 충원할 속셈이던지 현지인 한국인 교수진의 월급을 체불한다고 해서 개탄스러웠다.
한편 MCU의 경우를 들어서 수차례 UBB 총장에게 현지에서 한국인 교수진을 채용하도록 의견을 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또한 2007년부터 운영했던 비정규과정을 훌륭하게 마친 수료생들이 많았는데 이들 중 누구도 강사진으로 채용되지 않았다. 임기도 고작 2년인데다 크메르어도 원활하지 않고 캄보디아인 학생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KOICA 봉사단원보다는 현지에서 조달된 교수진이 학사를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할텐데 안타까웠다. 결국 1기 졸업생은 4명이었는데 현재 그 중 1명이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교수진으로 근무한다.
이처럼 열악한 지방대학에 비하면 RUPP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어교육의 천국이다. 2002년 비정규과정으로 한국어가 처음 교수됐으며 학과는 2007년에 개설됐다. 당시의 비정규과정 수료자나 한국어학과 1기~5기 졸업생들의 일부가 한국에 유학해서 석사 또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의 교수진으로 있다.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인 교수진까지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급됨에 따라 2019년3월부터 KOICA 봉사단원의 파견도 중지됐다. 매년 신입생도 80명이상 입학하고 중도포기자가 속출하긴 하지만 전체 학생수는 최대 250명을 유지한다.
물론 RUPP 한국어학과도 처음부터 안정적이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 졸업예정자가 40명이상으로 예년과 비슷한 가운데 약 10년 전의 1기 졸업생은 18명이었다. 이마저도 신입생수가 증가추세에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는 오늘날 전체 학생수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장학생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당시 RUPP는 한국어학과 폐지론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 한국대사관과 KOICA를 상대로 지금의 한캄협력센터(CKCC) 설립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 있다.
최초 작성일: 2021년8월18일
1차 수정: 2022년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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