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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사회&생활

캄보디아 가정: 산모의 출산과 아기의 탄생

by 까페브라운 202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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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장식(출처: lakebunyonyirockresort.net)

작년 말에 유니세프(UNICEF)는 2021년 새해 첫날에 971명의 아기가 캄보디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딱히 자녀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 같은데 출산율 저조를 문제시하는 한국(1,097명)보다 상당히 낮은 듯하다. 아마도 여기에는 열악한 의료 환경, 산모 관리와 출산 방법을 전통적 방식으로 고수할지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과 산모의 부실한 건강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유엔개발계획(UNDP)2020년 통계에 따르면 출생아 10만 명 중 160(한국 11)이 사망하고, 출생아 1천 명 중 24(한국 2.7)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1천 명 중 출산율은 21.6명으로 한국(7.0)에 비하면 꽤 높다.

 

캄보디아인 가정의 모녀(출처: visit-angkor.org)

 

과거 캄보디아 사회에서 출산 과정은 극도로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크메르어로 출산은 “강을 건너다”라는 의미의 “츨렁똔레(Chhlorng Tonle)”라고 말하는데, 이는 캄보디아인들이 출산 과정을 강을 건너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기간을 관리하고 안전하게 출산을 돕도록 자격을 갖춘 조산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아기의 평생 건강까지도 좌우함에 따라 캄보디아는 2008년부터 매년 55일을 조산사의 날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조산사를 격려하고 산모들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하도록 인식을 조성한다.

 

2021년5월5일 ‘조산사의 날’을 맞이하여 산모와 신생아를 바라보는 훈센 총리의 아내 분라니 여사(출처: phnompenhpost.co)

 

특히 캄보디아는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아동 사망률 감소’ 부문과 ‘모성 건강 개선’ 부문의 실현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재래적인 산파의 도움을 받아서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임산부는 태아의 성장과 발달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의사와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분만 후에도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보건소 또는 위탁 병원에서 출산하도록 보건부 지침에서 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는 산파는 고발 조치되어 체포되고, 태어난 아기가 아파서 보건소에 데려갔을 때는 보건소 의료진이 책임을 지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캄보디아는 정책적으로 재래적인 산파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금지한다. 오늘날 임산부는 진통이 있을 때 보건소를 이용하지 전통의학을 의존하지는 않는다. 비록 기성세대가 전통의학을 언급은 하겠지만 그들도 현대의학의 대세 앞에서 임산부에게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 과거에는 음식 제한, 초유 버리기, 탯줄에 진흙 바르기 등과 같이 임산부나 신생아에게 유해한 관행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요즘 산모들은 산전 관리를 받고 임신 중에 철분 보충제를 복용하며 시설 기반 출산을 한다. 이렇게 출산한 여성들은 전통의식을 행하지도 않고 전통의학보다 현대의학을 더 신뢰한다고 공언할 정도이다.

 

크메르 전통의 “삐티깟썩 벙꺽츠멉” 의식을 진행하는 모습(출처: kohsantepheapdaily.com)

 

이에 따라 전통적 방식으로 아기의 탄생을 환영하고, 출산을 도운 산파에게 감사하는 “삐티깟썩 벙꺽츠멉” 의식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이 의식은 생후 3일내지 7일 또는 보름 또는 한 달 사이에 치르는데, 이날에 크메르 장로는 가족이나 혈통을 고려하고 좋은 운명을 염원하며 아기의 이름을 지어준다. 또한 신생아의 머리카락은 사납고 좋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기는 생애 첫 이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산모의 순조로운 출산을 도운 산파에게도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아기의 부모나 가족은 쌀, 음식, 치마나 옷, 돈 등의 물품을 전달한다.

 

갓난아기가 “삐티깟썩 벙꺽츠멉” 의식을 통해서 생애 첫 이발을 하는 모습(출처: lotus-radio.com)

 

캄보디아 문화 연구자들은 삐티깟썩 벙꺽츠멉이 브라만교나 인도문화에서 영향 받은 전통이라고 말한다. 의식을 통해 조상에게 아기의 탄생을 알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재래적 전통이 남아있는 시골은 여전히 주민들이 신생아를 두고 의식을 거행한다. 도시는 가족끼리 의식을 진행하고, 지인이나 동료는 아기가 생후 3개월쯤일 때 집들이를 겸해서 초대한다. 초대장을 받았다면 여느 경조사와 다름없는 부조금을 준비하고 아기와 산모를 위한 필수품을 선물로 사가도 좋을 것이다.

 

 

최초 작성일: 2021년9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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