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록뜨러놈(귀환)」은 띠찌후엇(1952-1987)이 1983년에 발표한 캄보디아식 경향소설이다. 작품의 주요내용은 크메르루즈 정권이 전복된 이래 젊은이의 방황과 귀환의 과정을 통해서 크메르 민족주의를 회복하고 당시의 베트남 괴뢰정부에 의해서 수립된 국가를 지키는 내용이다. 소설의 배경은 학살정권 퇴치일인 1979년1월7일 이후의 태국의 국경지대로서, 그곳은 반정부 집단들의 은신처이자 캄보디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당시의 베트남 괴뢰정부에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적대적이고 비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소설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날 주인공 ‘싸락’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밀수업자로 성공하겠다고 태국 국경으로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국경 근처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온갖 착취와 배신, 폭력이다. 그가 지나는 곳마다 총을 든 폭력배 무리가 초소를 만들고 밀수업으로 겨우 먹고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갈취와 살인을 일삼고 있다. 이들 무리에는 단순한 도적 집단도 있지만 당시 국경에서 최고의 위세를 떨쳤던 크메르 해방군(free khmer), 크메르루즈 잔당 등 다양한 집단이 혼재해 있었다.
어릴적 할아버지로부터 캄보디아 전통무술 ‘보까따오(Bokator)’를 연마한 싸락은 어느날 밤길에 도적떼를 만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데, 하필 그 사람이 불량집단의 우두머리였다. 구해준 은공은 뒷전이고 오히려 싸락을 죽이려는데 그곳에서 우두머리의 부인으로 위장해서 임무를 수행중이던 ‘다위’의 도움으로 빠져 나온다. 다위는 싸락을 중국과 태국으로부터 후원받는 반군 초소의 호위병이 되게 한다. 그 후 싸락은 망명을 위해서 국경을 넘다가 태군 군인의 폭행으로 죽다가 살아난 ‘씨원’, 얼음장수로 변장한 정부 스파이 ‘차옴’과 재회한다.
한편, 반군은 프놈펜에 입성해서 베트남 괴뢰정부를 전복시킬 계획에 따라 불량집단에 잠입시켰던 다위가 엉뚱한 열쇠를 가져온 바람에 이번에는 싸락을 급파하려 한다. 그때 싸락은 어릴적 헤어진 누나와도 재회하는데, 사실 그녀는 크메르루즈 잔당의 스파이였다. 그러나 싸락은 반군을 등지고 그저 누나와 여동생같은 씨원과 함께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를 안 씨원이 지난번에 불량집단에 구금되었던 싸락을 구하기 위해서 우두머리의 처소에 있었노라고 밝히면서 그곳에서 우연히 훔친 열쇠 목걸이를 보여준다.
싸락은 열쇠가 크메르루즈 군대의 대량의 비밀병기 창고 열쇠라는 사실을 누나로부터 듣고는 그 열쇠를 반군에 넘길 수 없다는 뜻을 밝힌다. 또한 반정부적인 유언비어로 경도된 누나를 설득한 뒤에 ‘씨원’과 함께 프놈펜 정부에 그 열쇠를 넘기기로 결심한다. 프놈펜으로 떠나는 길에 누나 일행의 배신과 총부림으로 안타깝게도 여동생같은 ‘씨원’이 죽는다. 한편, 반군 내부에서 위기에 처한 다위는 ‘싸옴’의 구원으로 프놈펜 정부를 위해서 일하기로 결심한다. 싸락은 열쇠를 프놈펜 정부에 넘기고 예전의 연인과도 재회해서 결혼한다.
이 소설의 중요한 메시지는 다위가 싸락에게 ‘강에서 표류하는 작은 식물도 언젠가 안착할 곳을 찾으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번성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방황하고 있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게 되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라는 말에 있다. 즉, 소설의 주인공은 보통의 캄보디아 젊은이로서, 당시의 혼란한 캄보디아의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고 스스로 진정한 애국애족의 길을 찾아낸다. 이로써 독자들에게 개인의 행복은 국가와 민족의 안정과 평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자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최초 작성일: 2020년2월13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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