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문학의 민족적 대표성을 띠는 명칭은 크메르 문학이다. 시기적으로 분류하자면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시점을 전후로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크메르 고전문학을 기록의 유무에 따라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문학예술 경향과 유사성을 띰을 알 수 있다. 구비문학은 민간에서 전래되는 설화인데 대부분 불교의 본생담(Jataka), 힌두교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에 기초한다. 기록문학은 주로 왕실이나 불교사원에서 발달했으며 내용과 형식에서 인도문화와 중국문화가 혼재한다.
크메르어의 고대 기록물로서 오늘날까지 전하는 것은 크메르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당대의 비문이다. 다음으로 오래된 것은 팔리어 불교경전을 크메르어로 번역하고 해설해서 승려들이 야자나무잎에 스텐실로 기록한 문서들인데 크메르루즈 정권기 불교가 박해를 받으면서 상당량 유실됐다고 한다. 왕실의 기록물로는 1430년-16세기초의 역사를 기록한 캄보디아 왕실연대기가 전하며, 왕실문학으로는 대표적으로 톰마라짜2세(1629-1634)왕의 시와 태국왕실의 영향을 받은 앙두엉(1841-1860)왕의 작품이 전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1863-1953)는 프랑스문화의 영향, 교육확대로 인한 독서대중의 증가와 인쇄매체의 성장으로 1930년대 후반에 캄보디아에서 산문체 소설의 등장을 촉진시켰다. 여기에는 당시의 서점가를 장악했던 중국과 베트남 소설에 반대해서 당시 일부 문학인들이 불러일으킨 민족주의의 영향도 있었다. 현대문학의 태동기에 등장한 당시의 이러한 소설은 자유로운 형식의 산문,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의 배경 역시 일상적인 상황을 반영함에 따라 전통적인 캄보디아 문학의 양상을 완전히 벗어난 경향이었다.
전통적 캄보디아 문학의 경향은 시([껌납])의 형식을 바탕으로 서정, 서사, 교술, 공연 장르가 발달했다. 『La Litterature Khmere』(Dr. Iv Thong, 2013, pp.130-135)을 토대로 8개의 시 형식에 따르는 각각의 내용과 대표적으로 알려진 작품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① 4언7구체: 자연이나 인물 예찬, 다양한 이야기 예) 「새로운 규칙」
② 4․6조4구체: 불협화음, 비판, 반항 예) 「그물과 물고기」
③ 5․6조4구체: 슬픔, 동정심, 동병상련, 통곡 예) 「행복의 도시」
④ 6.4.6조3구체: 분노, 충돌, 전쟁, 대결 예) 『라마나야』의 「원숭이왕의 분노」
⑤ 6.4.4조3구체: 자연의 경치와 휴양의 즐거움 예) 「껌뽕츠낭의 여자산」
⑥ 7언4구체: 심리 표현과 갈등 전개 예) 「똠과 띠우의 사랑」
⑦ 8언4구체: 두루 쓰이는 형식 예) 「여자의 도리」
⑧ 9언4구체: 애수, 비유, 조롱, 질타, 위협 예) 앙두엉왕의 「까까이」
이 가운데 7언4구체부터 11언4구체는 우동시대(1620-1863)말엽에 등장한 작법으로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비교적 쉬워진 형식이며, 프랑스 식민지 시대 중반에 좀더 자유로운 산문의 등장을 이끌었다고 보인다.
다시 정리하자면, 크메르 고전문학 작품들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구를 4~11음절[프찌엉]로 맞춘 4구[클리어] 또는 7구[클리어]를 각 장[러박]마다 동일하게 구성하는 정형시 묶음집이다. 그리고 각각의 구는 특정 위치의 음절에서 동일한 자음이나 모음을 반복하는 규칙이 있고, 이렇게 반복하는 규칙은 장과 장을 연결할 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4언7구체에서 반복하는 특정 위치를 도식적으로 제시하고 실제 작품에서 반복된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정형적인 형식을 중시하다보니까 캄보디아에서는 시 또는 노랫말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대학원에서 재학할 때 만났던 동기들 중에는 크메르 시인들도 꽤 있었는데 그들이 선물해준 시집들을 펼쳐보면 한눈에 봐도 자로 잰 듯하게 반듯한 구와 장의 배열이 특징적이다. 크메르어문학 전공자들도 ‘시’라고 하면 배우지 못한 사람이 지을 수 없다는 인식이 만연해 보여서 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최초 작성일: 2019년9월6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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