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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문학&예술

캄보디아 문학: 앙두엉 왕의 「까까이(부도덕한 여자)」

by 까페브라운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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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이」 책자의 표지

까까이(Kakey; 부도덕한 여자)앙두엉 왕(Ang Duong; 재위기간 1840-1859)이 왕자 시절에 태국에 볼모로 잡혀서 친태국 인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1815년 태국 왕에게 시문의 형식으로 지어 바친 교설적 이야기이다. 근원적으로는 부처의 전생 설화의 영향으로 창작된 태국 작품 「까까이(Kaki Klon Suphap)」의 중반부까지를 발췌해서 재창작한 작품이다. 그래서 태국 작품에서 전개되는 주인공 여성의 운명과는 달리 캄보디아 작품에서는 참혹한 죽음으로 파국을 맞음으로써 크메르 남성의 여성에 대한 독선적이고 우월적 인식을 보여준다.

 

캄보디아 까까이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 까까이왕비의 부적절한 외도로 인한 비극이다. 까까이는 자스민꽃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여성으로 ‘쁘럼머또앗 왕’의 왕비이다. 왕은 매주 체스 게임(크메르식 장기, "레잉옥")을 즐겼는데, 게임을 같이 하는 사람들 중에는 미남자로 변신한 ‘가루다(인도 신화의 신조(神鳥))’도 있었다. 궁녀들로부터 미남자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까까이는 호기심에 왕이 게임을 하는 처소를 몰래 훔쳐보다가 가루다와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고 이 과정에서 게임에 빠진 왕은 눈치를 못 채는데 그의 신하 꾼톤이 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크메르 체스게임(‘레잉옥')을 즐기는 캄보디아 사람들 (출처: flickr.com)

가루다는 게임을 파하고 원래 모습으로 변신하고는 잠들어 있는 까까이를 강제로 납치해서 자신의 신궁으로 데려온다. 두 사람이 함께한 지 7일이 지난 후에 까까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루다는 미남자로 변신해서 평소처럼 왕궁에서 체스 게임을 한다. 한편, 왕비의 실종과 꾼톤의 보고를 전해들은 왕은 분노로 화를 참을 수 없었지만 보통 때처럼 가루다와 게임을 한다. 대신 도술을 부릴 줄 아는 꾼톤이 진드기로 변신해서 가루다의 깃털에 붙어 몰래 따라간다. 가루다의 신궁에 도착한 꾼톤은 가루다가 외출할 때마다 까까이를 유혹한다.

 

가루다 신상(출처: wikipedia.org)

7일이 지난 후에 왕궁으로 돌아온 꾼톤은 체스 게임을 즐기는 청중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가루다의 신궁에서 까까이와 사랑을 나누었노라’고 자랑스럽게 노래를 불러댔다. 가루다는 인간 대중에게 신성한 명예가 실추되고 농락당한 데 대한 당혹감과 까까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날밤 그녀를 왕궁의 땅바닥에 내던져 버린다. 아침이 되어서 쁘럼머또앗 왕을 대면한 까까이는 그동안 가루다와 꾼톤으로부터 강제로 유린당했노라고 자신을 변호해 보지만 이미 증오심으로 폭발할 것 같은 왕은 그녀를 망망대해에 빠트려 수장시키는 형벌을 내린다.

 

이렇게 캄보디아 「까까이」는 그녀가 바다 한가운데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태국 「까까이」는 바다에서 상선의 도움으로 구출되었다가 해적선에 잡혀서 수모를 당할 찰나에 해적들이 내분으로 자멸한다. 그리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느 홀아비 왕에게 구출되어 그의 왕비가 된다. 한편, 쁘럼머또앗 왕은 까까이를 잃고 슬퍼하다가 후사가 없이 죽어버리자 왕좌를 꾼톤이 차지한다. 꾼톤은 까까이를 데려 오려고 전쟁을 일으켜서 이웃나라를 정복한 뒤에 결국에는 까까이를 자신의 세번째 왕비로 맞이한다.

 

태국 영화 “Kakee" 포스터 (출처: wikipedia.org)

캄보디아 문학계는 앙두엉 왕의 까까이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불교적인 색채를 띠지만 이면에는 크메르주의가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 주요 인물이나 공간적 배경이 불교 설화에 기초하지만 스토리의 핵심은 여성 일방의 정절과 명예를 강요하는 크메르 전통적 세계관이 투영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처럼 여성의 인권이 뜨겁게 부각되는 세상이 되어서는 새롭게 분석되고 비판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역사학자는 단순히 앙두엉 왕 또는 당시 왕실의 편협한 분위기로 볼 뿐 크메르 전통적 관념으로의 확대에 대해서는 반박한다.

 

앙두엉 왕은 「까까이」 이후에도 「쯔밥쓰라이(여자의 법도)」를 지어서 일관되게 여성에 대해서 불공정한 인식과 태도를 이어간다. 그리고 ‘까까이’라는 말은 오늘날까지도 바람피운 여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나 노랫말에서 흔하게 등장한다. 그만큼 이 말은 캄보디아에서 문학적인 스토리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부도덕한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여성들조차도 까까이의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속내는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낙인찍힌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춰서 자신들의 사고나 행동을 단속하는 반면교사로 활용할 뿐이다.

 

 

 

최초 작성일: 20191130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및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발간한 "캄보디아의 이해"(2020) 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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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페이지는 '까까이'가 노랫말로 등장하는 2019년 힙합곡의 음독과 해석을 볼 수 있습니다.

 

សង្សាផិត មិត្តក្បត់ (잘못된 만남) - Tra Kola, 2019년05월 발표

1. 제목: សង្សាផិត មិត្តក្បត់ ​(음독: 썽싸펏 멋끄벗, 한역: 잘못된 만남) 2. 가수: Tra Kola 3. YouTube 발표일: 2019년 05월 18일 4. 내용 및 음색적 특징:   - 자신을 속이고 친구�

modern-khmer-pop.tistory.com

*** 크메르루즈 때 유실됐던 필름을 복원하고 2019년에 올드필름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까까이(Kakey; 부도덕한 여자) 상영 실황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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