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문학(이하 크메르문학)의 정수로서 서열 1위는 단연 『똠띠우(똠과 띠우의 사랑)』이다. 크메르문학을 전공하는 서양 유학생이라면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인이라면 『춘향전』과 대비해서 이해할 것이다. 캄보디아 20대 학생들도 한국문학 작품을 통해서 ‘정절’, ‘일편단심’ 또는 ‘절개’의 표현을 이해하게 되면 으레 『똠띠우』를 거론하면서 연애 또는 결혼관에 대한 사고방식을 피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똠띠우』는 아름다운 설법으로 대중을 매료시키는 젊은 승려 ‘똠’ 그리고 이에 매료된 아름다운 처녀 ‘띠우’가 주인공이다. 띠우는 설법을 마친 똠에게 불교식 예법에 따라 선물을 올리면서 현생에나 다음생 모두 함께 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큰스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똠은 승려복을 벗고 띠우와 몰래 사랑을 시작한다.
띠우의 홀어머니는 자식을 금지옥엽으로 키우며 자신의 여생을 의탁할 수 있는 최고의 신랑감을 사위로 삼고자 한다. 마침내 고대하던 뜨봉크몸 지방의 영주로부터 아들과의 혼례 제의를 받자 딸을 결혼시키려 한다. 그런데 어느날 왕비 후보를 물색하던 왕의 시종의 눈에 띄어 띠우는 수도 롱바엑 왕궁으로 가게 된다. 이에 똠은 목숨을 걸고 왕 앞에서 둘이 연인관계임을 밝힌다. 왕은 담마(순리, 정의, 선 등)에 따라 둘의 관계를 인정한다.
한편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어머니는 병을 핑계로 띠우를 급히 고향으로 귀환시켜 영주의 아들과 혼례 치를 준비를 서두른다. 이에 똠은 왕의 서신을 챙겨서 결혼을 막으려 하지만 띠우의 어머니와 영주의 지시로 살해되고 만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띠우도 똠의 옆에서 자결한다. 그리고 이 둘의 비극을 전해들은 왕은 뜨봉크몸 지방의 영주와 띠우의 어머니 등 사건에 연루된 자들을 극형으로 다스린다.
이 작품은 싸옴(1852~1932) 큰스님이 1915년(프랑스식민지 시대)에 민간에 전승되던 이야기를 수집해서 크메르식 율문체로 정리한 산문문학이다. 한국의 조선시대 ‘가사’ 장르처럼 이야기를 일정한 운율로 서술했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똠의 경우에 기존의 관습과 질서를 개인의 능력으로 거부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에 중세에서 근대로 가는 과도기적인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의 시대 배경은 크메르제국 쇠퇴기로서 깜뽕츠낭의 롱바엑이 수도였던 시대(1529~1594)이며, 장소는 뜨봉크몸 지방이다. 내용상으로 당시 롱바엑에 거주하던 왕이 뜨봉크몸 지방을 강력한 통치 아래 두지 못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불교식 생활과 관습, 결혼 풍습, 당시의 징벌제도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사료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는 죽음으로도 가를 수 없는 똠과 띠우의 사랑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똠띠우』는 정말 사랑한다면 좀더 지혜로울 것을 당부하는 것 같다. 크메르 여성과 결혼하려는 어떤 남성이라도 단언컨대 사랑하는 그 여자와의 삶만 고려대상이 될 수는 없다. 캄보디아의 결혼 풍습에 따라 반드시 아름다운 그녀 뒤에는 생계를 함께하려는 나머지 가족이 있다. 그런 이유로 똠이 큰스님의 당부에 따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다면 부귀와 명성을 얻어서 띠우의 가족을 안심시키며 당당하게 결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초 작성일: 2019년4월17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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