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씨싸못(1932~1976)은 가수 겸 작곡가로서 1970년대까지 캄보디아식 로큰롤 음악을 유행시키며 대중음악을 주도했다. 크메르루즈 시기에 운명을 달리했지만 오늘날까지도 그의 음악은 계속적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현대 크메르팝의 중심에는 단연 쁘리읍쏘왓이 있다. 그는 1995년 21세의 나이에 데뷔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현재까지 다양한 음악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 잡지에서도 시원스런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로 친근한 중년 아저씨의 미소를 날리며 제품 광고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오늘날 캄보디아 20대 젊은이들은 씬씨싸못이나 쁘리읍쏘왓의 노래를 들을까? 2019년 7월경에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즐겨 듣는 크메르팝 10곡을 선정해 봤다. 그런데 그들의 선곡표에서는 아쉽게도 쁘리읍 쏘왓도 없었고 씬씨싸못의 음악적인 스타일도 없었다. 다만 그들이 키워낸 후배 가수들이 활약하고 있었고 심지어 쁘리읍 쏘왓의 아들 3형제도 당당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했다. 이제 알고 들으면 음악이라고 할 만하고 더이상 시끄러운 소음도 아닐 수 있는 크메르팝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곡표를 준비하던 시점에 프놈펜 시내의 카페에서 어김없이 들렸던 곡이 바로 ‘층아이(멀리서)’였다. 학생들과 여행을 갔을 때도 이 노래로 떼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싱그러운 젊음과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사는 유학생이 고국의 연인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한 ‘층아이따에까이(떨어져 있어도)’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인공인데 슬프지 않고 통통 튀는 매력이 돋보이는 힙합댄스곡이다. 유사한 주제의‘뻴벙벗프넥(눈 감으면)’은 가수의 청량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노래 선율을 더없이 로맨틱하게 한다.
머스타시 밴드의 ‘먹끄라오이께(내가 늦었어)’는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을 노래하는데, 특히 메인 보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다른 여러 곡의 인기에서도 증명하듯이 20대 팬층이 남녀불문하고 두터워 보인다. 옥 쏘꾼깐냐는 한국의 이효리가 연상될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와 음악적 재능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Sorry무이리언덩(백만 번 Sorry)’은 이별의 책임을 인정하는 여자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반면에 ‘함(금지)’에서는 남자의 배신에 서슬퍼런 여자가 오뉴월 서리라도 내리게 할 기세가 느껴진다.
바으벙밧까쩡짬(기억을 잃어도)’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쁘렁으이(외면)’는 짝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원망을 노래한다. ‘까에우프넥(눈)’은 훈훈한 외모에 귀엽고 통통 튀는 듯한 쁘리읍 소왓의 아들 3형제가 캄보디아의 천연 휴양림과 사원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노래하고 있어서 흡사 캄보디아 관광청 홍보 앨범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 외에도 선곡표에는 없지만 관심을 가져볼 만한 크메르팝으로는 뜨라 꼴라, 완다, 디메이 깜보 등이 부른 힙합곡이 있다.
뜨라 꼴라의‘썽싸펏 멋끄벗(연인과 친구의 배신)’은 배신한 연인과 친구를 디스(험담)하는 내용이라서 욕말이 많은데 꽤 조리에 맞는데다가 대표적인 크메르 문학작품의 내용을 소재로 사용해서 상당히 흥미롭다. 완다의 ‘쪼우!(와우!)’에서도 저열한 표현이 난무하긴 하지만 내용 있는 줄거리를 기대하지 않고 크메르어와 영어 노랫말이 만들어내는 라임과 비트에 귀와 몸을 맡기면 될 듯하다. 디메이 깜보는 지난 5월 예술가의 표현 자유와 창작 의욕을 꺾게 만들려고 관계 기관에서 시도했다는 기사로도 알려진 바 있다.
그의 노래 ‘썽꼼니(이 사회)’는 2018년 12월에 출시됐는데 제3국에 망명하는 사람들, 타협을 모르는 권력자들, 빈부격차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 무기력한 지식인, 죽임을 당하는 애국자들, 무차별적인 중국인의 유입과 황폐화되는 관광지 등에 대해서 나열한다. 2019년 4월에 출시된 노래는 저항의지를 잃은 정치인과 토지분쟁에 희생되는 힘없는 땅주인,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의 캄보디아 역사 왜곡 등을 거론한다. 디메이 깜보의 노래에는 욕말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현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 선동적인 가사가 큰 축을 이룬다.
최초 작성일: 2019년8월20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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