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소재하는 국가의 제1 대학인 왕립프놈펜대학교(Royal University of Phnom Penh; RUPP)에는 외국어대학(Institute of Foreign Languages; IFL)에 한국어학과가 있습니다. IFL은 2002년부터 한국어 단기과정을 개설했고 2007년(가을학기)부터 학부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한국-캄보디아 협력센터(Cambodia-Korea Cooperation Center; CKCC)가 정식으로 운영되면서 한국문화행사 및 한국어 단기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RUPP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매년 1~2회 학생회 전체 회의를 실시합니다. 한국어학과 학생조직위원회에서 주관하고 대체로 학과 소개(연혁, 교강사진, 동아리, 학생조직위 등), 학업 성공전략, 졸업후 진로, 애로사항과 질의응답, 친목강화활동 등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다소 딱딱하지만 사뭇 진지한 내용과 함께 기대되는 순서는 바로 학년별로 내로라하는 장기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펼치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공연했던 장기는 껌플라엥(개그 꽁트), 크메르 전통 춤, 전통악기 연주, 보까따오 시범, 사물놀이, K-Pop 춤과 노래 등 아주 다양합니다. 실제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중에는 연예기획사에 소속하는 전문 백댄서도 있고, 캄보디아 전통무술 보까따오 국가대표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어떤 장기를 가진 학생들이 입학했냐에 따라 매년 다른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 해에 학생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K-Pop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기도 합니다.
한국어학과 학년 대표이면서 태국어 전문강사이기도 한 그녀가 연주하는 악기의 이름은 삔(ពិណ)이라고 하는 크메르 전통의 하프입니다. 캄보디아 고대부터 전래됐으며 힌두교적인 연희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불교가 국교로 되면서 점차 관심에서 멀어져 캄보디아에서는 소실된 악기입니다. 현대에 와서 민속음악 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으로 주변국 특히 미얀마 등지에서 유사한 악기를 참조하여 복원되고 있습니다.
2019년은 BTS 때문에 한국어학과가 빛났고 CKCC의 단기과정 수강생들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넘쳐 보였습니다. BTS의 "봄날"을 열창했던 학생들은 당시에 모두 1학년이었습니다. 남학생은 IT관련 업종에 종사하는데 평소에 엄청 과묵해서 대하기가 조심스러운 학생이었어서 저렇게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달달한 목소리로 열창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학생도 무척이나 열심히 사는 학생인데 늘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파워풀한 가창력까지 있을 줄이야!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격렬한 K-pop 댄스까지 두세 차례 솔로와 합동으로 공연해서 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공연후에 "선생님, 제 공연 어떠셨어요?"라고 묻는데, 당연히 "최고최고"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렇듯 20대 젊은 학생들의 저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볼 때면 교실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모습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내가 참 한계가 많다는 자각이 듭니다. 사실 한국어 실력 내지는 대학교육 없이도 그들의 춤과 열정은 얼마든지 가치화가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어 공부에서도 큰 성과를 내던 학생이 연예기획사에 스카웃돼서 학업을 종료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연예기획사 소속의 학생이 입학한 경우도 있어서 무대복장이 아닌데도 모습이 하도 묘해 교실에서 적응 안 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 무대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마치고 내려와서는 나한테 특유의 너무나 순수한 표정과 목소리로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참 똑똑하고 좋은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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