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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역사&전통

캄보디아 명절: 조상의 혼을 위로하는 “프춤번”

by 까페브라운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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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춤번 관련 포스터(출처: rac.gov.kh)

 

한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인데, 이 추석 다음 날인 음력 8월 16일부터 캄보디아에서는 프춤번이 시작된다. 한국 불교에서도 행하는 백중과 유사한 프춤번과 관련 용어를 알아보고자 한다.

 

프춤번 vs 깐번

프춤번 동안에 조상들을 위해 음식을 차리고 스님들 앞에서 기도하는 신도들(출처: wikipedia.org)

 

 

올해 918일부터 101일까지는 캄보디아에서 프춤번 기간이다. 프춤(Phchum)’모으다를 의미하고 (Ben)’은 라이스볼이나 미트볼과 같이 뭉쳐진 음식물을 의미한다. 이 같은 ‘번’은 불교 신자들이 자신들의 위로 3대, 자신의 대와 아래로 3대 조상들에게 바치려고 대략 7군데 사원에 가져가는 음식물이다. 사원 경내에 을 모아서(‘프춤’) 진열해 놓으면 그 앞에서 스님들이 염불을 해서 귀신들이 이 음식을 먹게 한다고 믿는다. 무수한 신도들이 15일 동안 사원에 갖다 바친 음식물은 전국의 노숙자,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눈다.

이렇게 평신도들이 행하는 행사를 '깐번'이라고 하는데, 이 '깐번' 행사는 14일 동안 진행한다. 참고로 왕실에서도 '깐번'을 수행하는데, 이 경우에는 11일차부터 15일차까지의 기간에 한다. (Kan)’쇠다(to hold)’를 의미하고, (Ben)’은 크메르어 사전에 따르면 죽은 자들에게 음식물을 바치는 행사 자체를 의미하기도 해서 프춤번의 줄임말이다. 프춤번의 15일째 날은 프춤톰(큰 모임)’이라고 한다. 이날은 조상들이 집으로 와서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는 저녁 5시부터 6시까지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이날의 앞뒤를 포함한 3일간이 공식적인 연휴이다.

 

귀신 이야기: 뿌럴렁크마오잇 vs 뿌렛

죽어서 모두 귀신이 된 세 사람이 있었다. 먼저 두 사람은 현생에서 죗값을 치른 ‘뿌럴렁크마오잇(혼백)’이 되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죗값을 치르지 못해서 지옥에 갇힌 ‘뿌렛’이 되었다. 첫 번째 혼백은 후손들이 프춤번 의식을 통해서 음식을 대접했다. 그런데 두 번째 혼백은 아무런 음식도 대접받지 못했다. 좋은 친구였던 첫 번째 혼백이 나눠준 음식을 먹으려 했더니 그 음식에 불이 붙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혼백은 화를 내면서 7군데의 사원을 돌아다녔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음식을 찾지 못하자 자손들이 실패하고 불행하도록 저주하기로 했다.

한편 세 번째 귀신인 ‘뿌렛’은 죗값을 다 치르기 전까지 지옥에 갇혀 있어야 해서 대낮에 자손들이 프춤번 의식을 통해 차린 음식을 받아먹지 못하는 형편이다. 프춤번 기간인 보름 동안에 지옥에서 특별히 문을 열어주는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인간 세상에 잠깐 나올 수가 있는데, 이 시간에는 ‘버바이번’ 의식을 통해서 음식을 받아먹을 수 있다. 이때 ‘버(Bah)’는 ‘던지다’를 의미하고, ‘바이번(BaiBen)’는 ‘밥알을 뭉친 것’이다. 불교 신자들은 새벽마다 7군데의 사원을 돌면서 유골탑 주변에 ‘바이번’을 던지거나 놓아두면 자신들의 죄 많은 조상인 ‘뿌렛’이 먹는다고 생각한다.

 

12 '뿌렛' 귀신(출처: kleykley.sabay.com.kh)

 

 

‘뿌렛’ 귀신을 위한 ‘바이번’(출처: kohsantepheapdaily.com.kh)

 

 

명절음식: 놈언썸

놈언썸쭈룩(출처: wikipedia.org)

 

 

놈언썸(Num ansom)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주먹밥의 일종으로, 먹거리가 부족한 건기 시즌이나 전쟁, 기근, 재해 발생 시 비축했던 놈썬썸(저장음식)’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은 프춤번에 조상에게 제물로 바치거나 일상적으로 먹기 위해 만들고 판매도 한다. 바나나를 찹쌀로 감싸고 바나나잎으로 포장한 것을 쪄내면 놈언썸쩨익(바나나 언썸)’ 또는 놈언썸니(암 언썸)’라고 한다. 바나나 말고 콩과 소금으로 간한 돼지비계를 넣은 것은 놈언썸쭈룩(돼지고기 언썸)’ 또는 놈언썸츠몰(수 언썸)’인데 크기가 상당해서 때로는 5kg 또는 6kg까지 나간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프춤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사원을 방문하는 등의 전통적인 활동 외에도 리조트나 친척 집을 방문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프춤번은 캄보디아 불교 신도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어서 이러한 전통 활동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져 왔다. 젊은 세대도 이른 새벽에 바이번 의식을 참석하고 오전에는 전통 의상을 갈아입고 음식을 준비해서 사원에 가는 등 문화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최초 작성일: 2024년09월20일

1차 수정일: 2024년09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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