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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역사&전통

캄보디아 문화: “물총” 들었다고 뭇매 맞는 연예인들

by 까페브라운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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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직장인일 때 연초 워크숍의 일환으로 강원도의 유명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다. 첫날 아랫마을에서 영양백숙과 술을 곁들인 회식을 하고는 야심한 밤에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겨우 견디며 산 중턱의 숙소를 향해 등반하던 중이었다. 그때 산골의 적막을 깨며 웬 SUV 차량이 곁에 멈추길래 우리는 발품을 덜려나 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분은 다름 아닌 사찰의 총무 스님이셨다. 그는 우리들의 무례한 태도를 꾸짖고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남기고는 무정하게 사라져 갔다. 그 후 우리는 사찰에 머무는 내내 사찰의 법도를 따라 새벽기도까지 참여하며 쇄신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했다.

 

 

≪올해는 대박 행복할 듯(츠남능써바이클랑)≫ 뮤직비디오의 가수 "케메락 세레이몬"(출처: kampucheathmey.com)

 

 

현재 캄보디아 연예가는 크메르 새해를 즈음하여 대표적인 연예인 몇몇이 물총을 쏘는 행동 때문에 뭇매를 맞고 있다. 정통과 힙합을 아우르는 베테랑 가수인 옥냐 “케메락 세레이몬(Khemarak Sereymun)”은 지난 319일에 4월 캄보디아 새해를 겨냥해서 올해는 대박 행복할 듯(츠남능써바이클랑)이라는 신곡을 발표했다. 캄보디아 가요계에서 최정상권인 그는 불혹(40)의 나이에도 최신 유행을 좇아 젊은이들의 최애 액티비티인 대형 형광색 물총을 쏘아대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러나 곡이 발매되기 전에 이미 3월 18일부터 프놈펜시를 비롯한 종교예식부, 교육부와 지자체는 크메르 새해 “송크란 축제”에서 물 뿌리기, 물총 쏘기, 물 폭탄 던지기 등을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는데도 케메락 세레이몬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캄보디아 대표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선수, 크메르 전통 "송크란 축제" 회귀 촉구(출처: popular.com.kh)

 

 

이에 대해 3월 22일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 선수는 근래 크메르 새해 “송크란 축제”가 ‘전통’은 없이 물대포와 물총을 난잡하게 쏘아대는 무질서만 기억하게 됐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러한 각성에도 불구하고 가요계의 대표 어른인 케메락 세레이몬은 3월 28일자 보도에서도 보듯이 자신의 곡이 “전통이 아닌 요즘 스타일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우쭐거림으로써 한동안은 “상황”를 직시하지 못하고 꽉 막힌 꼰대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증폭하는 비난 속에서 유튜브 조회수 1백만을 돌파했을 무렵인 4월 8일자 보도에서 결국은 해당 뮤직비디오를 삭제하기로 했음을 전했다.

 

쿠엉스렝 프놈펜 시장, 2022년4월 크메르 새해를 맞이하여 물총 쏘기나 물폭탄 던지기 등의 행위를 금지하도록 권고(출처: popular.com.kh)

 

 

변명한답시고 케메락 세레이몬은 플라스틱 물총에 대해 유럽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대중은 그의 퍼포먼스를 태국식 “송크란 축제” 관행을 따라한 것으로 매도했다. 이렇게 되면 캄보디아 국왕이 하사한 옥냐작위까지 있는 그로서도 더이상 버텼다가는 역적이 될 판이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올해 2월에 캄보디아는 훈마넷 총리가 크메르식 “송크란 축제”를 2025년에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근저에는 태국이 자기네 “송크란 축제”를 작년 12월에 공식적으로 등재했기 때문에 크메르 전통 문화유산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캄보디아로서는 태국에 대해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다는 데 있다.

 

태국에서 물총 싸움을 하면서 즐기는 "송크란 축제" 모습(출처: expatliving.sg)

 

 

작년이나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도 캄보디아에서 물총 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보도는 늘 있었다. 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받을 수는 없었다. 작년까지는 물총 쏘는 행위가 차량 운전자를 당황하게 해서 사고를 유발한다거나 가뜩이나 건기로 물부족이 심화하는 데에 따른 물 절약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그저 권고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물총 쏘는 행위가 크메르 전통이 아니라 태국식이라는 이유가 크게 대두되면서 무심코 물총 든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다가는 생각 없는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태국에서 물총을 들고 "송크란 축제"를 즐기는 유명배우 꽁짠스레이몸(출처: popular.com.kh )

 

 

마침 유명배우 꽁짠스레이몸(Kong Chan Srey Mom)이 크메르 새해 연휴에 태국에서 물총을 들고 송크란 축제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했다가 캄보디아 대중의 뭇매를 흠씬 맞고 있다. 감히 태국의 축제를 참여하는 사진을 게재하다니 캄보디아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나라를 홍보하는 데는 뒷전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바야흐로 국가를 배신한 연예인으로서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받는 가운데 한동안 그녀는 해당 사진만 삭제한 채 왜 이렇게 강한 비난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얼떨떨한 모양새이다. 마침내 이틀여의 침묵 끝에 4월 19일 공개 사과를 통해 '생각없이' 행동했음을 인정했다.

 

크메르 새해 "송크란 축제"에서 전통 민속 놀이인 '줄다리기' 모습(출처: phnompenhpost.com)

 

 

 

최초 작성일: 2024년4월19일

1차 수정: 2024년4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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