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가장 큰 포유류로서 많은 문화권에서 신의 상징으로 숭배된다. 코끼리를 형상화한 조각과 회화는 위대한 힘, 보호, 지혜, 용맹 및 행운을 나타낸다. 힌두교 신화에서 코끼리는 신들의 왕으로 군림하는 인드라 신의 탈것이다. 그래서 캄보디아 설화는 인간으로 환생한 인드라 신을 향해 코끼리가 무릎을 꿇어서 그를 왕좌로 인도한다. 조각이나 회화에 따라서 머리가 3개 혹은 5개 등으로 표현된다. 불교에서도 부처의 탄생 전에 어머니가 흰코끼리 태몽을 꾸었다고 해서 특히 흰코끼리는 고귀함과 최고 권력을 상징한다. 프놈펜 왕궁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왕이 아직 멸종되지 않은 흰코끼리를 타고 행차했다.
이외에도 힌두교 신화에는 코끼리 머리와 인체를 가진 가네샤 신이 있다. ‘지혜’의 신이자 ‘장애와 불운 퇴치’의 신으로 알려진 그는 시바와 파르바티의 아들이다. 토속신으로서 후대에 시바 신화와 관련지어서 편입된 새로운 신인데, 고대의 동물숭배 영향이라고 간주한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에는 보이지 않고, 가네샤 관련 신앙은 6세기 전후에 발생했다고 본다. 캄보디아에서도 앙코르 이전 시기부터 가네샤에 대한 숭배가 시작되었다. 주로 서 있거나 앉은 모습으로 표현되며, 일반적으로 사원의 입구에 배치하였다.
신화에 따르면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는 아이를 원했다. 그러나 시바는 출가해서 아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대신 파르바티의 옷으로 인형을 만들고는 살아있는 아이가 되도록 했다. 그러나 진짜 어머니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아이는 얼마 살지 못하고 머리가 잘린 채 죽어버렸다. 그때 하늘에서 "시바여, 아이를 살리고 싶거든 몸통에 다른 머리를 얹도록 하라"고 일러주었다. 이에 시바의 탈것인 황소 난딘(Nandin)이 낮잠에 빠진 코끼리(인드라 신의 탈것)의 머리를 잘라서 아이의 몸통에 붙였다. 이렇게 해서 신들의 경배를 받으며 "가네샤(Ganesa; 군중의 지배자)"가 되었다.
오늘날 캄보디아 코끼리는 아시아 코끼리 속에 속하는 멸종 위기 동물이다. 역사가들은 고고학적 유적을 바탕으로 앙코르와트 사원단지 건설에 6,00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현재는 주로 카르다몸 산맥과 몬둘끼리 지방의 동부 평원에 약 400-600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있으며, 약 100마리의 길들여진 코끼리가 보호를 받으며 생활한다. 이조차도 서식지 손실과 밀렵으로부터 코끼리를 보호하려는 단체의 여러 보전 노력이 뒤따른다. 노역에서 해방된 코끼리를 보호하는 단체에 따르면, 한 마리의 코끼리에게 들어가는 연간 먹이 비용이 무려 $12,000이라고 한다.
코끼리는 과거에 앙코르와트에 살았던 크메르 왕과 귀족들이 운송, 전쟁, 의식 및 의례에 사용했다. 12세기 또는 13세기에 조각된 바이욘 사원의 부조는 운송 수단으로 사용되는 코끼리를 무수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한때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인기 상품인 ‘코끼리 타기’가 동물 학대로 비판받는다. 특히 2016년에 삼보라는 이름의 코끼리가 앙코르와트에서 관광객을 태운 채 열사병으로 사망한 이래 캄보디아 정부는 이러한 액티비티를 2020년부터 금지했다. 대신 관광객들은 코끼리 보호구역을 방문하거나 멀리서 관찰하는 등의 더 윤리적이고 정중한 방식으로 코끼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또한 캄보디아에서도 그림 그리는 코끼리가 활약 중인데, 따마오산야생동물센터(PTWRC)의 럭키(Lucky)가 유명하다. 럭키는 생후 6개월 때 밀렵꾼들로부터 구조되어 센터에서 살고 있으며, 정신적 자극과 보상에 따라 그림 그리기를 즐기며 코끼리 보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림을 판매한다. 프놈펜 사파리공원에서도 이름 없는 코끼리가 몸통에 있는 붓으로 캔버스에 꽃과 나무를 칠할 수 있다. 그러나 코끼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해로운 훈련 방법이 포함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이 관행의 윤리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최초 작성일: 2023년3월10일
1차 수정: 2023년4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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