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고전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의 동남아시아 버전에는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에서 가장 유명한 황금빛 인어공주 “쏘완마차(Sovann Maccha)”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녀는 힌두 신화에서 악마들의 왕이자 랑카섬의 지배자인 라바나(Ravana) 왕의 딸이다. 당시에 여색에 탐닉했던 라바나 왕은 사슴으로 변신해서 라마 왕자의 아내인 시타 부인을 납치해서 자신의 왕국에 감금했다. 이에 따라 라마 왕자는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원숭이 대장과 그의 수하인 하누만 장군을 조력자로 해서 랑카섬을 쳐들어가는 작전을 세웠다.
뭍에서 랑카섬으로의 출병을 위해서 하누만(Hanuman)의 원숭이 군대는 오늘날의 인도 대륙과 스리랑카 섬을 잇는 다리를 건설하려 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거대하고 무거운 바위를 들어 올려서 물 위로 가져온 다음에 촘촘하게 깔았다. 그런데 작업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고군분투하여 겨우 옮겨서 깔아놓은 바위는 다른 바위를 가지러 갔다 왔을 때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던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됨에 따라 마침내 자신들의 대장인 하누만에게 알리게 되었다.
하누만도 이를 괴이하게 여겨서 조사를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수색 끝에 멀리서 헤엄치던 인어들의 무리를 발견했는데, 그네들 손에는 거대한 바위가 들려 있었다. 바로 인어들이 원숭이들의 바위를 제거하고 다리 건설의 진행을 방해한 것이었다. 원숭이들은 인어들을 잡기 위해서 천천히 이쪽저쪽을 헤엄치면서 다가갔다. 이때 하누만은 인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황금 인어 쏘완마차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다른 인어들에게 다리 파괴를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누만은 쏘완마차가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후방이나 측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 희롱하는 듯한 하누만의 태도에도 아랑곳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며 물속을 헤엄치던 쏘완마차도 결국은 그에게 제압되고 말았다. 일개 원숭이에게 잡혀서 황망하고 분노한 나머지 그녀는 황급히 헤엄쳐서 멀리 달아났다. 하누만도 원숭이 특유의 곡예 동작인 공중제비와 수레바퀴 돌기를 시연하며 그녀를 공격적으로 쫓았지만, 그녀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더 이상 잡히지도 않았다.
옥신각신하는 동안 하누만은 자신이 쏘완마차를 점점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공격성을 거두고 구애 모드로 전환했다. 이심전심이라서 쏘완마차도 하누만을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하누만이 다리 건설의 진행을 방해하는 연유를 묻자, 그녀는 라바나 왕이 부친이라서 그랬노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누만으로부터 라바나 왕과 시타 부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듣게 된 쏘완마차는 다른 인어들에게 원숭이 군대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다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지시했다.
한편 하누만은 시타 부인 구출 작전을 위해 랑카 왕국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대업 때문에 쏘완마차와 헤어져야 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라마 왕자와 그의 동생 락슈마나 왕자는 지하세계의 통치자인 마이야랍(Maiyarab) 왕에게 납치되어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마이야랍 왕은 라바나 왕과는 형제지간으로서 라마 왕자 형제를 희생제의 제물로 쓸 작정이었다. 하누만은 이들의 구출을 위해 마이야랍 왕을 쫓다가 어느 연못에 이르러서 상체는 원숭이에 물고기 꼬리를 한 적과 대치하게 되었다. 지하세계의 수문장이던 그는 바로 하누만과 쏘완마차의 아들인 마차누(Macchanu)였다.
치열한 교전 끝에 마차누의 강력한 전투력에 감복한 하누만은 통성명을 통해 서로가 부자 관계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마차누는 태어나자마자 뭍으로 보내져서 마이야랍 왕으로부터 길러졌기 때문에 양아버지를 배신해서 지하세계의 문을 직접 열어줄 수는 없었다. 대신 수수께끼를 내서 하누만이 연못의 연꽃에 숨겨진 지하세계의 입구를 찾아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하누만은 마이야랍 왕의 목을 베고 군대를 파괴함으로써 라마 왕자와 락슈마나 왕자를 구출했다.
최초 작성일: 2022년9월1일
1차 수정: 2023년4월14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구독, 기타 댓글로도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드려요^^
'캄보디아 이해 칼럼 > 문학&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소설: 최초의 애정소설 『소팟』 (0) | 2023.05.29 |
---|---|
캄보디아 소설: 젊은이들의 시대적 사명을 그린 「꿀리껌나엔」 (2) | 2023.05.25 |
캄보디아 소설: 「씀네악버란(운전기사 Mr. 씀)」 (4) | 2023.04.18 |
캄보디아 연극: 극본 “사장님, 나빠요!” (1) | 2023.04.16 |
캄보디아 설화: 깜뽓주, 황금 북의 여인 “니엉 뜨랄 미어” (2) | 2022.08.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