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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문학&예술

캄보디아 설화: 깜뽓주, 황금 북의 여인 “니엉 뜨랄 미어”

by 까페브라운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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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중심가에 들어섰다는 표식으로 바닷물 위에서 거대한 집게발을 들어 환영하는 게(출처: lifeasahuman.com)

 

깜뽓은 시하눅빌이 해양관광도시를 꿈꾸는 통에 예전의 자연스러운 멋과 정취가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중심가에 들어섰다는 표식으로 바닷물 위에서 거대한 게가 집게발을 들어 환영한다. 이어 현지인 일행들이 바닷물에 뛰어들 요량으로 더 달려가다 보면 모래사장이 나오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방파제 끝에 웬 여인이 옷도 걸치지 않은 하얀색 석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저 여인은 뭘까? 뱃사람인 낭군이 풍랑에 휩쓸려 생사를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기라도 하는 걸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깜뽓 해안가에 수놓은 캄보디아인의 애통한 심사 한 자락을 엿볼까 한다. 

 

껩주의 해안가 방파제 끝에 있는 ‘ 니엉 뜨랄 미어 ’ 석상(출처: newseworld.news.blog)

 

고대의 캄보디아는 국경이 지금의 중국과 맞닿아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비단을 짜는 기술이 뛰어나서 캄보디아 왕과 관리들은 항상 매년 비단 제품을 사들이곤 했다. 당시에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 살았는데 살결도 유난히 희고 미모도 빼어나서 까에우 써(Kao Sar)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녀는 수를 놓고 비단을 짜는 데 능숙해서 그녀가 생산하는 크메르 실크 제품은 섬세하고 윤기가 나서 탁월했다.

 

니엉 뜨랄 미어 ’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브 썸네일(출처: youtube.com/watch?v=m8Oys4lsxh4)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염료를 찾아서 숲으로 나섰다가 그녀는 밝게 빛나는 붉은색 돌덩이를 발견했다. 어머니가 황금이라고 알려줘서 팔기보다는 금세공인을 통해 베틀의 북(shuttle[뜨랄])으로 제작했다. 그리고는 황금 북으로 최고의 비단 제품을 만들도록 비슈누 신에게 기도드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황금 북을 단 두 회 놀리는 것으로 최상급의 아름다운 비단 제품이 완성되었다. 얼마지 않아 그녀의 가족은 깜뽓주에서 큰 부자가 되었고 캄보디아 왕은 그녀에게 ‘황금 북의 여인’이라는 의미의 ‘니엉 뜨랄 미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그녀의 재주와 ‘황금 북’의 존재는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중국 왕은 그녀의 능력과 황금 북을 가로챌 속셈으로 자기 아들과 혼인할 것을 종용했지만 ‘니엉 뜨랄 미어’에게는 이미 연인이 있었다. 또한 중국인은 일부다처제에다가 자신이 왕족의 부인이 될 운명은 아니라고 여겼다. 이러한 거절에 대해 중국 왕은 분노해서 압박했지만 캄보디아 왕도 그녀의 결정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왕은 뜻을 접지 않았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니엉 뜨랄 미어’는 서둘러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숲으로 잠적해서 살기로 했다.

 

그렇지만 평소처럼 비단 짜는 일을 멈추지 않아서 하인을 통해 어머니에게 비단을 전해주곤 했다. 어느 날은 하인이 중국 연희단의 공연에 심취해서 그만 들고 있던 비단을 중국 왕의 추적자들에게 노출하고 말았다. 중국인 추적자는 하인을 황금으로 유혹하여 ‘니엉 뜨랄 미어’의 소재를 파악한 뒤에 그녀의 은신처를 포위해서 불을 지르고 완전히 파괴했다. 그녀의 남편은 화상을 입은 그녀를 구하고 가축들을 모두 풀어주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때 외양간에 있던 백마는 도망가지 않고 이들 부부를 태워서 바닷가로 데려갔다.

 

불이 난 외양간에서 도망가지 않고 이들 부부를 태워서 바닷가로 데려간 백마(출처: rumdoulmag.wordpress.com)

 

이때 그녀의 남편은 추적자들을 따돌릴 목적으로 배를 탔다가 결국은 목숨을 잃었고 ‘니엉 뜨랄 미어’ 앞에는 난파된 배만이 남편의 죽음을 시사할 뿐이었다. 중상을 입었던 그녀 역시 황금 북을 바다를 향해 멀리 던지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목숨을 잃었다. 죽기 전에 그녀는 “만약에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지금 남편의 아내로 살 것이며 오직 캄보디아에서 이 황금 북으로 비단 짜는 일을 하기로 소원하노라”고 기도했다.

 

바다에 던져진 황금 북은 오늘날 ‘꺼 뜨랄’이라는 섬으로 남아 있으며 현재 베트남령인 푸꾸옥섬(phố Phú Quốc)으로 잘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 땅이었지만 베트남령으로 되면서 분쟁거리가 되는 섬으로 캄보디아에서는 ‘ 꺼 뜨랄 ’, 베트남에서는 푸꾸옥섬 (ph ố Phú Qu ố c) 으로 불림(출처: cwcicambodia.net)

 

 

최초 작성일: 2022년2월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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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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