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은 한국사 특강에서 ‘역사를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강연자의 질문은 캄보디아인들에게 한국 역사를 통해 한국어 수업을 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이때도 첫 번째 단원은 항상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한국어 교재는 현 집권당의 치적을 선전하는 용도라고 적시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이해하고 깨닫는다는 ‘온고지신’을 통해 역사 학습의 필요성을 강화할 뿐이다. 결국은 교과서 밖에서 귓등으로 들었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진실을 캄보디아에서야 수긍하는 중이다.
캄보디아는 최근에 6학년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보완했다. “크메르 번영을 향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해당 역사 교과서 표지는 프놈펜 인근 껀달주의 윈윈 기념비(Win Win Memorial) 이미지가 실려 있다. 그리고 기존 내용과 함께 캄보디아구국연합전선(Kampuchean United Front for National Salvation)의 역할, 윈윈 정책, 훈센 총리의 크메르루주를 진압한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집권당인 캄보디아국민당(CPP)의 탄압을 피해 해외에 망명한 야당 의원 중에는 캄보디아 정부가 이웃 나라(베트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써서 역사를 왜곡하고 캄보디아 역사를 배신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윈윈 기념비는 2018년 12월 29일 제막식 당시에 베트남 국방부 장관과 캄보디아 주재 베트남 대사가 참석할 만큼 축하를 받았다. 당시 훈센 총리는 연설을 통해 베트남군의 도움으로 적절한 시기에 뽈뽓(Pol Pot) 정권을 전복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기념비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역사적인 관계를 상기시키는 장소로, 양국 간의 전쟁과 평화의 과정을 동시에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일까? 제막식이 있은 지 얼마지 않아 기념비의 디자인이 베트남 전역에도 있는 베트남 전쟁 종전 기념비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로써 반베트남 정서를 기조로 하는 야당 계열은 훈센의 윈윈 정책을 캄보디아인이 아닌 베트남을 위한 것이라고 야유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처럼 논란이 있는 기념비 이미지를 역사 교과서의 표지로 실을 정도로 경도되어 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 중인 전 야당 지도자 삼랑시(Sam Rainsy)는 전 총리 훈센이 차세대를 위한 커리큘럼에서 캄보디아 역사를 삭제하고 자신의 역사로 대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고대 역사와 크메르 영웅에 대한 무례라고 질타했다. 이 같은 각계의 비판에 직면하여 제기된 논란을 반박한 헝쭌나론(Hang Chuon Naron) 교육청소년체육부 장관은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에 대해서만 말하기 위해 직업적 윤리 강령을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훈마넷 총리도 교과서에 어느 나라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윈윈 기념비는 다름 아닌 캄보디아 국민들 간의 내전을 끝내기 위해 단결한 캄보디아 국민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확인했다.
“크메르 번영을 향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6학년 역사 교과서는 사회주의 왕정 시기부터 현재 왕국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1장은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사회주의 왕정과 평화의 섬 기간을 다루며, 당시의 수장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의 치적을 다룬다. 2장은 1970년부터 1975년까지 크메르 공화국을 다루며, 당시 생활 조건, 분열의 원인, 정부 쿠데타, 크메르 공화국의 종말을 다룬다. 3장은 1975년부터 1979년까지의 민주캄푸치아와 킬링필드 기간을 다루며, 정권과 극단주의 지도부, 크메르루즈 시대의 수도 상황, 국민의 생계와 새로운 정체성을 제시한다. 4장은 1979년부터 1993년까지의 캄푸치아 인민 공화국과 캄보디아 국가를 다룬다. 5장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의 캄보디아를 다루며, 1993년 총선을 위한 협상, 윈윈 정책을 통한 평화 구축, 국가의 개발 전략을 설명한다.
최초 작성일: 2025년02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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