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시 덩까오구 뿌레이써동 언롱꽁 마을 한국인 소유의 의류 공장이 2월 11일(화) 오후 6시경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형체도 없이 전소됐다. 모두가 퇴근하던 시각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졸지에 외국인 8명을 포함한 448명(언론지에 따라 466명으로 보도)의 근로자는 출근할 직장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현장을 찾은 헹쑤어 노동직업훈련부 장관은 캄보디아인 근로자들에게 마지막 임금 지급을 확신시키고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을 권고했다. 해당 공장이 재건된다고 해도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캄보디아 보도의 어디에도 이런 상황을 비판적으로 각성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없는 듯하다. 덩까오구 당국과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할 뿐이다. 그리고 헹쑤어 장관은 다 타버린 현장에 불만 겨우 끈 소방당국에 대해 그나마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게 막은 것에 관대하게도 “노고”를 치하했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문제를 이슈화하고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구체화했을 테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불이 난 상황을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캄보디아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야 하는 걸까?
이와는 다르게 키우 깐냐릇 전 캄보디아 정보부 장관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날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이 소방당국의 출동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 전화 118로 적극적으로 사고 접수를 시도한 정황이 눈에 띈다. 그러나 118은 자동응답기를 통해 지정된 번호를 선택해야 상담원 연결이 되는데, 이날은 어떤 상담원과도 연결되지 않아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소방당국은 그동안 성가신 전화나 장난 전화가 걸려온다는 이유로 118을 장기간 폐쇄했다고 밝히면서 2월 12일부로 118을 다시 활성화했다고 전했다.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지만 생명과 재산을 답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편 언론지마다 소방차 40대 이상과 물차 151대를 투입해 화재를 진압했다고 밝히면서 나름대로 캄보디아 소방당국의 최선을 전했다. 현재로서는 오후 6시경에 시작됐다고 하는 화재에 경보가 울리도록 아무도 초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는 관할 경찰이 밝혀낼 일이다. 화재 신고는 불이 공장 지붕 밖으로 드러날 정도로 확대된 후인 6시 30분 무렵에야 접수된 모양이다. 소방차는 도대체 현장에 몇 시에 도착했을까? 신문 보도로 전하는 화재 진압 장면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10,000㎡에 이르는 공장 면적을 집어삼키는 화마 규모에 비해 화재 진압 장비나 소방 인력은 한눈에도 초라하고 무기력해 보였다.
마침 캄보디아 텔레그램 그룹 “118~화재 및 재난 관련 긴급 제보” 채널(t.me/firedepartmekhgroup)에서 해당 화재에 대한 신고부터 소방차가 출동해서 화재 진압에 이르기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저녁 6시 30분에 최초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대략 50분이 걸려서야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이마저도 긴급출동 신호체계에 따라 1~2분을 더 단축할 수 있다고 하고, 매년 출동시간을 평가해서 지연된 이유까지 분석하고 단축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한국에서 당연하다.
2020년부터 캄보디아 바탐방주 소방당국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세종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소방 등 재난대응 능력은 현저히 낙후되어 있다. 캄보디아는 2020년 1월 캄보디아 소방장비 국가품질검사센터(National Quality Inspection Centre for Fire Equipment)와 캄보디아 소방 아카데미(National Fire Academy of Cambodia)를 설립했다. 그러나 한국의 80년대 이전과 같이 경찰과 소방 분야가 구분되지 않는 등 재난대응 방지 시스템이 미성숙 단계로 사고 피해 발생 시 장비 및 인력 부족, 체계적 화재 대응 시스템이 부족하다.
최초 작성일: 2025년02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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