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남자 ‘미어여응’이 살았는데, 그의 아내는 아름다웠지만 욕심이 많았다. 어느 날 부부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데, 남편이 물고기를 잡아 주면 아내는 구멍난 광주리에 담아서 물고기를 도로 빠져나가게 했다. 그때 이곳에서 배를 타던 선장의 아내는 가난한 부부를 지켜보며 “부인이라면 마땅히 광주리의 구멍정도는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때 화가 난 선장은 “그럼 저 어부랑 살라”고 했고, 아내도 동의했다. 이에 곧장 선장은 ‘미어여응’의 아내와 재혼하고, ‘미어여응’은 선장의 아내와 재혼했다.
‘미어여응’이 재혼한 여자의 이름은 ‘스레이끄롭레악카나(완벽한 여자; 줄여서 ‘레악카나’)’이다. 반면에 선장과 재혼한 여자는 ‘스레이캇레악카나(자격 미달인 여자; 줄여서 ‘캇’)’이다. 재혼하자마자 ‘레악카나’는 당장 광주리의 구멍을 메우고, ‘미어여응’이 잡은 물고기를 이웃들에게 나눠 주도록 했다. 마을 사람들은 전에 ‘캇’이 워낙 불친절했기에 ‘미어여응’의 재혼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남편이 땔감으로 쓰던 나무의 비싼 가치를 알아본 그녀는 목재를 팔아서 재산을 축적하고 어느새 큰 집에서 하인도 거느릴 만큼 부자가 되었다. ‘미어여응’도 어느새 인맥이 넓어져서 종교계나 공직에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동안 ‘레악카나’는 ‘미어여응’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빨리 달리는 법을 배우게 했다. 능력에 도달하자 남편을 왕궁으로 보내서 왕을 모시는 일을 하게 했다. 어느 날 숲에 사냥을 나간 왕은 한참을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군졸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미어여응’만이 곁에 있었다. 어느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미어여응’은 왕을 위해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풀어놓자, 왕은 탄복하며 그의 아내가 남편을 잘 돌볼 줄 아는 좋은 여자라고 칭찬했다. 식사를 마친 왕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고 했지만 노곤했던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이때 보리수 나무의 정령들이 왕이 들려줄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못 듣게 되자 화를 내며 왕을 죽이는 세 가지 방법을 모의하는 것을 ‘미어여응’이 듣게 됐다. 이를테면 큰 나무 가지 추락, 성문 붕괴, 침실의 독사 출현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불상사를 ‘미어여응’ 덕분에 잘 물리쳤는데, 하필 세 번째에서는 침실에서 독사를 무찌르던 중 피가 왕비의 가슴에 튀었다. 잠든 왕과 왕비를 깨울 수도 없고, 뭔가로 닦아서 더럽힐 수도 없었던 그는 결국 피를 입으로 핥아냈다. 그때 왕비가 깨서 오해한 대로 왕에게 고하자 극대노한 왕은 ‘미어여응’을 즉결사형에 처하도록 명령했다.
그 밤에 ‘미어여응’이 포승줄에 묶여서 사형집행장까지 끌려갔지만 사방의 문지기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이를테면 법에서 해 뜨기 전에 죄수들을 처형하는 것을 불허할 뿐만 아니라, ‘미어여응’을 바로 처형했다가는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아침에 잠에서 깬 왕도 ‘미어여응’이 나쁜 마음을 먹을 리가 없다고 생각되자 그를 다시 데려와서 자초지종을 듣고는 이내 사과하고 높은 작위를 하사했다. 이후로도 ‘미어여응’은 아내인 ‘레악카나’와 행복한 삶을 살았다.
한편 선장과 재혼한 자격 미달의 여자 ‘캇’은 재물을 쓸 줄만 알았지 모을 줄 몰랐다. 아기가 변을 보면 변만 치우고 아기 엉덩이는 씻겨 주지 않았다. 새로 산 실크 천을 잘라서 오물을 닦고는 미련없이 버렸다. 이처럼 아끼지 않아서 선장은 배까지 팔아버릴 정도로 빈털터리가 되었다. 가족이 모두 거지가 되어 ‘미어여응’의 집에 구걸하러 왔는데, ‘캇’은 전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 ‘레악카나’는 선장이었던 전 남편을 알아보고는 “왜 이렇게 됐냐”고 묻자, 선장은 부끄러움에 ‘캇’과 자식들을 데리고 도망나와 버렸다.
작자미상의 「미어여응 이야기(릉미어여응)」는 크메르 여성에게 아내의 법도를 교육하는 설화에 기반한다. 앙코르 이후 시대, 즉 17~18세기에 유행한 율문체로 작성됐다. 교술적인 특징이 강한데, 이를 통해 당시 태국과 베트남의 약탈이 만연한 시대 분위기에서 백성을 단속하고자 문학을 통해 법규를 전파한 앙두엉 왕(1848-1860)의 통치기일 것으로도 본다. 이야기를 위해서 도입한 ‘스와핑(아내 바꾸기)’은 캄보디아 전 시대에서 가당찮은 설정이다. 한편 2017년작 영화는 선장이 ‘미어여응’ 아내의 미모에 반해서 조강지처를 버린 부도덕성도 놓치지 않는다.
최초 작성일: 2024년8월30일
1차 수정: 2024년9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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