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까 쓰러뽀안(시든 꽃)」은 소설가 누핫(Nou Hach; 1916–1975)이 1947년에 창작해서 신문에 연재하다가 1949년에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녁타엠(Nhok Them; 1903-1974)의 「꼴랍 파일린(파일린의 장미)」(1936), 림낀(Rim Kin; 1911-1959)의 「쏘파앗」(1939)과 함께 캄보디아의 근현대 3대 통속소설에 속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캄보디아 문화적 전통이던 중매결혼의 폐해를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풀어냈다.
프놈펜에서 2달간 방학을 맞이한 고등학생 분튼(Bun Thoeun)은 친구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고향인 바탐방의 껌뽕뿌레아 마을로 가고 있었다. 방학의 기쁨과 가족들과 재회할 생각에 들뜬 친구들과 달리 주인공 분튼의 표정은 밝지가 못하다. 그의 아버지는 호치민으로 쌀을 운반하던 배가 폭풍으로 침몰하면서 가족이 생계를 잃고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이유로 분튼은 학업을 포기하려 했지만 아버지는 반대했고 집안은 빚이 늘어나 있었다.
한편 분튼에게는 어릴 적부터 양가의 주선으로 정혼한 위티위(Vitheavy)라는 연인이 있었다. 위티위의 어머니 누언(Nuon) 여사는 50세의 미망인으로 남편이 죽고 딸을 위해서 모든 재산을 지켜낼 정도로 강인하게 살았다. 그러니 사돈 될 가족의 사업이 망해서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명예스럽더라도 분튼과의 혼담을 파기했다. 또한 위티위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누언 부인의 뜻대로 딸을 돈 많은 집안의 나이쏫(Naisot)과 약혼시켜버렸다. 위티위가 보낸 편지로 그 소식을 들었지만 너무나 가난한 분튼은 속수무책이었다.
특히나 위티위는 캄보디아 전통에 따라 어머니를 공경하고 순종하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분튼을 사랑하는 일편단심에도 불구하고 나이쏫과의 약혼에 대해 감히 논쟁할 수 없어서 혼자 끙끙 앓았다. 결국 그녀는 하루하루 물을 주지 않은 꽃처럼 시들어갔고,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지도 못했으며, 잠을 이루지도 못할 만큼 병들어갔다. 누언 여사는 딸의 요양을 위해 씨엠립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약혼자 나이쏫까지 따라나서면서 위티위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그녀의 고통을 몰랐던 누언 여사는 딸이 씨엠립에서 돌아와서도 더욱더 야위어가자 결혼을 서두르는 데 급급했다. 나이쏫과의 결혼만이 딸을 기쁘게 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속병이 깊어진 딸은 피를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무슨 약을 써도 차도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딸의 마음의 병을 눈치 채지 못 하고 용하다는 승려를 불러 불공을 드리거나 무당을 불러 악귀를 쫓는 의식이나 치렀으니 아무 소용없이 병은 악화만 됐다.
4월 한 달간 방학을 맞아서 고향에 내려온 분튼은 위티위가 다른 사람과 결혼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혼자서 통탄할 뿐이었다. 슬픔을 달래고자 숲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거나 장작을 모으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여러 날을 헤맸다. 그 사이 위티위는 나이쏫과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오직 그리운 분튼에게 마지막 편지와 반지만을 남긴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간신히 숲에서 돌아온 분튼은 그녀의 영정사진으로 참담한 비극을 마주할 뿐이었다.
작가 누핫은 「프까 쓰러뽀안(시든 꽃)」의 배경이 되는 바탐방의 껌뽕뿌레아 마을 어느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프놈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깜뿌찌아 신문사, 총리의 보좌관, 정보부 국장, 외교부 정무국장, 공공사업 및 통신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첫번째 작품인 「프까 쓰러뽀안(시든 꽃)」은 주인공 분튼을 작가의 분신으로 해서 실제 경험을 소설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미얼리어 두엉쩟(연인)」(1972), 「뚜루어이 찌벗(청춘)」, 「니어리찌어띠스나에하(사랑하는 여인)」, 「투바엑(깨진 화병)」 등의 작품이 있다.
최초 작성일: 2021년9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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