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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사회&생활

캄보디아 미신: 현대에도 미신으로 점철된 생활

by 까페브라운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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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돔 시하누크 전국왕의 용안이 달에 비친 모습(출처: http://ltocambodia.blogspot.com)

2012년 10월 15일, 노로돔 시하누크 전국왕이 서거한 날부터 캄보디아 전역에서는 다양하게 신기방기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저녁에 한가로이 밤하늘을 보는데 선왕의 얼굴이 달님이 되어 둥실 떠 있었고, 대낮의 구름과 향불의 연기에서는 그 분의 용안이 빙그레 미소짓고 계셨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증언은 도시고 시골이고간에 연령고하를 불문하고 나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리고 이를 호기로 삼아 달을 촬영한 사진 수백 장을 노인들에게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상행위도 성행했다고 한다.

 

노로돔 시하누크 전국왕의 용안이 비친 달 사진을 들고 있는 시민(출처: phnompenhpost.com)

캄보디아는 헌법에서 불교(상좌부 불교)를 국교로 규정할 정도로 전 국민의 약 95%가 불교 신자이다. 그렇지만 불교가 캄보디아 역사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기원후 3세기는 원시종교 및 힌두교가 강력하게 공존했던 바 오늘날의 캄보디아 불교는 이 모든 믿음이 복합적으로 용합된 양상이다. , 승려가 샤먼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든가 사원의 한 편에 유골탑들이 안치되어 있어서 귀신들에게 음식물을 바치는 등의 미신적인 의식이 치러지고 있다.

 

캄보디아 미신에서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해를 입히는 다양한 귀신과 악마들(출처: popular.com.kh)

이렇듯 캄보디아인의 생활에서 미신은 상당한 구속력이 있다. 대표적인 미신의 사례로 지방의 수호신(네악따), 집을 지키는 가택신(쭘니엉 프떼아), 제사장(아짜), 점쟁이(끄루띠예이), 귀신(크마으잇), 자연현상(일식, 번개, 운석 등)에 대한 해석, 주술적인 부적과 문신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대표할 만한 ‘네악따’는 힌두교의 비슈누신이라는 설도 있지만 캄보디아의 원시 신앙의 형태로서 그 지역에서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유명인사가 신적인 존재, 즉 떼와따(Angel)로 부활하여 지역을 수호하는 존재가 된다는 설이 유력하다.

 

깜뽓주 복고산에 위치한 네악따 록이예이마으(마으 할머님 신상)는 프놈펜과 시하눅빌, 깜뽓 및 껩에 이르는 해안가에서 주로 숭배되며 여행객들의 행복과 안전을 수호한다고 믿어진다.(출처: wikimedia.org)

일례로 지난 세기 잔인한 대량 학살자로 기록된 크메르루즈 정권의 지도자 폴포트는 1998년 4월 15일 사망한 후 캄보디아 북부의 언롱웽(Anlong Veng)에서 화장됐다. 그리고 마을 주민의 꿈에 폴포트의 화장터에서 나온 뱀이 복권번호를 알려줬고 당첨됐다고 진술했다. 그때부터 행운을 탐하는 방문객들이 화장터를 파헤쳐서 남은 뼈조각까지 모조리 쓸어갔다고 한다. 또한 인근에는 카지노가 개장함으로써 죽은 폴포트의 영적인 권능이 현실 사업까지 성황시키는 현상이 현대 캄보디아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언롱웽의 화장터에 조성된 폴포트 무덤(출처: granta.com)
폴포트 무덤 인근에 조성된 SANGAM RESORT and CASINO(출처: choicecasino.com)

이 밖에도 미신은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 경이와 두려움으로 경도된 캄보디아인을 단속시킴으로써 안전과 행복을 수호하는 강력한 지침으로 작용한다. 귀신이 무서워 밤에 나다니지 않고 번개에 맞아 죽지 않기 위해서 착하게 살아야 하며 내전으로 시달릴 때는 주술적인 문신이라도 새겨야 생활을 영위할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당장 운석이 떨어지거나 대낮에 발생하는 일식에 대해서 누구 하나 과학적인 원리를 교육하지 않고 후진적인 정부도 현상을 해석하고 타개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wikipedia.org)

오히려 역사적으로 국가의 수장이자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국왕조차 혜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미신을 믿고 획책함으로써 자신의 권능을 강화하는 구실로 사용했다. 생전에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은 2004년 인도양을 휩쓴 쓰나미로 캄보디아가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자신이 점성술사의 예언과 방책에 따라 큰 돈을 들여 왕실의 귀신(조상)들에게 제사를 올린 덕분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최초 작성일: 2019526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2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및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발간한 "캄보디아의 이해"(2020) 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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