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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사회&생활

캄보디아 성격: ‘먼아이떼(괜찮아요)’의 슬픈 진실

by 까페브라운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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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er.com)

한국인과 캄보디아인은 다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이에 대한 대답 역시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제각각이라서 결국은 문제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캄보디아인의 말과 행동을 한국인의 인식으로 해석해서 곧이곧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인의 추측이나 예상을 빗나간 행동을 캄보디아인이 보일 때면 황당하고 속을 알 수 없이 음숭한 사람들이라고 곧잘 평가하게 된다. 혹은 어떤 한국인은 이들의 사고 수준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하고는 겨우 식사 한끼를 사면서 자랑스러운 훈계를 하기도 서슴지 않는다.

 

쌀농사를 짓는 여인들이 한움큼의 벼를 안고 어색시런 미소를 지으며 사진 촬영에 협조하고 있다.(출처: cambodia.oxfam.org)

그럼 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까? 캄보디아의 한국인 식당에서나 심지어 한국에서도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노동자들을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썰을 풀면서 윽박인지 잔소리인지를 뱉어내는 분들도 그 순간의 끈끈한 애틋함은 오로지 한국인의 눈에만 잘 보인다. 나 역시 캄보디아에서 3년째일 때조차 캄보디아인 대학생들을 앉혀놓고 마찬가지로 그런 썰을 풀어 놓으며 시간 약속 정확하게 지키고 공부할 때 꼼꼼하게 하라고 강조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의 그런 말과 행동이 얼마나 쓸데없고 도를 벗어났는지 후회할 때가 많다.

 

2018년9월11일, 모친곁에서 가택에 구금되어 있는 전CNRP 끔쏘카 총재의 씁쓸하고 힘겨워 보이는 미소. 이분의 ‘먼아이떼(괜찮아요)’는 확실히 괜찮은 것이 아닐지도...(출처: rfa.org)

그동안 보고 느낀 대로라면 안타깝게도 캄보디아인은 뭐든 직접적으로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고 개선시켜서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일례로 그들은 커피숍에서 약속한 상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시간이 됐는데도 상대가 안 오면 그냥 쿨하게 안 기다린다. 혹은 전화를 걸어 약속을 못 지키겠다고 말하면 웃으며 ()아이떼(괜찮아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질척대는 것 없이 딱 여기에서 한번의 관계가 종료된다. 그러나 뒷끝은 분명히 있어서 예고없이 다른 방향에서 강력한 펀치로 날아든다. , 보복이다.

 

현지인들이 관계된 이야기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통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사이가 좋았다는 두 사람이 있다. 귀국 후에 한 사람은 상무부 소속으로서 부처간 통상적인 업무에 따라 다른 한 사람이 소속한 관광부에 공식적으로 협조를 의뢰했다. 그런데 진행이 안 됐고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웠던 바 전후 맥락을 들춰 보니 관광부의 그 친구가 나서서 훼방을 놓았던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보였던 것일뿐 각자의 속내는 달랐던 것이다. 그 이후에 상무부 공무원도 이에 질세라 한때 친구였던 그 관광부 공무원의 비리를 탐문하고 끌어내릴 전략까지 암암리에 체계적으로 모색하는 것이었다. 보복은 그렇게 드러내지 않고 수소문하며 준비해야 하나 보다.

 

왕립프놈펜대학교의 CKCC(캄보디아-한국 협력센터)에서는 이런 일도 있다. CKCC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는데, 그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방문객을 위한 안내 창구이기도 하지만 CKCC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날 거기에 사면으로 유리벽이 설치된 것이다. 그러자 모두들 수근거리기를 CKCC 소장이 안내데스크 주변에서 노닥거리는 직원들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CKCC 소장은 직원들에게 업무시간에 그렇게 노닥거리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훈계한 적이 없다. 즉, 외부적인 조건을 통제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자연스럽게 차단할 뿐 괜스런 꾸지람은 불필요하다.

 

그래서 캄보디아인들이 미소를 띄고 부드럽게 ‘먼아이떼’ 또는 ‘엇아이떼(괜찮아요)’를 말하더라도 그 속내를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제12회 동남아문화 학술대회에서 ‘캄보디아의 관용의 문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참석자들과 다과를 나누는 과정에서 학자분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사실 ‘먼(엇)아이떼(괜찮아요)’는 ‘관용’의 의미로만 보면 안되고 사람에 따라서 ‘사실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속뜻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급한 성격의 한국인이라면 표정이나 어감에서 이미 그런 속내가 드러났을테지만 캄보디아인은 확실히 얼굴이 두껍고 어감을 종잡을 수 없다.

 

2016년 총격으로 사망한 반정부 비평가 까엠레이의 운구 행렬(사진출처: AFP), 이후 현재까지도 캄보디아 시민들은 반정부적인 저항의 축대를 잃은 것마냥 평온하다. ‘먼아이떼’(괜찮아요)로 보여도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을 것 같은 캄보디아인들의 심정이 전해진다.

그러니 캄보디아에서는 가급적이면 어떤 식으로든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공무원의 지위는 월급 수준의 소소함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보편화되어 있다. 즉, 대낮에 까페에서 하릴없이 노닥거리는 사람들, 꾀죄죄한 복장으로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들, 심지어 길에서 과일을 토막내서 파는 어중이떠중이 행상인이라도 훈센치하의 말단 공무원일 수 있다. 만약에 이들의 일을 정당하든지 부당하든지 방해하면 그들은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분명히 자신의 수많은 공무원 점조직을 활용해서 우리의 일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최초 작성일: 201998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2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및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발간한 "캄보디아의 이해"(2020) 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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