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상을 캄보디아에 살면서 금욕과 해탈이 단지 종교인만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순간 호흡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법을 통해서 일상생활을 수행의 연장선으로 정진하는 법도 배웠다. 이러한 수행법은 흔히 말하는 윗빠싸나 수행법에 기초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윗빠싸나(vipassana) 수행법은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상좌부 불교의 수행법이다. 승려를 비롯한 일반인 불자들은 이러한 수행법과 일정한 계율을 지키고 실천함으로써 불교적인 해탈과 열반을 이루고자 한다.
캄보디아에 처음으로 알려진 기독교 사절단으로서 1555-1556년에 파송된 도미니카 교단의 한 포르투칼인은 캄보디아인들이 국왕의 허락 없이는 개종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라고 개탄하면서 캄보디아를 떠났다고 기록했다. 또한 1863년 이후로 무려 90년 동안이나 프랑스의 식민 통치 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에서 종교적으로 분명하게 확인할 만한 변화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이를 대변하듯 캄보디아의 종교 분포는 2010년 기준으로 불교가 97%, 이슬람 2%, 토속신앙 0.5%, 기독교 0.4%, 무교 0.2%이다.
다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하게 침투하는 외부 종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용인하는 태도를 취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캄보디아왕국의 국가 기틀이 되는 왕정제, 크메르민족, 불교의 3대 요소를 부정하는 태도를 제외하고 개개의 캄보디아인은 어떤 종교 활동에도 제약이 없다. 또한 어떤 캄보디아인 승려의 말처럼 외부 종교 집단에서 펼치는 각종 교육 사업, 우물 사업, 각종 원조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보시의 측면에서 범종교적이다. 이러한 사고나 태도는 그만큼 자신들만의 종교적 기저가 튼튼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여행하다보면 그들은 보시에 참으로 적극적이다. 여행지마다 사원이나 사당이 없는 곳이 없고 걸식하는 사람들이 상시 대기 중이기도 해서 그때마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500리엘이나 1000리엘을 쉽사리도 턱턱 내어주고 이마저도 없으면 빌려서라도 보시한다. 씨엠립 앙코르와트에서 구걸하며 몰려드는 아이들과 지팡이에 의지해서 절뚝거리는 장애인이나 젖먹이 아기를 품에 안은 걸인에게 노력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는 행동이라며 비난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에 심한 가책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이처럼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웃과 사원을 위한 보시를 실천함으로써 내세는 물론 현세에도 좋은 과보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 그래서 우기가 끝나는 시점에는 스님들의 옷을 지어 바치고 사원의 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기부하는 행사가 있어서 유명 사원에 엄청난 부가 집중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를 통해서 사원은 지역사회를 위해서 교육사업, 빈민구제사업, 보건의료사업 등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 문화 행사의 중심지로서 마을회관과 유사하게 기능한다. 이에 따라 승려는 마을의 지도자이고 상담자이며 정부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캄보디아 승려들은 16세이후에 출가를 결정한다. 불교학문에 대한 정진 또는 순수한 종교적 목적으로 출가를 결심하기도 하지만 가난한 부모가 똑똑한 아들을 교육시킬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로 작용하는 듯하다. 당연히 승려는 227개가 넘는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며 세속적인 삶과 구분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에 따른 급부는 상당한 듯하다. 대개의 승려들은 불교학문과는 별 상관이 없어도 학위 과정이나 비정규 과정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두세 개이상의 학위를 취득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책을 집필하는 등의 정진이 가능하다.
물론 대승불교 중심인 한국과 달리 상좌부 불교 전통에서 캄보디아 여성은 출가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체로 비혼이거나 과부가 된 노년기 여성이 머리를 스님처럼 깎은 채로 흰 옷을 입고 사원에서 8~10개 정도의 규칙을 준수하며 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이들은 보살로서 사원의 잡무를 담당할 뿐이라서 지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물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 보살도 거주한다고 하는데 이들과 비교해서 나이든 보살들의 종교적인 태도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서 여승, 즉 비구니의 반열로 보기도 한다.
최초 작성일: 2019년7월15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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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및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발간한 "캄보디아의 이해"(2020) 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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