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랜 역사 동안 캄보디아는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국가가 맞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 공산주의는 깨어 있는 캄보디아 지식인 사이에서 독립을 위한 참신한 이데올로기였다. 한국이 일제시대 젊은 지식인이 가졌던 생각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1953년 11월, 프랑스가 캄보디아에서 식민통치를 끝낼 수밖에 없자 영민한 노로돔 시하누크(1922-2012) 국왕이 통치권을 거머쥐었다. 일제가 조선 왕실을 파괴한 데 반해 프랑스는 캄보디아에 왕실을 존속시켰던 결과이다.
당시에 미국은 필사적으로 동아시아의 공산화를 저지하려 했고 시하누크 국왕은 중립선언을 통해 ‘서커스 외교’라고 불릴 만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양쪽 진영으로부터 캄보디아의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1955.11~1975.4)을 기점으로 미국에 반감을 드러내며 중국과 북한을 최우방으로 삼기에 이른다.
그래서 그는 1970년에 미국이 지원한 쿠데타로 인해서 망명자 신세로 전락하지만 인도차이나반도에 외세에 대한 반감만 더 키운 채 쿠데타 정권도 곧 몰락한다. ‘적의 적은 곧 나의 동지’라는 말처럼 시하누크 국왕은 자신이 한때 탄압했던 폴포트(1925-1998)와 손잡고 프놈펜에 입성한 뒤 왕실의 보전을 기대했지만 극단적 공산주의자 폴포트가 이를 인정할 리 만무했다. 결국 폴포트의 수하였던 훈센 일파의 반란으로 폴포트 일파가 혁파되기 전까지 자신과 일가족은 가택에 구금되어 목숨을 위협받는 신세가 됐다.(왼쪽 사진: 시하누크 선왕/출처:wikipedia.org)
이 같은 시하누크 국왕의 행보 외에도 캄보디아를 공산주의 국가라고 운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늘날까지 집권여당으로서 훈센 총리를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CPP(Cambodia People's Party)의 전신이 바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를 이데올로기로 하며 1951년 9월 창당된 크메르 인민혁명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순수 공산청년 폴포트의 소속 정당인데다가 그가 총리로 재직하던 1975년부터 1978년까지 무척이나 열심히 정무를 돌본 탓인지 국가와 국민에게 역사적으로 큰 상처를 안기고 전세계적으로도 악명을 드높였다.(오른쪽 사진: 뽈포트/출처: wikipedia.org)
이후 훈센(1952~) 일파가 데려온 베트남군이 퇴각하고 캄보디아에 평화의 기운이 감돌던 1991년 10월, 당명을 CPP (Cambodian People's Party)로 개칭하면서 창당이래 고수했던 이념을 내려놓고 다당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1993년에 선포된 헌법은 제51조 자유민주주의와 다원주의 조항과 제56조 시장경제시스템 조항을 명시한다. 그러나 허울만 그럴듯할 뿐 CPP에 괄목할 만한 정당이라면 훈센 총리의 결단에 따라 공중분해 시켜버리는 과단성은 과히 대단하다. 다만 오늘날 수완 좋은 전세계 투자자들은 캄보디아에 횡행하는 자본주의를 기회삼아 공산주의의 옛그림자는 굴삭기로 파버릴 기세이다.(왼쪽 사진: 훈센 총리/출처: wikipedia.org)
이렇듯 캄보디아는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뿌리가 진하게 뿌리내렸던 국가이다. 그리고 최근에도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에서 앙코르와트를 여행한 연예인이 자신을 공산국가 전문 여행자로 소개한 바 있다. 그 말은 즉슨 캄보디아를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로 인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훈센 총리가 정적들을 협박하고 국민을 통제하는 구실로 언제나 소환하는 ‘폴포트’, 그리고 프랑스 독립의 아버지이자 사후에도 대영웅으로 추앙받는 시하누크 국왕의 공산국가에 대한 애착은 전세계인 사이에서 캄보디아를 언제든 공산주의 국가로 회귀시킬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최초 작성일: 2019년4월13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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