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거 이야기

크메르팝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by 까페브라운 2020. 9. 16.
728x90

저는 음악에 흥미나 관심 정도가 지극히 보통이거나 그 이하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블로그 제목이 캄보디아 노래 또는 크메르팝이라니 저는 자격이 없지요. 저는 캄보디아 음악에 대해서 어떤 전문성이나 고견이랄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지 조금씩 채워가고 유지하면서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크메르팝 노랫말 번역은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좀더 그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하고 있습니다. K-Pop 노랫말을 번역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조언도 들었지만 그건 더더 어려워서 GOD의 "어머니" 한 곡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ㅜㅜ... 무튼지 캄보디아의 어디에서나 정말 시끄러워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게 바로 도처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노랫소리입니다. 처음 캄보디아 생활을 시작했던 2009년에 바탐방의 집에서 거의 매일 들렸던 노래가 ១០០០រាត្រី (음독: 무이뽀안리어뜨라이, 한역: 천일밤)였습니다. 제 집은 농촌 들녘에 덩그라니 있었고 아주 멀리서 하울링되어 들려오던 그 노래의 절정 부분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따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2012년부터 프놈펜에서 생활하는데, 도시는 언젠가부터 소음을 규제한다고 했음에도 여전히 저녁만 되면 인근의 KTV나 음식점에서 또는 일반 가정집의 일상적인 파티에서 정말이지 무개념으로 캄보디아 노래를 큰 볼륨으로 틀어 놓습니다. 정말이지 작정해서 쉬려고 하면 어디선가 엠프를 키려고 찌직찌직 하는 잡음이 들리면서 구역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울리니 기가 차고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알지도 못하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면 그냥 다 소음입니다.

 

2013년쯤에 캄보디아 학생들과 시하눅빌까지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봉고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어떤 학생이 가방에서 여러 장의 씨디를 꺼내더군요. K-pop부터 크메르팝, 최신 팝송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왔었습니다. 와우~ 가는 내내 학생들은 CD를 들었고, 크메르팝이 나오면 봉고버스 천장이 뜯겨 나가라식으로 떼창을 해댔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재미가 하나도 없고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참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네들은 상관하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2019년에 학생들과 여행을 하게 됐는데 그때 동행한 선생님 한 분이 알려 주더군요. 지금 학생들이 단체로 부르고 있는 노래는 바로 당시에 가장 인기있는 노래라고요. 그 노래는 바로 ឆ្ងាយ(음독: 층아이, 한역: 먼 곳에서)였습니다. 프놈펜 시내의 까페를 전전하며 노랫말 번역을 하면서부터 정말 그 노래가 어디에서나 매번 들렸습니다.

 

 

사실 처음에 학생들에게 캄보디아 노래를 조사하고 그 노래들을 하나씩 번역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그러고 보니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글들을 <뉴스브리핑 캄보디아>라는 주간지에 게재하기 시작했고, 당시에 편집진으로부터 '캄보디아 노래'에 대해서도 써보면 좋겠다는 의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그런데 선생님, 왜 이런 걸 조사하고 번역하세요?"라고 질문했었는데,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고 "그냥... 알고 싶어서요..."라고 얼버무리면서도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사실은... 나도 먹고 살자고... 한단다...'라고 답할 수는 없었답니다.

 

당시에 22곡 정도의 크메르팝을 번역하고 Facebook에 게시해서 학생들과 공유했습니다. 학생들은 워낙 번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자신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관심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학기가 끝난 시점이고 2달여 이상의 방학 기간이라 노랫말이나 번역하면서 캄보디아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볼 요량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무서운 선생님'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는데, 노래 번역을 시작한 후부터 어떤 학생이 "선생님의 포스팅은 제 Facebook에서 제일 먼저 뜨는 걸로 되어 있어요."라고 말해 주더군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제가 인기있는 선생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일희일비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노랫말 번역을 처음 시작해서 사실은 엉터리 번역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코멘트를 통해서 고치고 의견도 나누면서 캄보디아어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크메르팝도 산뜻하면서 젊은 감성이 풍부해서 편안하게 듣기에 괜찮은 노래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제 생각에 크메르팝에서 뉴에이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노래는 아무래도 រាស្ត្រសាមញ្​(음독: 리엇싸만, 한역: 보잘것없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캄보디아 전통 악기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젊은 가수의 보이스가 크메르 전통이 현대에도 고리타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기고 요청이 없이 제가 자발적으로 유행하는 크메르팝을 조사했습니다. 작년에 한 번으로 끝나면 정말 제가 속물같아서 계속 뜨끔거릴 것도 같았지요. 그리고 COVID-19 때문에 학교가 폐쇄되면서 집안에 갇혀서 자연스레 바깥에서 시끄럽게 들리는 캄보디아 노래가 일상이 됐습니다. 한 동안 번역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노래들이 그냥 소음이 됐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도 팍 줄었고 아르바이트 일거리도 없어져서 노래라도 번역하자는 심산으로 돌입했습니다. 그때 마침 유튜브로 인기몰이 중이신 분께서 블로그를 시작해 보라는 권유도 있고 해서 단숨에 개설부터 해 버렸습니다. 제가 생각이나 고민을 오래하는 버릇이 아니라서...

 

번역된 크메르팝 노랫말은 번역 실력을 떠나서 저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번역을 위해서 크메르팝을 듣는 동안은 단조롭고 재미없는 일상을 탈출할 수 있었지요. 좌뇌만 쓰다가 우뇌를 활성화하는 균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IFL 앞의 "브라운 까페(Cafe Brown)"에서 주로 노랫말을 번역했었는데 그 직원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당연히 저의 학생들에게 제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는지가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입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크메르어 문장에서 볼 수 없는 시적인 표현들을 알게 됐고 캄보디아인의 정신문화적인 요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한국문화와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라서 제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부분입니다. ㅎㅎㅎ^^

 

그리고...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다보니 블로그를 어떻게 선전해야 할지 여전히 난감합니다. 그래서 매일 거의 두세 차례는 방문하는 <캄보디아 배낭여행기> 까페에 게시물을 올렸지요. 와우~ 갑자기 하루만에 700명이 넘게 방문해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 사람들이 크메르팝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분들 중에는 분명 음악이나 노래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도 많으실텐데 제가 좀 기회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이 블로그가 한때 반짝하고 말지 계속 성과를 낼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인 분들도 관심있게 보신다고 생각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본문의 크메르어 제목을 클릭하시면 노래의 음독과 해석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구독, 기타 댓글로도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드려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