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와 북한은 1964년 외교 관계 수립 후에도 1965년부터 노로돔 시하누크(1922-2012) 선왕과 생전 김일성(1912-1994) 전 위원장의 관계가 끈끈해지면서 양국은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바야흐로 1997년부터 실용주의자 훈센 전 총리가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한 이후에는 시하누크 선왕의 반대를 꺾고 대한민국(이하 ‘한국’)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당시 훈센 총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한국 경제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캄보디아에서도 기대했을 법하다. 이후 북한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친선 관계를 유지했다.
한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줄여서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책임과 권한을 보유한 국제연합(UN)의 핵심기관이다. 2006년부터 안보리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할 때마다 규탄함과 동시에 UN 회원국들에게 북한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를 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권고’라는 표현에도 알 수 있듯이 실효성이 약해서 미국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을 제재하고자 독자적으로 대북제재 강화법 제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와 관계하는 전 세계의 당사국들이라면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 것이다.
캄보디아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2017년 12월 22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 ‘해외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서 24개월 이내에 송환’ 하라는 조항에 따라 2019년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모든 북한 노동자 115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인이 운영하던 12개 회사와 북한 레스토랑 8곳이 문을 닫았다. 씨엠립 시내에 북한이 자금을 지원한 3D 박물관인 앙코르 그랜드 파노라마도 폐쇄됐다. 북한 국적자의 비자 연장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캄보디아와 미국의 교역 규모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전후로 상당히 발전했다. 2020년에 캄보디아는 미국에 수출 65억5050만 달러(전년 대비 ▲22.8%), 수입 3억3410만 달러(▼33%)로 62억640만 달러(▲28.7%)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듬해 2월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트렸음에도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증가추세의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에도 미국은 계속해서 캄보디아의 전 세계 수출액 88억9천만 달러의 39.3%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비록 캄보디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했어도 북한은 계속적인 우호 관계를 확인한다. 훈마넷 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작년 8월 북한은 축하편지를 통해 양국의 친선협력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강화발전될 것을 기대했다. 이어 9월에는 주캄보디아 북한대사의 주재하에 캄보디아 정부 고위 관료들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또한 올해 2024년은 북한과 수교 60주년의 해로서 노로돔 시하누크 선왕이 고난을 겪을 때 고 김일성 전 위원장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역사를 되새길 것이다.
훈마넷 총리는 취임 후 12월 15~19일에 일본을 처음 방문했다. 공교롭게도 17일 밤 10시 38분경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나눈 훈마넷 총리는 북한에 더이상 미사일 시험이나 발사를 하지 말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3년 12월 22일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최초의 북한 인권 위기 세미나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캄보디아의 학자들과 인권운동가 및 학생들로 국제사회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김정은 독재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촉구했다. 2024년부터는 정기 세미나를 개최해 북한 문제 논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왕립프놈펜대학교(RUPP) 한국어학과 현지인 교수진과 학생들 50여 명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관저를 방문했다. 당시 대사관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과 공공외교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날 같이 캄보디아인이 대부분인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명확히 하는 태도는 유례가 없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학생들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내용을 시원스럽게 들려주어서 유익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최초 작성일: 2024년1월12일
1차 수정일: 2024년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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