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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국가&정치

캄보디아 정당: 왕당파 “푼신펙당(FUNCINPEC)”의 재기

by 까페브라운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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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 행렬(출처: phnompenhpost.com)

 

7.23 총선은 최근 비공식 집계에서 캄보디아국민당(CPP)이 국회 전체 의석이 아닌 120석을 차지하고 나머지 5석을 푼신펙당이 가져갔다고 전했다. 예상 밖의 결과에 일부에서는 CPP가 국회 의석을 나눠준 게 아니냐는 설이 있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 푼신펙당 대변인은 당 총재인 노로돔 짜끄라웟(Norodom Chakravuth) 왕자의 리더십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라고 전하면서 그가 앞으로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 되리라 전망했다.

 

7.23 총선을 위해 투표하는 푼신펙당의 총재 노로돔 짜끄라웟 왕자(출처: khmertimeskh.com)

 

짜끄라웟 왕자는 1970년 1월 13일에 노로돔 시하누크(1922~2012) 왕의 차남인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와 엥마리 왕자비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왕족인 노로돔이라는 성씨에 더해서 이름자인 짜끄라웟은 산스크리트어로 ‘수레바퀴’를 뜻하는 ‘차크라(Chakra)’를 가진 이상적인 통치자를 의미한다. 그는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졸업하고 1994년에 캄보디아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8월, 푼신펙당은 총재인 라나리드 왕자가 해외에 있는 동안 짜끄라웟 왕자를 총재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 라나리드 왕자 사후에는 2022년 2월 전당대회에서 그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그가 태어난 1970년 인도차이나반도는 베트남 전쟁(1955-1975)에 미국의 참전으로 악화일로에 치달았다. 그해 3월 캄보디아는 친미 계열의 론놀(Lon Nol) 장군의 쿠데타로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설립됐다. 프랑스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26세의 라나리드 왕자는 잠깐 귀국해서 내무부에서 비서로 근무하던 중 바로 해임되어 정글에서 반정을 도모했다. 몇 차례의 체포와 구금 끝에 1973년에 프랑스로 망명했고,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 대학의 헌법 및 정치사회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부친의 부름에 따라 1983년에 푼신펙당에 합류했다.

 

한편, 시하누크 왕은 자신을 축출한 론놀 정부(1970-1975)를 전복하고자 반정부세력인 크메르루즈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이 세운 뽈뽓 정부(1975-1978)도 마찬가지이고 이후에도 반정으로 들어선 훈센 일파의 베트남 괴뢰정부(1979-1989) 역시 왕정복고 의지는 없었다. 이에 따라 시하누크 왕은 1981년에 푼신펙(FUNCINPEC)을 조직하고 반베트남 세력과 연합하여 반정부 그룹의 수장이 되었다. 국제정세에 따라 베트남군이 캄보디아에서 철수하자 끈 떨어진 훈센 일파는 1991년 10월 23일 파리평화회의를 통해 시하누크 왕과 입헌군주제를 합의했다.

 

1991년 10월 23일 파리평화회의를 통해 노로돔 시하누크 왕과 손잡은 훈센 총리(출처: phnompenhpost.com)

 

이처럼 오늘날 푼신펙당은 캄보디아의 정통 왕당파(Royalist)이다. 왕당파는 군주제의 유지나, 군주에 의한 통치(친정)를 주장하는 정치 당파이다. 알파벳 대문자로 ‘FUNCINPEC’이라고 쓰는데, 프랑스어로 ‘캄보디아를 위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며 평화롭고 협력적인 국가 연합 전선(Front Uni National pour un Cambodge Indépendant Neutre, Pacifique, Et Coopératif)’을 의미한다. 1992년에 정당으로 등록했으며, 라나리드 왕자가 제2대 총재가 되어 이듬해 유엔임시행정기구(UNTAC) 주관아래 치러진 첫 총선에서 국회 다수당이 되었다.

 

제1 총리인 라나리드 왕자와 제2 총리인 훈센 총리의 연대(출처: newmandala.org)

 

그러나 푼신펙당이 국회 의석수 다수당임에도 과반에는 이르지 못한 데다가 CPP가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내전을 획책하는 통에 연립내각을 구성해야 했다. 제1 총리인 라나리드 왕자와 제2 총리인 훈센 총리의 불편한 연대는 1997년 쿠데타로 라나리드 왕자와 푼신펙당이 크게 데미지를 입으면서 일단락됐다. 이듬해부터 치러진 총선은 CPP가 국회 의석수에서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단일 내각을 구성했다. 이후부터 파죽지세로 무너진 푼신펙당은 내분에 시달리며 수년간 명맥이 있나 싶을 만치 대중으로부터 흐릿해졌다.

 

2022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노로돔 짜끄라웟 왕자(출처: phnompenhpost.com)

 

물론 캄보디아에서 매번의 선거가 CPP가 압승할 게 뻔하다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 와중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아무래도 차세대 젊은 지식인들의 요람이랄 수 있는 대학가이지 싶다. 2013년 총선은 거리에서 CNRP(캄보디아구국당)를 지지하는 게 대학가의 큰 유행이었다. 2018년은 LDP(민주연합당) 큼비어스나 총재가 기성세대를 저격하는 막말 유세로 젊은이들의 답답함을 뚫어주었다. 올해는 어느 여학생들의 한국어 작문 노트에 등장한 ‘캄보디아에서 가장 멋있는 왕자님’인 노로돔 짜끄라웟 왕자가 단연 으뜸이다.

 

 

 

최초 작성일: 2023년7월27일

1차 수정: 2023년8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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