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은 캄보디아에서 1993년 민주적 선거가 복원된 이래 제7대 총선이 실시되며, 이날 국회의원 125명을 선출한다.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수도 및 지방을 포괄하는 25개 권역별 전원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유권자는 투표용지에서 선호하는 정당만 선택하면 된다. 올해 투표용지 상의 번호와 정당명은 제비뽑기 방식으로 정해서 1번 벌집사회민주당(BSDP), 2번 크메르통합당(KUP), 3번 캄보디아국적당(CNP), 4번 크메르국가통합당(KNUP), 5번 민주파워당(DPP), 6번 크메르농민당(KFP), 7번 여성당(WPW), 8번 크메르빈곤퇴치당(KAPP), 9번 푼신펙당(FUNCINPEC), 10번 담마당(DP), 11번 풀뿌리민주당(GDP), 12번 국민목적당(PPP), 13번 크메르경제개발당(KEDP), 14번 크메르주의당(ECK), 15번 크메르보존당(KCP), 16번 캄보디아청년당(CYP), 17번 캄보디아소수민족당(CIPDP), 18번 캄보디아국민당(CPP)이다.
① 훈마넷 국회의원 입후보
캄보디아를 위해 1985년부터 39년째 총리직을 수행하는 CPP의 훈센 총재는 올해로 70세이다. 그의 장남 훈마넷(Hun Manet)은 캄보디아인 제1호로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후 유수의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부터 대령급 사령관으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승진을 거듭했으며 작년부터는 정식으로 국방부 산하 캄보디아왕립군대(RCAF) 4성급 장군이다. 2021년 12월 CPP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그를 훈센 총리를 잇는 차기 총리 후보로 결정함에 따라 올해 수도 프놈펜의 비례대표 1번 주자로 출전해서 당선 확정이다.
2008-2011년 캄보디아와 태국이 대치할 때 훈마넷이 양국 간 교착상태를 종식시킴으로써 협상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는 또한 캄보디아왕립군대에서 젊은 장교 및 병사들에 역점을 둔 개혁작업에도 관여했다. 훈센 총리는 집권욕이 왕성해서 2028년까지도 보직을 수행하기로 공언했는데, 이번에 장남에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상당히 전향적이다. 그러나 아버지 훈센이 언제 총리직을 이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② 촛불당 입후보 실패와 선거법 개정
작년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재기해서 주목받았던 촛불당(CP)은 훈센 총리가 3대가 반역자 집안이라고 헐뜯는 삼랑시(Sam Rainsy)가 1995년 창당한 정당을 전신으로 함에 따라 비극적인 말로는 정해진 수순이다. 이번 총선을 위해 걸출한 노동 운동가 롱춘(Rong Chhun)을 부총재로 입당시키고 출마 신청했지만, 국가선거위원회(NEC)는 그가 집행유예 기간인 점을 들어 거부했다. 또한 작년까지도 꼬투리 잡지 않던 정당 등기 서류 미제출에 대해서 5월 25일 헌법위원회의 결정으로 CP 정당의 입후보가 전원 차단됐다.
구심점 잃은 지지자 중에는 투표 거부 여론을 조성하는 모양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권리이기만 했던 투표가 최근 선거법 개정으로 의무화되었다. 특히 반CPP 세력의 발목을 잡고자 투표 불참 시에는 차기 선거에 출마 자격을 주지 않기로 규정했다. 동시에 무효표를 줄이는 일도 중점 사안이라서 올바른 기표방법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세뇌 중이다. CPP가 압승했던 2018년 총선에서 10표 중 거의 1표가 유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2008년과 2013년 총선에서 약 1~2%에 불과하던 무효표를 상당히 능가하기 때문이다.
③ 훈센 총리의 페이스북 정지
해외 여론도 흥미진진하다. 훈센 총리를 어떻게든 제어해 보겠다고 미국발 페이스북은 6월 말에 갑자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6개월간 차단하기로 했다. 작년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공공연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CP를 비롯한 야당에 대해 훈센 총리가 몽둥이찜질 당할 각오 하라는 내용으로 올해 1월에 게시한 영상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이다. 7월 23일 총선을 코앞에 두고 얼마나 분노했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훈센 총리는 즉각적으로 텔레그램 갈아타기와 트위터 재개, 틱톡 계정 활성화 등으로 여론몰이 수단을 재정비했다. 외교국제협력부는 페이스북 관계자 추방 및 입국 영구 중지 등 가능한 보복 조치는 다 취했다.
④ 선거철 대목은 옛말
선거 캠페인 기간은 7월 1일부터 21일까지이다. 2013년에는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CPP에 괄목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선전했기 때문에 양측의 선거운동 열기가 상당했다. 그렇지만 외세를 동원해서 반정을 모의했다는 혐의가 씌워진 CNRP는 2017년에 대법원 판결로 혁파되었다. 이후부터 모든 선거는 활기를 잃었다. 전국적으로 선거 캠프마다 맞추는 정당별 단체 티셔츠, 모자, 스티커, 스카프는 선거 운동의 주요 품목이다. 생산자나 판매자는 선거 기간에 많은 돈을 벌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올해 그 판매는 50%이상 감소했다고 울상이다.
최초 작성일: 2023년7월13일
1차 수정: 2023년7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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