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뽀안모니로앗(57세) 부총리 겸 경제재정부 장관은 작년 10월에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에 들어간 훈센 총리를 대신해서 제37차 ASEAN 정상회의에 참석했었다. 당시 외신은 그를 차기 총리 후보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고 훈센 총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맞장구를 쳐 주었다. 당시 제법 그럴듯한 구상으로 『훈센: 캄보디아의 독재자』(2013)의 공동저자 H.C. Mehta는 온뽀안모니로앗이 총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훈마넷(45)이 부총리에 취임하고 총선을 한두 차례 거치면 총리직을 이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2018년 제6대 정부 구성 이후로 고위직 관료들은 자신의 지위를 아들들에게 승계하려는 의지를 전면에 드러냈다. 훈센 총리에게 충직한 띠어반 국방부 장관한테는 2017년 30대에 씨엠립주 부지사로 임명된 띠어 쎄이하(41)가 있다. 그는 1년 후 2018년에 바로 주지사로 승진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좀 겸연쩍었는지 “이번 승진이 좀 빠른 감이 있지만 정부가 결정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훈센 총리의 장남 훈마넷 역시 4성급 장군으로 격상하고 합동참모총장 겸 육군 사령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센 총리의 속은 알 수가 없다. 훈마넷에게 정치 수업을 할라치면 진작 국회의원으로 등판시키고 장관과 부총리직을 수행하게 했어야 마땅할 텐데 그런 길을 열어주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설할 때면 으레 10년씩은 더 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또한 훈마넷을 어떨 때는 자신을 잇는 유력한 계승자라고 추켜세웠다가 또 어떨 때는 준비 안 된 초짜라고 까내리기 일쑤다. 혹시 훈마넷이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서 이룬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가 자랑도 되지만 동시에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반면에 막내아들 훈마니(40)는 깜뽕스프주 국회의원이면서 동시에 CPP에서 청년당(UYFC)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바 일부 분석가들은 그가 종국에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서 총리가 되리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특히 UYFC은 고위 정치인 2세들이 집결해서 정계의 리더로 거듭나게 하는 통로이다. 부대표는 써켕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의 장남 써쏘카(41)이다. 그는 교육부 차관을 겸하면서 2018년에 군대에서 중장으로 승진했다하니 향후에 내무부 장관으로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훈센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도 당연히 그의 아들들 가운데 한 명이 유력하다. 정확히 누구든 간에 2021년12월2일 연설에서 훈센 총리는 아버지로서 장남인 훈마넷을 총리 후보감으로 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는 자신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써켕 장관에 대고 “켕! 몇 살이지?”라고 물으면서 2028년이면 78세가 될 텐데 그쯤하고 함께 물러나자고 자조했다. 해당 보도가 전해지면서 부총리 10명 가운데 써켕 장관을 제외한 9명이 훈마넷을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12월6일자 보도에는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 고위급 36명의 지지에 따라 훈마넷이 총리 후보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동안 언론을 통해서 총리 후보감으로 언급된 온뽀안모니로앗 장관이나 막내아들 훈마니 의원은 미사여구를 동반하며 훈마넷을 칭송하고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훈센 총리는 “노병들 앞에 대면 훈마넷이 어린애에 불과하다”면서 총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깎아내리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써켕 장관과 띠어반 장관, 찌엄이엽 국회 초대 부의장의 걸출한 아들들을 호명하면서 훈마넷에 대적하라고 선동했다.
이에 질렸던지 12월7일 써켕 장관은 “CPP의 당수인 훈센 총리가 미래의 총리 후보감을 결정한 데 대해 존중한다”는 서한을 공개했다. 물론 훈마넷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세간의 관심과 입방아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더이상 정치적으로 재기가 어려워 보이는 삼랑시 CNRP 전 총재는 “캄보디아가 북한이냐? 훈센은 안위를 위해서 장남을 방패막이로 쓰려한다!”고 힐난했다.
최초 작성일: 2021년12월09일
1차 수정: 2021년12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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