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캄보디아인을 예의와 존중으로 대합시다.
캄보디아인은 자신들이 후진국 캄보디아의 국민이라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외국인이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갈 때 주변의 캄보디아인은 어깨를 쪼그리고 고개를 수그리며 피해서 간다. 그래서 그들이 약해 보인다고 우리가 자제력을 잃고 그들의 면전에 삿대질하거나 침이 튀겨라 언성을 높이면 정말 안 된다. 안 그래도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어서 위축된 사람들의 밑바닥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캄보디아 사람들이 외국인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물질에 앞서서 진정한 예의와 존중이다.
2. 부정적이거나 변칙적인 상황에서 ‘캄보디아잖아!’라고 말하지 맙시다.
외국인이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 말 한 마디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멸시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버스가 늦을거야, 여기는 캄보디아니까’라고 말하면서 캄보디아의 후진적인 기반시설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을 들으면 현지인의 기분이 좋겠는가? 우스개라도 ‘캄보디아 사람이 다 그렇지 뭐...’라고 말하면 그들은 우리들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릴 것이다. 한국 사람과 일하는 캄보디아 사람 중에는 먼저 이런 말로 한국 사람을 다독일 때도 있는데 국격이나 민족성을 논하는 주제에 대해서 함부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출구는 없다.
3. 약속에 대해서 우리는 지키되 그들에게 강요하지는 맙시다.
초반에는 캄보디아인이 약속 시간을 안 지키는 행동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물론 요즘도 번번이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나서 혼자 기다리다가 예의 차려서 전화를 걸면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겼다고 뒤늦게야 알게 되는 일이 보통이다. 그래서 캄보디아인과의 약속에서는 차선책을 방비하는 게 습관이 됐다. 즉, 다음 약속 일정을 미리 구상해 두는 것과 하염없이 기다릴 것에 대비해서 소일거리를 가져가는 것이다. 고의성이 없는 한 첫 약속이 일그러졌다고 해서 두 번째 약속까지 무산되지는 않으니까 예민해지지 않아야 한다.
4. ‘미안합니다(쏨또)’와 ‘감사합니다(어꾼)’를 바라지는 맙시다.
캄보디아인에게서 ‘미안합니다(쏨또)’와 ‘감사합니다(어꾼)’를 듣기를 바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말은 서로에 대해서 평등한 관계라는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한 말이 아닐까 싶다. 즉, 캄보디아인은 한국인 내지 외국인을 자신들보다 한 계급 높은 사람 또는 더 많이 가진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한국인에게서 공개적으로 야단을 맞거나 꾸지람을 들을 때는 계면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다. 또 뭔가를 부탁한 적도 없는데 한국인이 일방적으로 뭔가를 무상으로 주게 되면 ‘감사합니다(어꾼)’를 말해야 하는 필요성을 안 느끼는 것 같다.
5. 공개적인 석상에서 성적인 호기심이나 수치심을 자극하지 맙시다.
어떤 한국인 남성이 대학생들을 앞에 두고 어떤 여학생이 임신한 것 같다는 농담을 우스개로 했다. 그리고는 그 여학생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감히 선생에게 불쾌하다고 말하지 못했다는 후일담이 나돌았다. 어떤 한국인 여성은 캄보디아인 대학생이 ‘애들인데요’라고 하면서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신체를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단언하건데 이 두 사람 모두 캄보디아인들에게는 언어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다. 한국인에게도 문제가 됐을 행동이라면 캄보디아에서도 반드시 하지 않아야 한다.
6. 잘 몰라도 ‘안다’ 혹은 ‘할 수 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 중에는 일단 ‘안다’ 혹은 ‘할 수 있다’라고 대답부터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함께 근무하는 컴퓨터 기술자에게 컴퓨터를 맡겼는데 해결은 안 되고 시간만 흐르자 ‘진짜 아는 거’ 맞냐고 호통을 치면서 따진 적이 있다. 결국 ‘컴퓨터 기술자임에도 잘 모르겠다’고 자백을 들었지만 그때부터 그 직원의 쌀쌀맞은 얼굴을 상대해야 했다. 한국인 기술자와 같은 능력치를 기대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관계만 망쳤었다. 직업전선에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실력은 아직 더 배워야 하는 미숙련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7. 캄보디아인의 은은한 미소에 속지 맙시다.
외부인을 대하는 캄보디아인은 은은한 미소로 자신의 진짜 감정을 감춘다. 부정적이거나 난감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띤다. 그렇게 일상적인 희노애락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외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 많은 캄보디아인이 실제로 이렇게 외부인에 대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그저 텅빈 미소로 일관하면서 Yes인지 No인지도 불분명하게 대답하거나 회피함으로써 심지어 신의로 대하는 순진한 외부인의 기대까지 농락한다. 그래서 우리는 실망하게 되는데, 사실은 그들이 표현력이 서툴 뿐 외부인에게서 받은 사랑을 기억한다는 점도 유의하자.
8. 여성이라면 스님과는 옷깃도 스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승려는 여성과의 가벼운 접촉도 금지된다. 그러면서도 캄보디아의 승려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활동의 제한이 없어 보일 만큼 자유롭게 일반인의 주변에서 함께한다. 그렇지만 승려가 우연이라도 계단에서 아무 여성이라도 마주치면 그녀를 멀찍이 피하면서 걸어간다. 실수로 혹은 몰라서 만진 경우에는 징계조치 및 보호관찰이 부과되고, 아픈 어머니를 돌보거나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조하기 위해서라면 면죄부가 적용된다. 여성이라면 공적으로 캄보디아 승려와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만 만지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9. 주차 관리 요원에게 팁을 줍시다.
캄보디아에서 차량 운전자는 슈퍼마켓이나 카페,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난 주차요원이 지정하는 장소에 차량을 주차해야 한다. 차를 뺄 때는 그들이 복잡한 도로의 교통을 통제하고 우리들의 차가 진입하도록 돕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캄보디아인 운전자는 창문 밖으로 으레의 팁 $0.50(2,000KHR)를 건넨다. 그렇게 모아지는 팁이 얼마나 상당한지는 주차요원들이 퇴근시간에 지폐다발을 정산하고 나눠가질 때 알 수 있다. 박봉의 월급을 팁으로 보충하기 위해서 그들은 온몸으로 차도를 뛰어들고 최선을 다해서 서비스하는 셈이다.
10. 화장실에서 변기 위에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봅니다.
프놈펜 시내에 현대식 좌식 변기가 도입된 것이 최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여전히 좌식 변기에 걸터앉아서 볼일을 보는 방식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재래식 변기처럼 플라스틱 덮개 위로 신발을 신은 채로 올라가서 볼일을 본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변기의 플라스틱 덮개는 늘 불쾌할 만큼 지저분하고 얼마지 않아 부서져서 교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혹시라도 캄보디아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좌식 변기에 신발자국과 흙으로 오염되어 있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길 바란다.
최초 작성일: 2020년2월13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3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및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발간한 "캄보디아의 이해"(2020) 책자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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