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반도의 광범위한 인간 정착지는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인도나 중국의 영향이 있기 전부터 이미 여러 토착 세력이 위세를 떨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지만 캄보디아에는 기원전 역사에 대한 기록이 전하지 않는다. 다만 캄보디아라는 명칭의 기원을 알려주는 씨엠립의 박세이 짬끄롱(Baksei Chamkrong) 비문(제작시기: 기원후 947년)을 통해서 자야바르만2세에 의해 개국한 크메르제국(802년-1431년)이 푸난(Funan)왕국과 쩬라(Chenla)왕국을 계승했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푸난왕국은 해상무역국으로서 기원후 1~2세기부터 6세기 중엽까지 강성했으며, 쩬라왕국은 내륙국가로서 푸난왕국의 세력이 약화될 시점인 6세기 후반부터 9세기 초반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실재했다. 쩬라왕국은 706년 무렵부터 분열되어 각기 주변 강대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가 볼모로 잡혀있던 왕족 자야바르만2세가 마침내 귀환해서 독립을 선포함으로써 크메르제국의 기초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왕권에 힌두교식 신성을 부여해서 위대함을 부각시키고 선대 왕조를 밝힘으로서 정통성과 정당성을 선전했다.
이렇게 캄보디아의 기원이 되는 푸난왕국은 나가(Naga, 뱀 내지는 코브라) 신의 딸인 쏘마(Soma)라는 여왕이 지배하던 국가였다. 그 땅에 카운딘야(Kaundinya)라는 젊은 브라만(Brahmin, 힌두교 성직자 계급)이 서쪽(인도 또는 말레이 반도)으로부터 배를 타고 왔다. 카운딘야는 브라흐마신의 계시로 얻은 신성한 활과 화살로 여왕의 배를 쏘아서 항복시킨다. 그리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푸난왕국의 제2대 카운딘야1세 왕이 되어 부계 왕위 세습제를 확립한다.
이러한 신화는 인도로부터 차용됐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즉, 인도 남부에서 기원후 350년부터 897년까지 강성했던 팔라바(Pallavas) 왕조의 건국신화와 유사성이 연결된다. 팔라바인들의 기원이 된 모계는 인도 최남단 지역과 실론섬에서 살던 촐라왕조로 나가 가문이었다. 즉, 최초의 팔라바왕조의 통치자는 ‘나가’를 토템으로 하는 모계혈통이었다. 이러한 신화적 유사성은 캄보디아까지 전래돼서 푸난왕국이 왕조의 기원을 설명하는 소재로 변용했다.
그 밖에도 인도,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발견되는 카운딘야1세 왕과 관련된 이야기는 인명, 지명 및 사건의 흐름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실체도 없이 가설이 난무하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힌두교 문화권에서 온 젊은이가 원시적인 모계사회 단계에 있던 캄보디아 땅에 와서 선진 문명을 전하고, 인도의 카스트제도와는 다른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즉, 고대 패권국가 인도로부터의 정통성을 주장하되 인도스럽지 않은 토착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셈이다.
덧붙여 민간에서 더 알려진 ‘타옹왕자와 니윽공주’의 이야기에서는 카운딘야가 타옹왕자로, 쏘마여왕이 니윽공주로 바뀌어 나온다. 눈여겨볼 부분은 인간 타옹왕자가 나가왕을 만나러 바다 속 궁궐로 갈 때 나가로 변한 공주의 꼬리를 잡는 과정이 오늘날 전통 결혼식의 한 장면으로 연출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간인 타옹왕자가 생활할 수 있도록 나가왕이 바다 물을 모두 마셔 버리자 육지가 됐는데 그곳이 바로 캄보디아 땅이 되었다는 기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최초 작성일: 2019년6월10일
1차 수정: 2020년4월30일
2차 수정: 2020년10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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