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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역사&전통

캄보디아 음식: 프춤번, 죽은 자들의 축제 음식 “놈언썸”과 “바이번”

by 까페브라운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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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춤번 행사를 위해 사원으로 방문하는 캄보디아인들의 준비물 (출처: pdibattambang.info)

 

정령신앙(Animism)

힌두교와 불교가 전래되기 전부터 원시 캄보디아 사회는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정령신앙(Animism)이 있었다. 정령들 가운데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존재는 숲과 동물을 지키는 산신(“네악따”), 강물과 물고기를 지키는 강신(“아레악”), 일상적인 법과 질서의 여신(“메못”), 마을과 농장을 지키는 토지신(“뿌레아품”), 집을 지키는 가택신(“쫌니엉프떼아”), 어린이와 장애인을 보호하는 수호천사(“머레인꽁위얼”), 가축을 지키는 목동 귀신(“꼰끄럭”)이 있다. 반면에 해를 끼치는 존재는 염라대왕(“메트몹”), 흡혈귀(“뿌리이”), 머리와 내장만 있는 탐욕의 유령(“아압”), 생전의 업보 때문에 이승을 떠돌며 굶주리는 아귀 내지 걸귀(“뿌렛”) 이 있다. 힌두교 전래 이후에는 거인과 악마에 대한 믿음도 생겨났다.

 

사원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모임을 하는 “번(Ben)” 행사 모습으로 사진과 같이 승려들에게 음식을 대접한 후 참석자들 모두가 함께 점심 식사함 (출처: news.beetube.live)

 

각종 제사의식의 상차림

정령신앙에 따른 제사의식으로는 행사나 경기 시작 전 의식, 부적을 제작하는 의식,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 사고나 질병을 퇴치하는 의식, 신년 의식, 집을 짓는 의식, 각종 대소사 및 결혼과 장례 의식 등이 있다. 이때 제사의 주최자는 재물을 취하고 번영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여겨지는 정령들에게 야생 동물 및 가축(예: 멧돼지, 소, 돼지, 닭, 오리 등), 과일, 떡류, 산해진미, 귀중품 등의 제물을 상으로 차려서 바친다. 이 가운데 특히 , 콩, 코코넛, 바나나, 고기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떡류(“놈쩜너이”)는 상차림에서 빠지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품목으로서 주최자의 풍요와 번영을 반영한다.

 

조상에게 바치는 놈언썸

놈언썸(Num ansom)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주먹밥의 일종으로, 먹거리가 부족한 건기 시즌이나 전쟁, 기근, 재해 발생 시 비축했던 놈썬썸(저장음식)”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은 프춤번에 조상에게 제물로 바치거나 일상적으로 먹기 위해 만들고 판매도 한다. 바나나를 찹쌀로 감싸고 바나나잎으로 포장한 것을 쪄내면 “놈언썸쩨익(바나나 언썸)” 또는 “놈언썸니(암 언썸)”라고 한다. 바나나 말고 콩과 소금으로 간한 돼지비계를 넣은 것은 “놈언썸쭈룩(돼지고기 언썸)” 또는 “놈언썸츠몰(수 언썸)”인데 크기가 상당해서 때로는 5kg 또는 6kg까지 나간다.

 

놈언썸쭈룩 (출처: wikimedia.org)

 

자야바르만 7세 왕이 집권한 11세기 무렵 불교가 전래된 이래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사원에서 (Ben)” 행사를 열었다. 이는 지역사회의 평화, 행복, 번영을 증가시키기 위해 마을의 구성원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가난한 이웃과 마을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풂으로써 공덕을 쌓기 위함이다. 이때 놈언썸은 재래의 원시신앙과 인도에서 유입된 힌두교 및 불교 사상의 결합물로 해석된다. , 다양한 곡물과 고기 재료는 캄보디아 땅에서 났으며, 특히 쌀은 대자대비한 불교적 모성을 상징한다. 암수의 구분은 브라만교적인 생명의 재생산을 표상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크메르인의 단단한 결속을 보여준다.

 

한편 예전에 강변이나 개울가의 현지인들은 상하지 않고 여러 달 동안 보관하기 위해서 찹쌀과 소금으로만 놈언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잘 싸맨 놈언썸을 다발로 묶어서 삶아 먹었는데,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것은 강이나 개울의 깊고 서늘한 바닥에 던져놓고 오랫동안 보관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먹고 싶어지면 물에서 건져 올리고는 삶아서 갓 요리한 것처럼 먹으면 되었다. 그래서 전쟁이나 기근으로 적이나 도둑이 들끓어서 음식을 하기 힘든 시대에 놈언썸은 일반인이나 군인들에게 요긴한 비상식량이었다.

 

굶주린 귀신에게 베푸는 바이번

바이번(Bai ben)은 밥을 말아서 만든 한입 크기의 주먹밥으로 깐번 기간의 새벽녘에 굶주린 귀신(“뿌렛”)에게 올리는 먹거리이다. 프춤번이 되기까지 15일간 캄보디아 사람들은 최대 7곳의 사원을 돌면서 깨끗한 접시에 주먹밥을 소담하게 쌓고는 촛불과 향을 꽂아서 탑 주변에 놓는 버바이번행사를 한다. 이때의 바이번은 어떠한 이유로든 이승을 떠돌게 된 귀신이 인간의 공덕을 알게 해서 생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원한을 풀어서 선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새벽녘 어둠 속에서 바이번을 올리는 이유는 굶주린 귀신이 인간에게 모습을 들키지 않고도 차별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깐번 기간에 굶주린 귀신을 위해서 새벽녘에 바이번(작은 주먹밥)을 접시에 차리는 모습 (출처: rfa.org)
깐번 기간에 굶주린 귀신을 위해서 준비하는 바이번(작은 주먹밥)의 모습 (출처: social.sabay.com.kh)

 

 

 

최초 작성일: 2022년9월16일

1차 수정: 2023년4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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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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