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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사회&생활

캄보디아 건축: 크메르 친환경 건축의 대가 “완 몰리완”

by 까페브라운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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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진이 근무하는 곳은 CKCC(한캄협력센터) 건물이다. 20144월에 IFL(외국어대학) 건물에서 한국이 지어준 새 건물로 옮길 때 교수진이하 학생들은 무척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교수진과 학생들은 즉시 그 건물의 허세에 몸서리치며 더위와 열기에 쪄 죽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유리로 멋을 치장한 천장은 건물 전체를 온실을 방불케 했고 건물의 방향도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에어컨을 풀가동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시도 머물기 힘든 건물이었다. 이처럼 오늘날 캄보디아에서 외국 자본으로 지어지는 많은 건물들이 현지 사정이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배려하지 않은 채 지어지고 있다.

 

젊은 시절 완 몰리완 건축가(출처: vannmolyvannproject.org)

 

반면에 1972년에 완공된 IFL은 크메르 친환경 건축의 대가 “완 몰리완” 박사가 설계하고 시공한 건물로서 앙코르식 조감도를 토대로 기능적인 우월성까지 갖췄다. 정문에서 출발하는 고가로는 본관 1층을 출입구로 해서 모든 인접 구조물과 연결하고, 지상층으로 이어지는 통로 양쪽에는 인공호수(바라이)가 있다. 본관의 오른쪽은 밀짚모자를 닮은 도서관크메르 전통가옥을 형상화한 프랑스어학과동, 왼쪽은 야외공연장으로 구성된다. 오늘날 강의실이나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에어컨과 선풍기가 장착되어 있지만 창문만 열어도 쾌적하고 선선한 공기의 흐름이 가능하다. 그래서 실제로 현지인 재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크메르어 학습자들도 본관 2층의 널찍한 홀에 마련된 책걸상에서 부담없이 자습한다.

 

IFL 입구 . 본관 1층 출입구로 통하는 나가 난간(출처: akmin60styles.wordpress.com)
IFL 본관 내부의 가위형 계단(출처: alisonincambodia.files.wordpress.com)

 

완 몰리완(Vann Molyvann, 1926-2017)1950년대와 60년대 캄보디아에서 유행한 뉴크메르 건축운동을 선구했던 건축가이다. 1926년 깜뽓주에서 태어났으며, 1946년 프랑스 파리의 에콜데보자르(예술학교)에서 건축과 예술을 공부한 뒤, 1956년에 귀국해서 노로돔 시하누크 정부 치하 국가직 건축가로 임명됐다. 당시 사회주의 정권의 정책에 따라 전국적 근대화의 일환으로 캄보디아 최대의 공공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설계했다. 또한 도시계획가로서 프놈펜의 확장과 시하눅빌의 항구 건설을 감독했다. 왕립예술대학 지도부에도 참여했고 캄보디아의 현대화에 관한 글들을 저널에 게재함으로써 문화계를 선도했다.

 

올림픽 출전 선수용 숙소로 설계되고 1963년 완공됐던 그레이 빌딩으로 1994년 개발자가 구입하여 프놈펜센터 사무단지로 개조함에 따라 옛모습을 대부분 훼손(출처:  construction-property.com)

 

1970 친미계열 론놀 정권의 쿠데타로 노로돔 시하누크 왕자가 정계에서 축출된 후 완 몰리완은 스위스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UN인류정착프로그램 개발전문가로 활동했다. 캄보디아가 입헌군주국으로 재선포된 1991년에 귀국해서 문화예술 및 도시지방 계획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앙코르와트의 고대 사원을 연구하고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 다자간 협력조직인 국립압사라청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연구를 계속해서 여러 책을 출판하고 동남아시아의 인간정착 역사에 대한 박사 학위를 마쳤다. 오늘날 전하는 대표적 건축물인 짝또목 회의장, 독립기념탑, IFL, 올림픽 경기장, 그레이 빌딩 등은 크메르 전통양식과 현대 조형예술이 접목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1961년 완공한 짝또목 회의장(출처: shutterstock.com)
1962년 완공한 독립기념탑(출처: wikipedia.org)

 

그는 죽기 전에 한 인터뷰에서 “건축이 해야 할 역할은 문화적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캄보디아인을 위해 지어진다면 캄보디아인의 생활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빛에 노출되든 바람에 노출되든 그렇지 않든 지리적 특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가는 자신을 위해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건축가라면 짓기 전에 이를 인식하고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완 몰리완의 손을 거쳐 간 건물들은 부식과 개발로 위협 받아 하나둘 유실의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완 몰리완 프로젝트’(2009)가 설립되어 뉴크메르 건축운동 성과를 조사하고 문서화하며 국내외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2008년, 완 몰리완 건축가(출처: nytimes.com)

 

 

최초 작성일: 20201118

1차 수정: 2021년4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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