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는 보통 12월부터 2월까지를 결혼식 시즌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은 날씨가 좋고 비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청첩장은 나돌기 시작했다. 거기다 결혼을 앞둔 제자들이 예비 신랑이나 신부를 데리고 와서는 함께 식사를 하고 자연스레 결혼식을 초대하는 대화가 오가곤 한다. 이들은 대체로 약혼하지 않은 이상 누구를 특정해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떠벌리지 않다가 어느 순간 청첩장을 돌림으로써 공식화하는 경향이다.
흔히 캄보디아인 젊은이들이 쫄츠남이나 물축제와 같이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축제에서 배우자를 만날 거라고 추측한다. 그런데 10여년간 살아본 바로는 그런 식으로 결혼 상대를 구했다는 경우는 보지도 혹은 듣지도 못했다. 즉, 캄보디아인 남성과 여성이 아무런 연고 없이 공개적인 곳에서 눈이 맞기에는 상대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캄보디아인과 연애와 결혼까지 염두에 두는 외국인이 혹시나 연인의 집안에서 정해둔 배필이 있을까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캄보디아인이 대부분 친구로 연결된 Facebook을 통해서 결혼을 염두에 두고 교제 중인 연인 혹은 현재의 배우자를 어떻게 만났는지 공개적으로 게시하여 질의했다. 전체 46쌍이 댓글로 참여한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았던 응답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닐 때 함께 공부했다(14쌍)”였으며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직장에 다닐 때 상사나 동료로 알게 됐다” 7쌍(15%), “집안끼리 친해서 어른들이 추천했다”와 “사제지간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가 각각 6쌍(13%), “대학교에서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5쌍(11%)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체 83%는 신원이 확실하고 전망이 검증된 관계에서 연인과 배우자로 발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세대의 대표적 소통매체인 “Facebook이나 Youtube를 통한 만남”도 5쌍(11%)이나 기록함에 따라 사이버상의 인연도 현실에서 충분히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실제로 지인 중에도 이를테면 박사 출신부터 평범한 이웃까지 인터넷 통신을 통해 배우자를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그밖에 기타를 선택한 세 커플은 모두 교회에서 만났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오늘날 캄보디아인 젊은이들은 자유연애사상에 기초해서 생활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인연들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는 결정권이 있다.
최근에 졸업한 지 5년이 지난 한국어학과 출신으로부터 자신이 현재 만나는 연인을 소개받았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외모가 범상치 않아 한국인 단체팀이 문화교류를 위해 방문할 때면 주목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이성과 어울리는 장면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행동을 무척 조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Facebook을 통해 만난 연인과 3년간 교제하며 결혼의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혼식을 하면 와주실 거냐던 연인 분의 털털하면서도 당당한 확신의 눈동자는 둘의 만남이 무척이나 진중함을 느끼게 했다.
캄보디아인들 간의 연애는 공공장소에서 다소 밀착된 애정행각을 노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이들이 어떻게 연애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한데 감히 물어보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하다. 다만 뉴스로 보도되는 내용으로 짐작컨대 남녀가 연애에서 발생하는 다툼과 사고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수적이고 불교적인 나라라고 해도 편의점마다 피임도구가 계산대 옆에 바로 보이고 어느 30대 지인의 지갑 한 쪽에도 고이 모셔진 걸 보면 성인의 당연한 센스임과 동시에 개방적인 정황도 포착된다.
최초 작성일: 2020년12월9일
1차 수정: 2020년12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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