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쌀로 지은 밥을 먹으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캄보디아 살이 10년이면 아마도 한국 쌀(자포니카 계열)로 지은 밥이 씹기나 소화가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격년제로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으레 고국의 반가운 밥상을 상다리가 부러져라 수차례 먹게 되는데 최근 들어서는 한국 밥알의 오동통함이 반가움보다는 살짝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입안에 넣은 한국 쌀밥을 캄보디아에서 먹듯이 습관적으로 후다닥 씹어 넘겼다가는 뱃속이 갑갑하고 무거운 느낌이 오래 갈 수 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으로 나고 자라서 사실 캄보디아의 많은 것이 눈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타국에서 차려 먹는 오리지널 한국인의 밥상이라도 쌀만큼은 캄보디아 쌀이 최고인 것 같다. 이런 견해가 무색하지 않게도 쌀 수출입 4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최고의 쌀 대회(World Best Rice contest)’에서 2012, 2013, 2014, 2018년에 캄보디아 쌀(프까 말리 품종)이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다는 사실은 후진국 캄보디아의 대단한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또한 쌀 수출국 13위로서 유럽, 미국, 중국 등 전세계 59개국에 514,149톤(2019년11월 기준)을 수출했다고 한다.
프까 말리! 영어로는 자스민 쌀이라고 불리는 이 쌀은 한국 사람들에게 선입관같이 알려진 인도 커리의 밥 알갱이처럼 입김을 불면 흩어진다는 인디카 계열(안남미라고도 불림)의 멥쌀이 아니다. 이 품종은 인디카 계열의 향미(fragrant rice)로서 찰기는 멥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이며, 태국의 자스민 쌀을 원류로 하여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메콩강과 똔레삽을 젖줄로 생산된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캄보디아 향미는 주변국을 압도하며 최고급으로 인정받아 더 비싸게 팔리고 수출량도 매년 증가추세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쌀은 크게 4개의 품종 즉, 인디카 쌀(인도쌀), 자포니카 쌀(한국쌀), 향미, 찹쌀로 나눌 수 있는데, 캄보디아의 자부심, 프까 말리는 인디카 쌀이면서 향미이다. 그래서 프까 말리 쌀밥은 익을 때 집안 가득 고소하고 달큰한 향긋함이 풍성하게 퍼지는데 당장이라도 김치에 싸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또 밥그릇에 담으면 한국 쌀보다 약간 길쭉하고 날씬한 밥알이 혹시 입천장을 찌를까 싶어도 부드럽고 촉촉한 쫄깃함에 혀로 살살 굴리다 쉬 삼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칼로리가 무거운(높은) 편인 한국인의 밥상에서 소화의 부담을 줄이면서 산뜻하게 어울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캄보디아 쌀 연맹(Cambodia Rice Federation)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쌀은 크게 인디카 계열의 멥쌀과 향미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우기에 재배되는 최고급 향미는 프까 말리 품종으로서 전체 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프까 롬두얼’, ‘프까 로미엇’, ‘프까 롬뎅’, ‘쏘말리’ 및 ‘니엉 말리’라는 상품명으로 시장에 소개된다. 물론 이 중에서 ‘프까 룸두얼’이 최고로 비싸고 그래서 아마 맛도 제일 좋을 것이다. 건기에 재배되는 보통 등급의 향미로는 ‘싸엔 끄라옵’, ‘싸엔 삐다으’가 있다.
프까 말리 품종의 가격대는 동네 쌀가게의 포대자루에서 사면 1kg에 3500~4500리엘인데, 시기에 따라 가격변동의 융통성이 있고 흥정도 되는데다가 소량으로 살 수 있다. 반면에 슈퍼나 대형마트에서는 포장 당시의 햅쌀 최고가로 책정했는지 몰라도 대략 5000~6000리엘로 좀 비싼 편이다. 또 포장일자를 확인하지 않고 햅쌀인줄 알고 샀다가는 동네 쌀가게에서 사는 것만 못할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마트 진열대에서 오래된 쌀포대를 볼 때면 저 가격에 사 드시고 캄보디아 쌀에 대해 폄하하실 외국인 소비자가 생길까봐 안타까움이 들 때도 많다.
다음으로, 멥쌀의 경우에 최고급 품종은 우기에 재배되며 가장 인기 있는 상품명은 ‘엉꺼 크냐이’, ‘프까 크냐이’ 및 ‘프까 짠싸엔 싸아’이다. 그리고 모든 계절에 두루 재배되는 보통 등급의 잘 알려진 멥쌀로는 ‘펄 라이스’, ‘니엉 콘’, ‘리엉 쩌이’, ‘뽄라 쁘다으’ 및 ‘니엉 민’이 있다. 대부분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만큼 각 가정과 식당에서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밥류에 쓰이는 쌀이다.
최초 작성일: 2020년3월19일
1차 수정: 2020년10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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