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1년 중 가장 서늘한 12월에 날씨가 시원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고대 크메르 전통 연날리기를 하기 적합하다.
연은 크메르 조상들이 기원전 400년경에 발명해서 추수철에 날리기를 즐겼다. 푸난(Funan; 1세기-6세기) 시대 이전에 크메르인들은 “네악따(자연물의 정령 또는 조상신)”를 믿어서 우기 시작 전에 기우제를 올렸다. 그리고 충분한 비를 내려서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준 “네악따”에게 추수철에 감사를 표하고자 연날리기 축제를 열었다. 시기적으로 건기인 11월에서 3월 사이의 몬순 시즌이며,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캄보디아말로 ‘연’은 “클라엥”이라고 한다. 캄보디아 전통 연은 앞부분에 캄보디아말로 “아엑”이라는 ‘활’을 장착한다. 그래서 캄보디아 전통 연의 이름은 “클라엥 아엑”이다. 이러한 활 때문에 연이 공중에서 날릴 때 독특한 음률을 다양하게 자아낸다.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1미터 이상이며, 현대는 지방과 도시를 대표하는 다양한 문양이나 이미지를 장식하곤 한다.
옛날에 “쩨이”라는 가난한 소작농이 살았는데, 결국에는 소작주의 종으로 전락했다. 행색은 볼품없었지만 사고 수준이 뒤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주인을 섬기며 수년 동안 많은 모험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도 갔는데 중국에서 그만 황실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옥살이에 지친 그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간수에게 등나무 조각과 대나무, 종이와 실을 부탁해서 연을 만들었다. “아엑”이라는 활을 장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빛 없는 밤, 차가운 감방 창살 사이로 북풍이 불어올 때 ‘쩨이’는 연을 날렸다. 밤의 어둠 속에서 작은 악기 “아엑”은 길고 음산한 소리를 자아냈다. 올빼미가 우는 소리보다 더 괴기스러웠다. 이 소리는 중국 황제와 궁정 전체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이에 점성술사는 ‘수감 중인 크메르인이 즉각 석방되지 않으면 황실에 최악의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쩨이’는 황제 앞에 끌려가서 엎드렸고, 황제는 ‘쩨이’의 몸 전체가 더미 아래로 묻힐 때까지 금화와 은화로 덮으라고 명령했다. 이에 ‘쩨이’도 많은 재물을 받을 생각에 엉덩이를 치켜세웠다. 이어서 황제는 ‘쩨이’로부터 크메르 연 제작의 비밀을 듣게 되었다. 또한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클라엥 아엑”도 ‘쩨이’에게서 선물 받았다. 다음으로 황제의 윤허에 따라 ‘쩨이’는 중국 황실의 고위 관리와 상인을 대동하고 고국으로 귀환했다.
캄보디아 연은 “클라엥 아엑” 뿐만 아니라 “클라엥 뿌농”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뿌농”은 ‘영혼’을 뜻하는 “뿌럴렁”에서 파생했다. 관련 역사 자료에 따르면 옛날에 왕이 선왕의 ‘영혼’이 깃든 천으로 연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연을 공중에 높이 띄워서 사람들에게 선왕의 영혼이라고 알렸다. 연의 “아엑”을 통해서 나오는 구슬픈 멜로디는 왕족과 백성이 땅의 주인이 서거한 데 대해서 애도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밖에도 연의 유래를 알려주는 주장과 전설은 다양하다. “뿌농”을 ‘푸난(Funan)’으로 추측하는 학자들은 “프놈(산)”에서 파생했다고도 한다. 또는 아예 몬돌끼리나 라따나끼리 지방의 고산족인 “부농족”의 연이라는 주장도 있다.
역사적으로 캄보디아에서 크메르 연날리기 또는 연날리기 행사는 국가의 안정과 직결되어서 국가가 평화로우면 연날리기를 하고, 국가가 불안정하면 하지 않았다. 1970년대의 연속적인 전쟁과 내전으로 중단된 연날리기 축제는 1994년에야 비로소 재개됐다. 그러나 오늘날은 젊은 세대의 외면 속에서 크메르 전통 연을 제작하고 날리는 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등재를 추진하고 지역의 관광상품으로 재도약을 꿈꾼다.
최초 작성일: 2022년12월8일
1차 수정: 2023년4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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