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 민족에 대해서 중국의 고대 역사서는 음주가무, 즉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기록한다. 이러한 한국인들도 캄보디아에서만큼은 아연실색할 만큼 밤낮없이 떠들썩한 음악 소리와 질펀한 캄보디아인들의 술자리 앞에서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할 것이다. 고대 중국 제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막강했던 크메르제국의 기상이 잠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전통적인 행사나 의식을 주관하는 자리에서도 여전히 연주되는 캄보디아의 전통 악기 음색은 이러한 향수를 자극하는 듯하다. 외국인이라면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한 번쯤 배워봄 직하고 음악에 조예가 있는 지인에게는 선물용으로도 사감 직한 크메르 전통악기 3종을 알아보고자 한다.
➊ “뜨로(Tro)” 캄보디아식 해금
“뜨로”는 세로로 건 두 줄 사이에 활을 넣어 연주하는 찰현(줄비빔) 악기이다. 중국식 ‘얼후’ 또는 ‘호금’과 유사하다고 하니까 한국의 ‘해금’과도 통한다. 악기의 스틱 아래에는 사운드박스가 있다. 줄(스트링)은 스틱의 상단부터 하단까지 고정되어 사운드박스를 가로질러 연결된다. 뜨로 계열의 악기는 다양한데 2현의 경우에 ‘뜨로오’, ‘뜨로싸우톰’, ‘뜨로싸우또잇’ 및 ‘뜨로체’가 있고 3현은 ‘뜨로크메르’라고 칭한다. 연주할 때 위에서 손가락을 놀려서 현을 조율하고 아래에서는 활로 줄을 비벼서 음색을 표현한다. 제작할 때는 현의 경우에 실크끈이 표준이었지만 현재는 금속선이나 케이블을 사용한다. 사운드박스의 원통형 실린더는 단단한 나무 또는 상아로 만들고 공명판은 뱀가죽 또는 천산갑 가죽으로 만든다.
➋ “짜뻐이(Chapei)” 캄보디아식 기타
“짜뻐이” 또는 “짜뻐이덩웽(Chapei Dang Veng)”은 2현의 줄을 퉁기며 연주하는 캄보디아식 목이 긴 기타이다. 목 부분과 연결된 나무 재질의 정사각형 또는 타원형 사운드박스는 소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목 윗부분에는 3~4개의 나무로 된 조율용 못과 4개의 비단 현이 있다. 공명판에는 12개의 프렛이 있으며 각 프렛에는 현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작게 절단되어 있다.
짜뻐이는 주로 전통 결혼식에서 음악가가 민속 이야기를 들려줄 때 독주하는 악기이다. 노래 가사는 교육적이고 일종의 사회 논평에서 전통시, 민담 또는 불교 이야기를 통합하면서 풍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족과 비공식적인 스승-도제 관계 내에서 구두로 전해지는 오늘날 짜뻐이 예술 형식은 극소수의 마스터 반열의 음악가가 생존하고 연주자 역시 소수에 불과함에 따라 전통은 잠재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어서 2016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➌ “클로이(Khloy)” 캄보디아식 피리
“클로이”는 크메르인들의 고대 전통 대나무 피리이다. 클로이 및 기타 유사한 대나무 피리는 이 지역에 대나무가 풍부하기 때문에 아시아 전역에서 찾을 수 있다. 가느다란 통로로 숨을 불어 넣어 연주하는 덕트 플루트(duct flute)의 일종이며, 크기에 따라 작고 고음을 내는 ‘클로이아엑’과 크고 저음을 내는 ‘클로이톰’이 있다. 손가락 구멍이 6개 있고 엄지 구멍이 있거나 또는 손가락 구멍이 7개 있고 엄지 구멍이 없을 수 있다. 가장 높은 손가락 구멍 위의 구멍은 한국의 대금이나 중국식 피리처럼 청공을 막아야 소리가 나서 라이스페이퍼나 대나무 속껍질로 만든 막으로 덮을 수 있다.
최초 작성일: 2022년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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