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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해 칼럼/역사&전통

캄보디아 축제: 물축제 기간 다양한 행사들

by 까페브라운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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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메르 물과 달의 축제 또는 본엄뚝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축제에 속한다. 매년 캄보디아 음력 12(카에깟떡) 상현달 15일을 전후하여 3일을 축제기간으로 삼는데, 2020년 달력은 1030일부터 111일까지를 연휴로 지정했다. 이날은 5-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시즌의 풍부한 빗물 공급으로 왕궁 앞 짝또목강의 메콩 강물이 상류의 똔레삽으로 역류했다가 다시 전환되는 시기와도 통한다. 똔레삽이 가득 차는 10-11월까지 호수는 생선젓갈 ‘뿌러혹’의 주재료가 되는 물고기가 풍부해지고 농경지는 양질의 흙으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이처럼 좋은 환경을 자연적으로 조성해준 “꽁끼어(인도의 갠지스강)” 여신에게 감사하고자 물축제가 열린다.

 

물축제 기간에 차량통행이 차단된 강변로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모습(출처: pharecircus.org)

 

* 본엄뚝(Bon Om Touk): “드래곤보트 레이싱 축제”

물축제는 캄보디아에서 본엄뚝으로 더 많이 불려진다. ‘행사’, ‘엄뚝배를 젓다라는 뜻이니까 본엄뚝은 보트 레이싱 축제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행사는 크메르제국 자야바르만7세 왕대(재위: 1181-1218)12세기에 처음으로 거행됐다. 당시 캄보디아를 침범했던 참파국과의 해전(1177-1181)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고 크메르 해군의 용맹함을 드높이고자 진행됐다. 오늘날은 물축제 한달 전부터 캄보디아 전역의 주요 강가마다 프놈펜 배경기 본선에 출전할 400여개 팀을 선발하기 위해 지역마다 예선전이 치러진다.

 

물축제 기간에 왕궁 앞 짝또목 강가에서 배경기를 구경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모습(출처: khmertimeskh.com)

경기용 배는 드래곤(Dragon) 보트라고 불리는데 길이는 대략 30m이고 50여명이 승선할 수 있다. 뱃머리와 꼬리에는 신성한 제단을 마련하여 향과 쌀, 바나나, 코코넛 등의 제물을 놓는다. 선체의 모서리는 나가, 코끼리, 악어, 하누만, 공작, 가루다 등을 조각하고, 몸통은 뱀처럼 기다랗고 날렵한 유선형으로 깎았다. 경주가 시작되면 선두에 앉은 지휘자의 구령에 맞춰서 수십여 개의 노가 일사불란하게 저으며 빠르게 전진한다. 본선은 출전팀을 나눠 3일간 경주한 기록에 따라 마지막날 선정된 최종우승팀이 국왕의 상금이나 식료품을 하사받는다.

 

* 로이뿌러띱(Loy Bratib): “화려한 정부부처 모형배 퍼레이드”

로이표류하다’, ‘뿌러띱함선 또는 램프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는 1528년에 앙짠1세 왕(재위: 1516-1566)이 베트남족의 침입을 막아낸 해군의 승리를 기념하고자 시작됐다. 당시에 함대마다 장식한 휘황찬란한 불빛은 전시 중 식량을 운반하던 수송선이 등불을 밝힌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은 물축제날 밤에 정부 부처마다 크메르어 명칭과 기관 로고를 전등으로 수놓은 대형 모형배가 짝또목강을 반짝반짝 비추며 위아래로 표류한다. 일반인도 상인들이 예쁘게 단장해서 파는 작은 조각배를 구입해서 짝또목강에 띄울 수 있다.

 

물축제 기간에 왕궁과 보름달을 배경으로 대형 로이뿌러띱의 모습(출처: intocambodia.com)
일반인들이 작은 조각배를 띄우며 소원을 비는 모습(출처: clicknews.com.kh)

 

* 썸뻬아 뿌레아카에(Sampeah Preah Khae): “달님에게 기도하기”

썸뻬아절하다’, ‘뿌레아카에달님이라는 뜻이다. 불교설화에 따르면, 부처의 전생이었던 신성한 토끼가 부처가 되려는 자에게 목숨을 바치기로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노인으로 변장한 신(Preah Ean)이 토끼의 생명을 취하고자 했지만 토끼가 워낙 신성해서 죽일 수 없었다. 토끼는 노인을 위해 불속에 뛰어들었고, 죽기 전에 영원히 보름달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때부터 달 표면에는 토끼 형상이 보이게 됐다. 캄보디아인은 물축제의 보름날 밤에 토끼를 위해 엄복, 바나나, 코코넛 및 음료 등으로 제단을 차리고 향을 피운다.

 

썸뻬아 뿌레아 카에 의식을 위한 상차림(출처: freshnewsasia.com)

 

* 악엄복(Ak Ambok): “납짝하게 찧은 햅쌀 먹기”

물축제의 둘째날은 악엄복의 날이다. ‘손에 가득 담아서 입에 털어 넣다’, ‘엄복볶아서 찧은 햅쌀이라는 뜻이다. 자정이 되면 가정에서는 썸뻬아 뿌레아 카에 의식을 치르고 엄복과 코코넛 주스, 바나나를 함께 먹는 것이 전통이다. 엄복을 먹을 때는 웃기기 게임을 해서 패자는 입안 가득 엄복과 바나나를 먹는 벌칙을 수행한다. 2019년 물축제는 독립기념일 및 정치적 이슈가 연계돼서 훈센 총리는 크메르민족의 연대를 호소하며 엄복 함께 먹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과일 및 코코넛 음료와 함께 차려진 엄복의 모습(출처: wikipedia.org)

 

물축제 시즌이 도래하면 캄보디아 전역의 주요 강가는 예선전을 치르고 도로는 거대한 드래곤보트를 싣고 달리는 차량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물축제 당일이면 왕궁과 강변은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출전자들과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뤄서 배경기를 관람하고자 이동한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무려 347명이 압사하고 75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날 주변의 캄보디아인들은 친구나 가족을 잃는 비극을 목도했다. 이후의 물축제는 과거보다 붐비지 않는다 할 정도로 비교적 한산하고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2010년의 참사이후 캄보디아 물축제는 매년 기대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게 됐다. 2011년은 전년도 여파로 취소, 2012년은 노로돔 시하누크 전 국왕 서거로 취소, 2013년은 총선부정의혹에 따른 대규모 시위확산을 의식해서 취소, 2015년은 가뭄으로 취소됐다. 2016부터는 순탄하게 연례 개최를 기대했다가 올해는 역시 COVID-19 팬더믹 사태로 지난 8월 전격 취소가 결정됐다. 취소 이유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예산을 절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는 캄보디아 정부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최초 작성일: 2020년10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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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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