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농업: 쌀값 폭락으로 국도를 점거하는 농부들
캄보디아쌀연합(CRF)은 올해 1월 6일 기준으로 쌀값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kg당 1000리엘 안팎이던 쌀값이 680리엘 내지 940리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각종 농사 비용을 빚을 져 가면서 오롯이 감당하는 농부들에게 죽으라는 상황인 듯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훈마넷 총리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1월 8일에 CRF와의 회의에서 쌀값 하락에 대한 대책을 언급했다는 기사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농부들의 불만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주지사들은 다독이고 농림수산부 장관도 지방마다 다니고 있다. 이를테면 깜뽕짬 주지사는 1월 9일 지방의회 회의에서 폭락한 가격으로 인한 쌀 농가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1월 말이면 가격이 오를 테니 쌀이 상하지 않게 보관하도록 당부했다. 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임기응변이다. 반면에 다소 화를 부추기는 대응도 있다. 끄라쩨 지방이나 농림수산부 장관, 심지어 훈센 상원의장까지도 애초부터 정부가 시킨 품종(수출용 향미)을 재배하지 않아 생긴 자승자박이라는 것이다.
현재 캄보디아 농사 규모의 절반가량은 베트남이 사들이는 품종(OM; 베트남산 향미)이라고 한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은 게 2024년 캄보디아 쌀 수출 규모를 보면, 탈곡한 상태의 쌀은 651,522톤 수출했고 탈곡하지 않은 벼는 5,180,155톤을 수출했다. 전자인 쌀은 유럽, 중국, 아프리카 등 68개국으로 수출했으며 4억 9,119만 달러 규모이다. 주로 향미가 전체 수출의 76.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는 수출 주력 품목으로 향미 계열의 품종을 농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반면에 후자인 벼는 전량 베트남으로 수출하며 무려 약 14억 9,600만 달러 규모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권장하는 향미 계열의 쌀 품종은 프까 롬두얼(Phka Rumduol)과 싸엔 끄러옵(Sen Kra Ob; SKO)이다. 프까 롬두얼은 장립형 재스민 쌀 품종으로 최고의 풍미를 자랑한다. 캄보디아농업연구개발원(CARDI)이 1999년에 개발했다. 매년 우기에 재배해서 1회 수확할 뿐인 데다가 까다로운 재배 환경과 농부의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간다. 이를 보완하여 2019년 개발한 싸엔 끄러옵은 1년에 최대 3회를 수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생계형 농부들은 프까 롬두얼 품종을 시도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싸엔 끄러옵 품종은 아직은 신뢰할 수 없고 무엇보다 베트남 쌀 품종인 OM의 판로가 압도적이었다.
또한 베트남이 이처럼 캄보디아 농부들에게 OM 품종을 심게 하고 사들였던 배경은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가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2024년에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식량계획(WFP)은 2024년 하반기 전 세계 쌀 생산량이 수확 면적 증가와 주요 생산국의 양호한 기상 조건에 힘입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캄보디아에서도 보여주듯이 최대 쌀 생산 지방인 바탐방주가 목표 대비 330%를 기록했다고 한다. 결국 인도가 10월부터 쌀 수출을 재개하면서 베트남의 쌀 수출가 낙폭은 무려 34.5%에 달했다고 한다.
세계가 이렇게 흘러가고 캄보디아 농부들은 현장에서 바로 체감하던 터라 후다닥 벼를 수확해서 하루라도 빨리 팔려고 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벼농사를 접고 희소성이 있는 작물로 갈아탄 농부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영향 관계가 다르지만, 이 시기 한국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예상 초과생산량보다 더 많은 20만 톤을 선제적으로 시장에서 격리 조치했다고 보도했다(2024년 10월 16일자 정책브리핑 참조). 이런 조처가 왜 캄보디아에서는 선행되지 않았는지 해외의 캄보디아 언론은 당연히 제기한다.
역시 캄보디아 국내 뉴스에서는 일절 보도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13일에 바탐방주에서 용감한 농민 약 60명이 쌀값 인상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수확한 OM 품종의 벼를 포대째 인질로 삼아 프놈펜을 연결하는 5번 국도를 점거했다. 농부들은 비료, 살충제,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쌀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해 수익을 낼 수 없고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빚을 갚을 수 없다면 농사를 그만두고 식구들과 함께 태국으로 가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정부나 당국자가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최초 작성일: 2025년01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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