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언론: 펜을 꺾어야 사는 기자, 멧 다라(Mech Dara)
캄보디아 독립언론인 멧 다라(Mech Dara/36세)는 2023년 인신매매(Trafficking in Persons; TIP) 보고서 발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6월 15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영웅상을 받았다. TIP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전년 4월부터 그해 3월까지 각국 정부가 인신매매 예방과 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평가해 작성한다. 멧 다라는 캄보디아의 온라인 사기 문제에 대한 보도를 주도했는데, 현재까지도 캄보디아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폭력 위협을 받으며, 전 세계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온라인 사기의 가해자로 일하도록 강요하는 범죄 집단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당시 멧 다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하눅빌 차이나타운 지역의 대형 건물(Jing Kang)에서 자행된 구금, 강제 노동 등 불법 활동을 취재했다. 피해자들은 베트남인들로 속아서 캄보디아에 일하러 왔고, 자유의 대가로 수천 달러를 내지 않고는 떠날 수 없도록 건물에 갇혀 있었다. 멧 다라가 4월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그 건물을 단속한 당국은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해 추방 절차를 진행할 뿐, 온라인 사기 행위는 확인할 수 없으며 구금이나 고문 사례는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많은 증언은 건물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추락해서 일부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일부는 구타당해 건물로 돌려 보내졌다고 한다.
이런 실상을 보도한 언론지는 2023년 2월 13일 당시 총리였던 현 훈센 상원의장이 정부의 평판을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폐쇄한 독립언론 매체 ‘민주주의의 목소리(Voice of Democracy; VOD)’이다. VOD는 캄보디아 내에서 현장감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부패, 정부의 잘못,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의 국내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도함에 따라 정부 지도부의 분노를 산 셈이다. 이로 인해 소속이 없어진 멧 다라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이후로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신매매 및 착취에 대한 뉴스 콘텐츠를 계속 공유했다. 그의 보도는 알자지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니케이아시아 등의 국제 뉴스 매체에 게재되었다.
멧 다라는 대표적인 독립언론 캄보디아데일리(Cambodia Daily)가 2017년 9월 강제폐간되기 전까지, 현지 최초의 독립언론 프놈펜포스트(Phnom Penh Post)가 2018년 친정부 인사에게 매각되기 전까지 12년을 기자로 일했다. 캄보디아데일리 전 편집장은 15세 무렵에 언론사 잡무부터 시작한 멧 다라가 차츰 성장해서 보도국으로 입성하는 과정을 기억했다. 그는 멧 다라가 “영웅적”, “강인한”, “용감한”과 같은 표현이 부족할 만큼 순수한 결의로 가득했다고 회고한다. 또한 멧 다라 자신과 캄보디아 사회에 대해 정직하며 거짓을 말하지 못할 만큼 진실에 대한 헌신이 그를 정의한다고 정리했다.
캄보디아의 민감한 문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멧 다라는 업무상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를테면 2022년 4월 29일, VOD 기자로서 시하눅빌 온라인 사기 집단의 단지에서 구출되던 베트남인들을 “무단 사진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약 2시간 30분 동안 구금됐다. 캄보디아의 공공장소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법이 없지만, 언론인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제한과 괴롭힘은 이처럼 무시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멧 다라의 보도 내용은 미국 국무부가 리용팟 현 옥냐(Oknha) 협회장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하는 데도 영향 주었다. 이로써 그는 영광스러운 ‘영웅’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비극의 단초로도 심화되었다.
그는 뿌레이웽주에서 바프놈 사원 관광지 주변을 채석장으로 파괴하려 한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소셜 미디어에 공개한 지 열흘 만인 9월 30일 체포됐다. 지역 당국은 해당 게시물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멧 다라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프놈펜 법원은 형법 제494조와 제495조에 따라 “대중을 자극하고 정부 지도부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 2년의 징역형이 예정된 가운데 “영웅”의 칭호를 안겨준 미국은 그의 체포가 캄보디아 정부의 보복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이다. 이에 따라 훈마넷 총리를 접견한 USAID 사만다 파워 행정관이 그의 방면을 위해 내민 원조 카드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멧 다라는 24일간의 구금 후 보석금을 내고 겨우 풀려났다. 그의 석방은 온라인에 5개의 “가짜 뉴스” 항목을 게시했다는 인정, 사과, 재범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친정부 언론 푸레시뉴스(Fresh News)에 손편지와 석방 요청 영상을 공개한 후에 가능했다. 물론 서방 정부와 시민사회 단체는 그에 대한 기소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그가 석방된 다음 날에는 훈마넷 총리가 멧 다라를 만나는 사진을 게시했는데, 여기에는 두 사람이 서로 껴안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당시에 멧 다라는 훈마넷 총리에게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인터뷰에서도 저널리즘을 그만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못내 씁쓸한 안타까움이 든다.
최초 작성일: 2024년12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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