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대학생과의 명예훼손 일전
외톨이에 말도 아예 안하는 극도로 조용한 학생이 있었다. K-Pop에 홀릭한 광팬이었으며 소위 말하는 ‘오타쿠’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공부할 때는 스펀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여서 제 것으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교내 말하기 대회부터 해외에서 진행됐던 글쓰기 대회까지 출전하도록 권했다. 간혹 거절하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아직 어려서 그러려니 싶어 강권했다. 그렇게 대회를 출전한 날에는 어느정도 예상할 법한 수상도 해냈기에 교사로서는 잘 키워보고 싶어서 탐나는 학생이었다.
학사와 병행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극적인 줄로만 알았던 학생의 태도에도 변화가 보였다. 좀더 가까워져서 함께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노래방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거나 최신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럴 때 본 바로도 그는 주변 사람을 배려했으며, 관심과 사랑을 표현할 줄도 알아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는 교수진에 대해서 추억의 앨범을 손수 제작하는 정성을 쏟았다. 수업시간에도 예전과는 다른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무릇 교육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마침내 성과를 보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전개된 양상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학생에게 집중한 관심과 격려가 좋은 영향만 준 것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밝아진 변화는 일부 교수진에게만 드러났을 뿐이며 호감을 표출하지 않는 보통의 교수진에 대해서는 적의 내지 배타성이 여전했다. 급기야는 어느 경륜있는 교수진으로부터 “젊은 선생들이 나서서 ‘아이’ 버릇을 배려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즈음 조별활동을 평가하는데 문제의 그 학생이 팀원들의 과제를 대신 해준 정황이 포착됐다. 대리 과제의 대가로 학습능력이 열세했던 팀원들은 그의 가신이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교사는 조별 구성의 변화를 시도했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학생은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입을 꾹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고, 숙제로 제출한 노트에는 교사를 비난하고 한국에 대한 적의를 담았다. 어느날은 수업 중에 팀원들과 함께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개별적인 상담에도 응하지 않다가 억지로 대면했을 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얼굴은 분노로 폭주하고 있었다. 바로 그날 페이스북에는 한국인이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문법적으로 맞게 쓴 글 한 편이 올라왔다. 바로 해당 교사를 저격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끝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말을 써서 전체적으로 공개했다.
글이 회자되면서 문제는 다른 범주로 파급됐다. 학생이 감히 선생을 모욕한 사건으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었다. 저격당한 당사자의 창피를 넘어서 전체 교수진의 명예 실추로까지 비화되었다. 결국은 대학교 측에 상황을 알리고 조치를 따르기로 했다. 이후에 한국어학과 총학생회의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당시 회의 영상에 따르면 한국인 교수진이 현지인 학생들과 소통할 때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인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반박도 있었다. 이처럼 당시 사건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교사는 여전히 그때가 밟히고, 그렇게 기대되고 똑똑하던 학생은 현재 한국어 분야의 활약을 들을 수가 없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도 공개적으로 명예가 훼손된다면 누구라도 상대를 캄보디아왕국 형법 제305조에 따라 기소할 수 있다. 즉, 공공 장소나 공공 집회에서의 발언, 대중에게 유포되거나 대중에게 전시되는 모든 종류의 서신 또는 이미지, 대중을 위한 모든 통신 수단, 시청각 수단 등을 통해서 발생하는 공적 명예훼손이 기소의 대상이다. 이로 인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10만 리엘에서 1천만 리엘까지의 벌금이 부과되며 명예가 훼손된 사람에게 무한대의 보상금도 지불해야 한다.
최초 작성일: 2022년11월25일
1차 수정: 2023년4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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