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회: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이슈
매주 어떤 주제로 칼럼을 쓸까에 대해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여쭙곤 한다. 이번 주에 제의받은 주제들 가운데 하나는 줄곧 관심을 가졌던 ‘캄보디아 대중음악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었다. 한때 정치적으로 야당에도 훈풍이 불던 2013년 전후에 진보성향의 젊은이들이 너나없이 유세자들과 섞여서 프놈펜 시내를 활보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으로 서슴지 않고 공개했다. 이즘에 “똥찌엇크마에(Khmer flag)”를 불렀던 ‘스몰월드 스몰밴드(SWSB)’와 같은 젊은 음악가들은 자유로운 창작열을 뽐내며 오리지널 싱어송 라이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획사 없이 유튜브라는 수익창출 플랫폼을 통해서 스타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이러한 아티스트들 중에는 가족과 형제가 함께 사는 집안에 난데없이 관복을 입은 군인들이 들이 닥치는 사단을 맞기도 했다. 2019년 5월, 래퍼 춘 디메이(24세)는 “썽꼼니(이 사회)”라는 제목으로 노래했는데 당국의 훈계에 따라 유튜브에서 해당 곡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곡은 ‘부패,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토지분쟁, 총살과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 등 수많은 사회적 불의’에 대해서 청년들에게 “눈물을 닦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노래였다. 이후 디메이 래퍼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앞으로는 “젊은 세대가 서로 사랑하고 단합하도록 격려하는 감상적인 노래만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속돼서 1년간 수감된 사례도 있다. 끼어 쏘꾼(22세) 래퍼는 정부가 베트남과의 국경분쟁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 비판하고 현 총리의 리더십 부재가 경제쇠퇴를 초래했다고 암시하는 “더이크마에(캄보디아 영토)”를 발표한 후 2020년에 체포되었다. 올해 9월에 석방된 쏘꾼 래퍼는 언론을 통해 해당 혐의에 대해서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렇지만 “신곡을 공개하기 전에 국가나 지도자에 대한 선동이나 비판의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관계부처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경우가 비단 캄보디아 국적자에게만 해당될까? 당연히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제재의 대상이다. 디메이 래퍼가 부른 “썽꼼니(이 사회)”를 번역하기 위해서 사전에 안 보이던 어떤 어휘를 페이스북으로 공개 질의한 적이 있다. 그 후 대략 반나절이 지나서 해당 창을 열었을 때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놀랄 노’자였다. 한국에 체류하는 캄보디아인들은 베트남에 대한 저주의 글을 퍼담았고, 현지에서는 철모르는 1학년 대학생들이 합세해서 끔찍한 사진 자료를 첨부하고는 단어의 뜻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침내 메신저를 통해 정부 관리로 있는 지인에게서 “생각 좀 하고 게시하라”는 통첩을 받았다.
‘뉴스브리핑 캄보디아’를 통해서 기고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현재의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에 대해서 알아보는 내용으로 원고를 제출했다가 심의에 걸렸다. 캄보디아 정부측에도 해당 주간지가 발송되는 바, 특히 국왕에 대한 내용은 신중을 기해서 집필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국왕 모독죄’가 죄명으로 씌워지면 빼도 박도 못하고 언론사가 폐간되고 해당 외국인이 추방되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베트남과의 국경획정이나 토지분쟁 이슈 역시 공개적으로 제기할 시에는 목숨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대체적이다.
이로써 사회 전반적으로 ‘입을 함부로 놀리면 죽는다’는 불안감으로 약자들의 목소리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이슈를 전하는 통로는 차단됐다. 철거민이나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는 대중이 눈치 채기도 전에 즉각 체포되어서 사그라들고 만다. 얼마 전 똔레삽 주변의 침수림이 전직 고위 관리에 의해 무정부적으로 벌목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를 훈센 총리에게 알린 사람은 어획자원의 보고인 해당 지역의 연구를 이끈 학계 대표이자 현 정권의 측근이다. 그 역시 목숨의 위협을 두려워하며 관련자의 공개를 꺼린다고 언론은 전했다.
한때 푸꾸억 섬에 대해서도 캄보디아인에게 관련 역사인식과 의견이 어떤지 알아보려 한 적이 있다. 푸꾸억 섬은 베트남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지만 캄보디아와 영토분쟁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다. 지배권이 설왕설래하던 와중에 1975년 크메르루즈가 탈환했지만 베트남의 침공으로 다시 빼앗긴 섬이다. 화제를 제기한 자리가 하필 공직자와 일반인, 외국인이 다같이 모인 회식 자리인 게 문제였을까? 입을 꾹 다문 현지인의 불편한 모습에서 이 이슈도 캄보디아에서 허락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초 작성일: 2021년12월2일
*** 위 글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보완할 내용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위 글은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칼럼 [캄보디아 더 알아보기]에도 수록된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참조하실 때 꼭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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