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건축: 조형물 나가(Naga) 머리 개수의 의미
나가(Naga)는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뱀의 정령, 또는 뱀의 신이다. 보통 완전한 뱀의 모습이지만 때로는 상반신이 사람, 하반신이 뱀(인도의 킹코브라)으로도 출현한다. 뱀의 형상은 강줄기와 닮아서 샘과 우물, 강 같은 물의 수호신이다. 인도 및 크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나가는 머리의 수가 다양하고 상징하는 바 또한 차이가 있다. 캄보디아에서 나가는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은 1~3세기에 예술 작품을 통해서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상징체계는 브라만교와 불교의 종교적 신념과도 연관이 있어서, 해당 종교를 통해서 고대 캄보디아로 유입되었다.
한편 캄보디아인은 크메르 기원에 관한 설화 ‘뿌레아 타옹(Preah Thong)과 니엉 니억(Neang Neak) 이야기’를 통해서 용왕의 딸 나가와 인간 남성의 결합에 따른 후손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캄보디아인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특정 나가를 신봉하는 부족의 일원일 것이다. 이에 따라 고대 사원의 난간이나 다리에서 나가 장식을 다양하게 접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건축물에서 독특한 나가 형상을 장식함으로써 크메르족의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나가 머리의 개수는 모두 불멸을 상징하는 홀수이다.
➊ 머리 1개 나가: 현대의 사원, 탑, 궁전 또는 신성한 건축물의 지붕이나 보호물에 장식하는 것이 관례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파괴되어 사라지더라도 불멸의 존재인 나가를 통해서 승리와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➋ 머리 3개 나가: 필멸의 영역과 천상의 영역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바다 밑바닥에 살고, 부의 수호자이며 종종 악으로 묘사되곤 한다. 브라만교에서 삼위일체를 나타내는데, 가운데 머리는 시바, 오른쪽 머리는 브라흐마, 왼쪽 머리는 비슈누를 나타내거나 신의 영역, 지하 세계, 인간 세계의 영역을 나타낸다. 불교 건축에서 중앙의 머리는 부처, 오른쪽 머리는 담마(Dharma; 법), 왼쪽 머리는 승려를 상징한다.
➌ 머리 5개 나가: 브라만교에서는 동, 서, 남, 북 및 중앙의 5개 방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5개 방향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야무나강, 브라마푸트라강, 사라스와티강을 가리킨다. 캄보디아 불교에서는 과거 생에 깨달음을 얻은 27명의 부처 중에서 25번째, 26번째, 27번째 및 현생의 부처와 미래의 부처를 나타낸다. 또한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지켜야 하는 5가지 계율로서 ‘살생금지, 도둑질 금지, 음행 금지, 거짓말 금지, 음주 금지’를 나타낸다.
➍ 머리 7개 나가: 히말라야산맥 밑바닥에서 발원하여 인간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신적인 존재로서 7개 대양과 7개 산을 다스리는 신이다. 불교에서는 7일 동안 몸을 휘감고 머리를 우산처럼 만들어서 석가모니 부처를 비바람으로부터 막아주었던 나가이다. 앙코르와트 유적 단지에서는 크메르 사원으로 이어지는 둑길에 난간으로 조각된 수호 동상으로 종종 묘사된다. 그 밖에도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 신화적 또는 상징적 연관성이 있는 나가 사회 내의 일곱 종족, 또는 달, 화성, 수성, 목성, 목성, 토성, 태양의 일곱 행성을 상징한다.
➎ 머리 9개 나가: 힌두교와 불교에서 나가 왕인 바수키(Vasuki)이다. 시바 신의 권능을 상징해서 힌두교 설화 ‘우유바다 젓기 이야기’에서는 밧줄 대용으로 사용된 바 있다. 조각품에서 머리 9개 나가 형상이 양쪽에 있으면 앞은 환생, 뒤는 죽음을 나타낸다. 또한 9개 방향을 통해서 불사의 힘을 상징하는데, ‘동쪽-빛과 천둥의 힘, 동남쪽-불의 힘, 남쪽-법과 질서의 힘, 남서쪽-정령과 귀신의 힘, 서쪽-비의 힘, 북서쪽-바람의 힘, 북쪽-풍요와 아름다움의 힘, 북동쪽-파괴의 힘, 가운데-브라흐마(창조와 보존)의 힘’을 상징한다.
최초 작성일: 2022년7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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